에피소드139 [에피소드] 삼 배를 아시나요 우물쭈물하다가 이 나이가 되었지만, 오늘도 그러다가 10분 늦게 63빌딩의 프런트에 도착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승강기 앞에서 중견 탤런트 임○○ 씨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80대 부부를 에스코트하여 57층으로 오르던 그분은 깔끔하게 생긴 외모답게 친절하게도 58층을 눌러주고 축하 인사도 해주었다. 사돈과 인사를 나누기도 바쁘게 사회자는 잃어버린 10분을 되찾으려는 듯 단상의 의자로 몰아세웠다. 우리 앞으로는 회갑연이나 돌잔치에서 익히 보아왔던 과일과 케이크 등 장식품이 사진발을 좋게 받도록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머리와 옷매무새를 챙길 시간도 없이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소리는 요란하고, 난생처음으로 권총처럼 생긴 것으로 불을 붙이고 끄느라 여러 번을 반복했다. 축하 노래를 듣고 자식들의 삼 배도 받았다... 2018. 5. 25. [에피소드] 백 원짜리 딸랑딸랑! 주머니 안에서 백 원짜리들이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발걸음과 보조를 맞추듯 울리는 소리는 꽤 상쾌하다. 지금은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동전이지만, 주머니 가득 100원, 500원짜리가 있으면 행복감이 절로 생길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100원짜리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버스를 한번 타려고 해도 100원짜리 가지고는 엄두를 낼 수 없고, 슈퍼에서 과자 한 봉지를 집으려 해도 100원짜리 한 주먹 가득 계산대 점원에서 내밀어야 한다. 하지만 100원짜리도 한때 참 귀하신 몸일 때가 있었다. 1원, 5원짜리 동전이 있을 때는 더더욱 큰 형님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 어린 꼬마들에게 100원짜리 서너 개면 종일 오락실에서 진을 .. 2018. 5. 18. [에피소드] 숲과 빌딩 사이로의 여행 연륜과 경험이 도움이 된 여행이었다. 쿠알라룸푸르공항은 여러 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우리 부부에게도 당혹스러운 곳이었다. 기내를 나서자, 반겨준 곳은 면세점이었다. 그곳을 지나니 드램이 기다리고 있어서 출국장으로 향한다는 사인을 확인하고서야 탑승을 했고, 내리니 다시 면세점들이었다. 걱정하면서 Luggage Claim이라는 글자를 따랐더니 드디어 입국장이 나왔다. 늦었다는 미안함으로 가이드를 만나니 열여덟의 일행 중 선착이었다. 30분이 지나서야 두 명이 합류했고, 한 시간이 지나도 20대 아가씨 두 명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가이드가 다가오더니 “짐이 보이지 않아서 찾는 중”이라기에 “싱가포르로 짐을 부쳤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게 정답이었다. 1시간 반이나 늦은 탓에 백만 불 야경이라고 선전한 ‘푸.. 2018. 5. 11. [에피소드] 도서관 「오리진」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으로 대출기한이 가까이 다가오다 보니, 겸사겸사 도서관에 오게 된 것이다.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만 하다 보니 열람실을 굳이 찾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위해 찾은 열람실은 생각한 것보다 아름다웠다. 한동안 뚝딱뚝딱 소리를 내며 공사를 했었는데,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열람실의 이미지라면 긴 다리 책상에 칸막이와 딱딱한 나무 의자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좌석표도 따로 없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노트북을 켜고 자신의 공부에 몰두하였다. 커다란 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에 푹 빠져 있던 친구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문을.. 2018. 4. 27. [에피소드] 정상으로 돌아가는구나 며칠 전의 일이다. 아내한테는 하루가 멀다고 안부전화가 오지만, 내게는 그런 행운이 드문 편인데 아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세종시에 집을 계약했습니다. 손자도 같이 가기로 했고요.” “수고했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는구나!” 아들 가족이 여러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황금기를 헛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아들은 세종시에서 출퇴근하고 며느리는 서울 소재 금융회사에 다니다 보니, 손자 손녀를 돌보아줄 사돈댁 옆에서 엉거주춤 사는 것이 벌써 7년 차다. 재작년 말에 며느리가 공채 합격으로 아들이 있는 곳으로 출퇴근하게 되었다. 며느리의 합격은 그 분야에선 드문 일로 잠시나마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지라 불편과 어려움이.. 2018. 3. 16. [에피소드] 다인과 채아 나에겐 다인과 채아라는 예쁜 조카가 있다. 한 명은 초등학생 또 다른 한 명은 유치원생. 부모님들이 가장 예뻐할 때가 그 시기란 말처럼, 정말 순수 그 자체의 아이들이다. 가끔 얘기를 들어보면 세 살 터울의 언니와 동생답지 않게 잘 싸운다고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끔찍이 아껴 줄 때가 많다. 며칠 전 대전에 갈 일이 있었다. 이 두 아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 때마침 동생 내외가 시내로 쇼핑을 하러 나가야 한다고 하기에 자연스레 두 아이를 봐주게 되었다. 자주 보는 얼굴이 아니라 서먹서먹한 시간이 10여 분 흐를 때쯤, 아이 둘을 모아 놓고 옛날이야기를 해주게 되었다. 낯설어 말도 붙이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기를 반복하던 아이들은, 나의 얘기가 시작.. 2018. 3. 2.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