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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42

[에피소드] 장롱이 잘못이야 아들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왔다. 가까이 살아도 내 집에 온 것은 오래간만이다. 아이들은 도착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심심하다를 연발하더니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바둑판을 두 손으로 질질 끌고서 작은방 베란다에서 거실까지 옮겨다 놓는다. 몇 달 전부터 바둑학원에 다니고 있으나 걸음마 단계고, 바둑알 까기는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번 다섯 알 씩을 가지고 겨룬 결과, 가족 간의 서열은 정해졌고 쉽사리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나와 아내는 적수가 되지 못해 2대 5. 손자가 2알이면 우리는 5알을 가지고 겨루어야 비등해진다. 아들은 1대 2정도고 사위는 대등하다. 그래서 항상 마지막으로 겨루게 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옆에다 점심상을 차리는 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아내가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서야.. 2025. 7. 10.
[에피소드] 양배추 샐러드와 삶은 달걀 참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학문제도 좋고 영어문제도 좋고 혹은 국어문제도 비슷했던 듯 싶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끙끙대며 몇 시간씩 투자해 한 문제를 풀어도 상관없고, 해답을 보고 문제를 다시 해석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내가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관념이나 상식을 뒤바뀔 결론이 도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답을 알고 나서 복기를 해보면 왜 나는 이렇게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질책하기 전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를 보게 됩니다. 모든 게 그 자리에 놓여 있었고, 어제 오늘 혹은 그 전의 전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미처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해 놓치고 있었던 것이라는 깨닫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런 경험을.. 2025. 6. 30.
[에피소드] 토마토 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하상가를 지나 1km를 더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보도블록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오고 가는 버스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많고 인도에도 오가는 사람도 많다.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큰 건물도 많고 상가들도 많이 들어 와 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하던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 이때다 싶어 채소나 과일 장수들이 물건을 한 가득 싣고 와서 싸게 팔기도 한다. 젊은 청년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어서 오세요! 참외가 5,000원! 토마토는 2,000원!” 전통시장보다도 싼 가격에 가던 길을 멈춘다. 운동을 하기 위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지갑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커다란 .. 2025. 5. 30.
[에피소드] 게임기 가끔 유튜브에 들어가면 추억의 게임을 소개하는 유튜버들이 있다. 당시에는 꽤 인기가 많았던 게임들이다. 특히, 1대1 대결 게임은 더욱 인기가 많았다. 나와 컴퓨터 대결에 싫증을 느낀 게이머들은 실력이 출중한 상대방을 기다리곤 했다. 한 단계 빠른 발차기와 손기술, 그리고 필살기가 구사될 때는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대결을 지켜보기도 했다. 현란한 버튼조작을 통해서 게임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난이도를 보여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손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승승장구가 이어지면 서로 내가 한번 이겨 보리라는 마음으로 대결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임대회가 생겨나고, 최고의 일인자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곤 했었다. 게임.. 2025. 4. 29.
[에피소드] 연양갱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삼회사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상품은 ‘양갱스틱’이었다. 꽤 흥미로운 상품이라 궁금해서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인스타그램의 알람이 깜박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클릭을 해보니 이벤트 당첨이 되었으니 DM을 통해 연락처를 남기라는 것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마저 들었다. 준다고 하니 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연락처와 주소를 발송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택배기사님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떴다.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문자였다. 문 앞에 두고 간다는 확인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문을 열어 보니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네모상자가 택배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명절이면 받게 되었던 종합선물 상자의 느낌이 들었다. 상자 옆에 붙은.. 2025. 3. 31.
[에피소드] 옛날 돈가스 기회가 되면 꼭 먹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음식이 있다. 바로 옛날 돈가스! 계속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먹게 되었다. 참 오래 걸린 것 같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거의 10년 언저리쯤이다. 추억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는 음식 중 하나인, 옛날 돈가스. 주위에 경양식집이 없어 구경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당시도 가격이 제법 나가서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리고 더 주눅들게 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에 익숙했던 때라 포크와 나이프는 많이 어색했다. 포크를 오른손으로 들어야 하는지, 왼손으로 들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는 참 고민거리였다. 서양음식이다 보니 순서와 절차가 복잡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 .. 2025.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