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에 보건소가 문을 열었다. 이어 노인들에게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으라는 문자가 왔다. 차일피일하다가 방문했더니 1개월 이내는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혈당과 혈압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에 별 호기심이 없었지만 안 보던 기기로 근력을 측정한 직원과 마주했다.
“어르신, 다른 수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근력 수치가 64점이라 평균치에 미달입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줄넘기, 팔굽혀 펴기, 자전거 타기, 아령 들기 등을 추천 드립니다.”
불현듯 집안 아저씨가 떠올랐다. 팔십육세인 그 분은 신수가 훤했다. 집에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를 구비해두고 매일 두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한다고 자랑이시다. 팔뚝에 힘을 주니 알통이 30대 청년처럼 오르내린다. 건강미가 있어 보이고 나보다 젊어 보였다.
지난 겨울에는 부산에 사는 아들네 갔다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 ‘북극곰 수영대회(한겨울에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차가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하는)’에 자식과 손자 해서 삼 대가 참가했다고 부산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보여주었다. 내 팔뚝은 근육은커녕 살도 빠져서 뼈만 남았다. 저 정도는 희망으로 내걸기도 버거운 언감생심이지만, 근육의 흔적이라도 갖추고 싶어서 2킬로그램의 아령을 구입했다. 그리고 매일 새벽마다 맨손 운동과 아령 들기에 들어갔다.
100개부터 시작해 조금씩 늘리다가 3개월 뒤에는 1,000개로 늘렸더니 사달이 났다. 팔뚝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나도 같은 증상이었다. ‘잘 때 자세가 안 좋아 팔뚝이 눌리면서 아픈 게 아닌가?’로 의심했다가 병을 키우고서야 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판독하더니 근육이 혹사당해 생긴 아픔이라며 아령 들기를 중단하라면서 물리치료에다 처방전까지 주었다. 이로써 어설픈 근육 키우기는 끝났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맨손 체조에다 학창 시절에 배운 태권도 기본 자세다. 기마 자세에서 팔 뻗치기는 그런 대로의 폼이 나왔지만, 발차기는 아주 엉성하다. 장롱 손잡이를 잡고 발차기를 거듭하는 중에 손자와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발차기 할까?”했더니 넘어질 듯하면서 따라 나선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딸이 “이얏!” 하니까 손자가 하던 놀이를 중단하고 거실에 펼쳐 놓은 그림책들을 책장으로 옮기고서는 뒷걸음으로 벽까지 걸어가서 앞만 보고 서있다. 다시 어미가 “이얏!” 하니까 앞으로 나가면서 발을 추켜올린다. 여전히 비틀거리지만 지난 번보다는 좋아진 자세다. 연거푸 세 번을 하더니 힘이 들면서도 스스로도 대견하지 씨익 하고 웃는 게 정말 예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손자, 잘했어요.”하면서 힘찬 박수로 격려해주었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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