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을 앞두고 의미있는 선물을 받았다. 어떤 선물을 받든 받으면 기분 좋고 준 사람에게 고마워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한번은 사 봐야지!’ 하면서 벼르고 있던 물건을 받게 되면 기쁨은 두 배가 된다.
비교적 저렴한 김 세트나 햄 세트를 받을 때도 기분 좋았었다. 꼭 유명한 상표가 아니더라도 김 한 장에 밥 한 술을 얹는 것만으로 행복한 식사가 될 때, 김 세트를 들고 오면 뛸 듯이 기뻤고 프라이팬에 얇게 썬 햄 몇 장을 구울 때에도 행복한 적이 있었다. 그런 햄들이 서너 개 포장되어 있는 선물을 받고 나면 식사시간이 특별히 기다려졌다.
하지만 점점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햄, 베이컨, 소시지를 멀리하게 되면서 건강한 식단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에, 명절을 맞이해 누군가가 선물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선물을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야 하지만, 예전처럼 많이 먹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이걸 어찌해야 하나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절 한 1주일을 앞두고 지인이 준 설 선물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고향에 내려가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준다며 두유 한 박스를 건넨 것이었다. “좀 더 가격이 나가는 것을 사야 하는데, 요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성의만 표시할게.” 하면서 준 것이다. 미안해하는 얼굴 표정에 나는 금방 답을 해야 했다.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도 부담스러운 선물을 받으며 어쩌나 싶었어요. 평소에 꼭 한 번 사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고마워요.”라고 하자 금세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나 역시 빈 말이 아니었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두유가 좋다고 하기에 아침 대용으로 두유를 먹어야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집에 와서 박스를 열었다.
엄마가 한참 운동을 하실 때에는 돌아오는 길에 두유를 한 병씩 사 오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달그락달그락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곤 했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두유 한 병을 놓고 방을 나가셨다. 크지도 작지도 아담한 사이즈의 두유는 너댓 번 목으로 넘기고 나면 한 병을 싹 비울 수 있었다. 그 고소한 맛에 반해 우유보다 더 자주 먹었던 적도 있었다. 한때 두유는 그 유리병에 담겨야 두유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190ml의 두유를 몇 번 흔들어 빨대를 꽂았다. 두유 하나만 먹기에는 뭔가 허전한 듯해 책상 서랍 속 크래커를 꺼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은 두유 한 잔, 삶은 계란 몇 개로 아침 끼니를 대신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었다. 두유가 과연 식사 대용이 될까 하는 의심을 품은 적도 있었다. 고소한 맛이 빨대를 타고 올라왔다. 두유 한 모금에 크래커 한 조각이 참 잘 어울렸다. 목이 메이지 않아 크래커 먹기가 좋았다. 콩 특유의 비린 맛이 나지 않았다. 파우치 반을 먹고 나서도 위에 부담은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 두유는 좀 더 강하게 걸쭉한 맛이 났던 것 같다. 그렇게 두유 한 팩을 다 비우고 나니 힘이 나는 것 같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섭취한 것만큼의 포만감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기분 좋은 선물로 시작된 좋은 느낌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두유와 뭘 함께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해봐야 할 것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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