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나고, 자주 가던 단골집을 찾았다. 과연 그대로 있을까 하는 불안과 초조함을 안고 가 보았다.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기대와 설렘이 더욱 크긴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주변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람대로 그 건물, 그 간판, 그리고 그 사장님과 사모님은 그대로였다. 아울러 가게 안의 풍경도 바뀌지 않고 마찬가지였다. “휴!” 한숨을 내쉬었다. 자주 갔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탓에 나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고향 같은 푸근한 느낌이었다. 한창 다닐 때는 김치찌개며 순두부찌개며 돈가스, 쫄면까지 가짓수를 늘려 가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 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어떤 것을 선택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주문했다. 오늘 메뉴는 순두부찌개.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입천장까지 데워가며 먹었던 그 기억이 각인되어서였을까. 시원한 냉면을 찾을 만했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순두부찌개를 강렬하게 찾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예전에도 찌개와 함께 나오는 반찬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다섯 가지 반찬이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집에 가보면 반찬이라고 나오는 것이 두세 가지 나오는 게 다였는데, 유독 이 집만은 항상 다섯 가지 반찬을 고수했다. 아침에 갓 만들어진 듯 보이는 음식들에 손이 자주 가는 바람에 “반찬을 한 번 더 주시겠어요?”라는 요청을 했던 추억도 떠올랐다. 과연 2년이 흐른 후에도 비슷할까. 그게 궁금해 순두부찌개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방에서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물은 셀프. 시원한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찌개를 맞이할 나만의 준비인 셈이었다.
이윽고 사장님이 반찬을 놓아주었다. 다섯 가지 반찬 그대로였다. 윤기 흐르는 김치가 맛깔나게 보였다. 달걀말이, 호박전, 무생채, 돌미나리 무침이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푸짐한 한 끼 밥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순두부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순두부는 여전히 끓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뚝배기 안을 휘이휘이 저어 국물 맛을 먼저 보았다. 깔깔한 맛보다는 순두부찌개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어 보통으로 해달라고 했던 만큼, 톡 쏘는 국물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깔끔하고 심심하지 않은 국물이 입맛을 돋우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부드러운 순두부를 숟가락 위에 얹고 잡곡밥과 함께 먹어보았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순두부찌개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고 순하고 살살 녹는 느낌이 참 좋았다.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쯤,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반찬 한 번을 더 요구해 보기로 했다. 다른 집 같으면 미안하기도 하고 말을 꺼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말을 내뱉고도 사장님의 눈치를 열심히 살폈다. 혹시나 불편해하시는 건 아닌지 싶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예나 지금이나 다정한 모습으로 반찬을 한 번 더 기꺼이 내어주셨다. 한창 때처럼 한 공기 이상을 먹을 수 있었다면 미안한 마음에 “밥 한 공기 추가할게요.” 하겠지만 지금은 한 끼에 밥 한 공기이다 보니 한 공기 추가는 엄두 나지 않았다. 맛있는 반찬을 마주하다 보니 남김없이 반찬 그릇을 다 비웠다. 순두부 하며 밥그릇까지 싹싹 핥을 정도였다.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행복지는 한끼 식사였다. 돈을 지불하고 기분 좋게 가게 문을 나섰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환하게 웃으며 배웅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고향 집에 둘러 힐링을 한 기분이 들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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