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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44

[에피소드] 도자기 머그컵 전화가 왔다. 작은 선물을 보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머그컵은 두세 개 있었기에 “괜찮습니다. 굳이 안 보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하고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꼭 보내주겠다고 하여 주소를 불러주었다. 이틀쯤 지나 택배 문자가 왔다. ‘문 앞에 두고 갑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제법 큰 박스가 있었다. 칼을 칼집에서 꺼내어 테이프를 잘랐다. 에어캡 포장재가 보었다. 에어캡을 들어내자 하얀색 충격완화 포장재가 보였다. 꼼꼼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포장재까지 옆으로 치우자 다시 작은 박스가 나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한 친구가 주었던 선물이 생각났다. 커다란 박스였기에 은근히 기대하면서 뚜껑을 열자 작은 박스가 나왔다. 그 박스 뚜껑을 다시 열자 또 다른 박스가 나왔다. 여러 번 뚜껑 열기를.. 2025. 8. 25.
[에피소드] 노각 철 지난 밭에서 가끔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다. 길게 줄기를 뻗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던 오이며 호박이며 가는 길을 멈추고 잎이 노랗게 변해 갈 때, 수많은 풀들 사이로 여름 내내 햇볕과 달빛을 받으며 자라났던 호박이나 오이가 남아있기 마련이다. 막 자라나는 풋풋하고 신선한 오이와 다르게 파란색은 온데간데없고 노랗게 온몸을 감싸 안은 모습은 수만 년 세월이 쌓여 노란 황금이 만들어진 것처럼, 모든 것이 한꺼번에 농축된 느낌마저 든다. 보통 오이의 두세 배 크기와 굵기는 여름을 오롯이 받아낸 위엄과 자태가 느껴진다. 늙은 오이, 즉 노각 하나만으로도 한 끼 밥상은 충분히 풍족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각을 두 팔로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개선장군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큰 일이라도 .. 2025. 8. 18.
[에피소드] 장롱이 잘못이야 아들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왔다. 가까이 살아도 내 집에 온 것은 오래간만이다. 아이들은 도착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심심하다를 연발하더니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바둑판을 두 손으로 질질 끌고서 작은방 베란다에서 거실까지 옮겨다 놓는다. 몇 달 전부터 바둑학원에 다니고 있으나 걸음마 단계고, 바둑알 까기는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번 다섯 알 씩을 가지고 겨룬 결과, 가족 간의 서열은 정해졌고 쉽사리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나와 아내는 적수가 되지 못해 2대 5. 손자가 2알이면 우리는 5알을 가지고 겨루어야 비등해진다. 아들은 1대 2정도고 사위는 대등하다. 그래서 항상 마지막으로 겨루게 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옆에다 점심상을 차리는 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아내가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서야.. 2025. 7. 10.
[에피소드] 양배추 샐러드와 삶은 달걀 참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학문제도 좋고 영어문제도 좋고 혹은 국어문제도 비슷했던 듯 싶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끙끙대며 몇 시간씩 투자해 한 문제를 풀어도 상관없고, 해답을 보고 문제를 다시 해석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내가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관념이나 상식을 뒤바뀔 결론이 도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답을 알고 나서 복기를 해보면 왜 나는 이렇게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질책하기 전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를 보게 됩니다. 모든 게 그 자리에 놓여 있었고, 어제 오늘 혹은 그 전의 전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미처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해 놓치고 있었던 것이라는 깨닫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런 경험을.. 2025. 6. 30.
[에피소드] 토마토 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하상가를 지나 1km를 더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보도블록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오고 가는 버스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많고 인도에도 오가는 사람도 많다.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큰 건물도 많고 상가들도 많이 들어 와 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하던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 이때다 싶어 채소나 과일 장수들이 물건을 한 가득 싣고 와서 싸게 팔기도 한다. 젊은 청년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어서 오세요! 참외가 5,000원! 토마토는 2,000원!” 전통시장보다도 싼 가격에 가던 길을 멈춘다. 운동을 하기 위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지갑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커다란 .. 2025. 5. 30.
[에피소드] 게임기 가끔 유튜브에 들어가면 추억의 게임을 소개하는 유튜버들이 있다. 당시에는 꽤 인기가 많았던 게임들이다. 특히, 1대1 대결 게임은 더욱 인기가 많았다. 나와 컴퓨터 대결에 싫증을 느낀 게이머들은 실력이 출중한 상대방을 기다리곤 했다. 한 단계 빠른 발차기와 손기술, 그리고 필살기가 구사될 때는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대결을 지켜보기도 했다. 현란한 버튼조작을 통해서 게임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난이도를 보여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손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승승장구가 이어지면 서로 내가 한번 이겨 보리라는 마음으로 대결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임대회가 생겨나고, 최고의 일인자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곤 했었다. 게임.. 202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