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오빠, 오빠. 숙희가 신곡인 <부항댐>을 노래한대요.”
정이 넘쳐나는 목소리로 오빠를 서너 번은 겹쳐 부르는 게 특징인 친척동생의 말이다. 부항댐 관리사무소 앞 가설무대에는 ‘김천 부항댐 고향 방문 기념 공연’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드디어 초청가수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송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석기 동생 숙희입니다. 제가 금의환향해서 와야 하는데 아직 덜 금의환향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한다. 인사말만으로도 코끝이 찡하다. 부항댐부터 부르고 연거푸 메들리를 시작한다.
부항댐 / 모정애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말하지 마라
부항댐 푸른 물에 내 고향을 묻었다네
수도산 봉우리에 보름달 걸어놓고
노래하며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못 잊어
추억을 매만지며 찾아왔다가
출렁다리 난간에서 목메어 울었다오
짧은 가사가 고향 잃은 슬픔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 눈물보다 그리움이 먼저 젖어온다. 가수의 추억도 내 안과 같아 동향에다 친족임을 새삼 느낀다.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노인 한 분이 눈에 익다. 구순에 가까운 집안의 어른으로 우리 집의 농사일도 거들었던 아저씨다. 고향 분이 많이 참석했으리라 짐작되지만 더는 찾을 수 없는 게 못내 아쉽다.
한송정은 150호가 넘는 큰 부락이었고, 나는 본동에서 600m 떨어진 도로변의 여섯 가구 중 한 곳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때는 하루가 멀다고 놀러 갔지만 중학생부터 타향살이하느라 방학을 이용하여 일 년에 한두 번 내려간 것이 전부다. 그런 관계로 나이 차이가 다섯 살 이하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목이었던 가수의 아버지는 잘 알지만 본인과는 일면식도 없다. 살아생전에 어머님이 ‘출향객이 모이는 날’에 와서 노래 불렀다고 전해준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노래가 이어지면서 드론으로 찍은 댐의 전경이 동영상으로 흐른다. 강의 좌우 측 산등성이로 자동차가 내달린다. 수면 위로는 국내 최강을 자랑한다는 256m 출렁다리가 멋을 부리고, 94m 높이에 걸린 짚 와이어도 운치 있게 다가온다. 얼핏 보아서는 동유럽의 이름난 호수나 강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신선한 공기, 멋진 풍경은 갖추었지만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사실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다.
민물고기와 흑돼지 요리를 하는 맛집도 잘 정비되면 좋을 것 같고, 보트 수량도 늘리면 좋을 것 같으며, 시설 이용 가격도 저렴해지면 좋겠다. 아무리 스릴 넘치는 짚 와이어와 오금을 저릴 출렁다리라지만 비싼 가격에 이용객이 소수라고 하는 데 안타까울 뿐이다. 개선과 변화가 거듭된다면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언젠가 선산 자락 어딘가에 매운탕 집을 열었으면 하는 제수씨의 바람도 이루어지리라.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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