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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자연인

  

요즈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재방송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있다. 무작정 산이고 강이고 섬으로 배낭 하나 메고 그곳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진심과 절박함을 알게 되면서 더욱 끌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은 도시 생활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나서 자연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식사를 하고 난 후엔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높디높은 산을 오르며 산나물이며 약초를 발견한다. 귀하디귀한 약초들을 발견할 때는 나의 눈도 번쩍 뜨인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식물인데?’하는 의심을 품는다. 어릴 적 뒷동산에서 보았던 잎사귀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무릎을 ‘탁’ 친다.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그 오래된 기억을 더욱더 끄집어내려고 애를 쓴다.
잎사귀, 줄기, 뿌리까지 카메라에 보일 때쯤 무심코 지나쳤던 그 옛날을 후회한다. 사방에 나 있는 풀들을 모두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자연인은 오지 산골을 찾아온 진행자에게 이게 ‘둥굴레’이며 이게 ‘잔대’이며 이게 ‘삽주’라며 신나게 설명을 해준다. 그럼 나도 ‘어? 저것도 본 거 같은데. ’한다. 그리고 그때 무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구수한 둥굴레차가 좋아 마트에서 팩으로 만들어진 것을 습관적으로 사 오기도 했지만 막상 둥굴레라는 식물을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집 주위에 꽤 많이 자생하고 있었지만 그 존재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다. 자연인이 삽주는 어디에 좋고 어떻게 먹어야 좋으며 요즈음은 무척 귀하다고 얘기한다. 동생들과 들과 산으로 뛰어다닐 때 산딸기에 더 매료되었지, 삽주를 캐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중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늘 다니던 신작로였고, 또 다른 길은 한번 가 보지 않았던 산비탈의 흙길이었다.
신작로는 산을 빙 돌아가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중에는 많이 걸리는 시간을 만회하고자 부모님을 졸라 자전거를 샀다. 중학교의 3년 중 반은 그 신작로만을 이용했다. 그러다 2학년 가을 무렵, 친하게 알게 된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가보지 않았던 산비탈 길을 처음 가보았다. 논두렁 길을 거치고 자갈들이 구르고 흙먼지가 나는 그 길을 따라 산비탈을 오르자, 신작로 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이라 두렵고 불안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마치 신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처럼 뿌듯함을 느꼈다. 생명력이 강한 더덕을 몇 뿌리씩 캐어 저녁 반찬을 하고 먹을 수 있는 희귀한 버섯으로 찌개를 끓이며 귀하디귀한 산삼을 아낌없이 꺼내어 진행자에게 선물하는 자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마음을 갖고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한 번쯤 자연 속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해 보곤 한다.
또한, 두 가지 길이 있었음에도 한가지 길만을 고집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찾게 된 두 번째 길처럼 지금 자연과 마주하면서 산다면 좀 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 수 있을까, 잔대와 삽주를 보면서 가슴이 뛸 수 있을까 하며 나를 되돌아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