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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71

[에피소드] 마카롱 9시가 갓 넘은 시간 휴대전화를 하나 들고 가게문을 밀고 들어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커피 전문점에는 점원만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행이었다. “이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지 봐주시겠어요?” 점원은 다가와 바코드를 찍었다. 조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모바일 쿠폰이 생기면 기분은 좋지만, 사용하려는 그 순간은 늘 긴장이 된다. “네! 사용가능하세요.” 친절한 점원의 말에 경직되었던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 10,000원 정도의 쿠폰이었고 마카롱 3개와 딸기주스가 세트였다. “이대로 드릴까요?”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보통 커피 전문점 모바일 쿠폰이 들어오면 샌드위치와 커피로 바꿔 가곤 했지만, 이번.. 2026. 10. 16.
[에피소드] 분식집 예전과 같은 하늘과 돌, 그리고 바람이 그 자리에 있고 10년 전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에 변함없이 서 있다면 과거를 기억하기 안성맞춤일 것이다. 비록 많은 세월이 흘러서 한 쪽 가지가 볼품이 없어졌다고 해도 진한 향수를 느끼기엔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친숙한 길이 있다. 보도블록은 과거와 다르더라도 길을 따라 서 있는 건물들의 형태는 똑같고, 우측으로 보이는 고가도로도 그대로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건물마다 달려 있는 상호 간판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업종은 같지만 다른 상호를 달고 비슷한 영업을 하는 집도 있었다. 그런 가 하면, 간판 자체를 큼지막하게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하는 가게도 보였다. 과거와 구조와 큰 형태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낯선 이름의 가게들로 인해 서먹서먹함이 .. 2026. 9. 28.
[에피소드] 의자 100여 개의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는 뜻을 담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길이 1m 정도의 좌판과 등판이 받침대로 형성되어 있는 평범한 의자다. 어른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길이이긴 하지만, 세월이 오래된 탓에 가운데 좌판은 움푹 내려가 있다. 처음에는 노란색 계통의 페인트칠이 있었고, 주변의 나무색들과 고려했는지 푸른빛이 도는 노란색이었다. 하지만 여름이면 비를 맞고 겨울이면 눈이 쌓이고 한여름엔 뙤약볕에 온종일 있다 보니 지금은 색이 무척 바랬다. 처음에 이 의자를 누군가 들고 올라오면서 참 꼼꼼하게 고정시켜 놓았는지, 받침대는 땅과 잘 밀착되어 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의자에 걸터앉았다. 산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고, 평지보다는 경사도가 있는 탓에 몇 분 동안.. 2026. 9. 11.
[에피소드] 고추 직접 재배한 고추를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물론, 가까운 시장에 가서 1천 원짜리 몇 장을 내면 모양이 예쁘고 맛이 좋은 고추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하지만 농부의 정성이 담긴 고추면 그 모양이 좀 생겨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꼭 많은 양이 아니어도 좋다.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양이면 개수는 문제될 것도 없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몇 개 담아 왔어요!”라는 말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 말에 진의 여부를 떠나 싱싱한 고추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지인은 가까운 텃밭을 활용해 이것저것 심었고, 거기서 수확물이 생기면 나눠주려고 항상 노력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하얀 비닐봉투 안에 정말 막 생긴 고추들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2026. 8. 28.
[에피소드] 삼겹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어떤 곳이 나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냥 시간과 장소만 정해서 만나고 나서 길을 걷다가 분위기가 괜찮을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는 것이 젊었을 때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자주 가는 가게를 정해서 미리 약속 장소를 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점심식사 시간이면 식사가 제공되는 곳으로 가게 되겠지만, 퇴근 후에 보게 되면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면 또 고민이 생긴다. 소주와 맞는 안주는 어떤 게 좋을지를 친구와 의논하게 되고, 친구도 좋아하는 곳이라야 술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안주 역시 나와 친구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곳을 찾아보게 된다. 보통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삼겹살은 친구와 내가 함께 만족하는 음식이.. 2026. 8. 14.
[에피소드] 초코파이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진열을 한참하시던 마트 주인이 내 쪽을 바라보면서 가는 눈을 뜬 채 물건을 응시하며 말했다. “8,500원. 기존 제품보다 싸게 나온 거예요.” 마트 주인은 손님들에게 인기있는 상품을 마트 입구에 진열해놓곤 했다.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 한 마디 거들었다. “사이즈도 크게 나온 거예요.” ‘24개라! 며칠 먹을 수 있을까?’를 손가락으로 셈을 해보았다. ’비싸지 않는 건데 24개라면 좀 많은 게 아닐까?’ 개수가 많은 점 때문에 다소 망설여졌다. 진열대를 한 바퀴 둘러보고 결정하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시장 마트는 동네 마트보다는 크지만 대형 식자재 마트보다는 다소 작은 크기로 빠른 걸음으로 진열대를 돌면 10분 이내에 쇼핑을 마칠 수 있는 정도다. 처음 이 .. 2026.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