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39 [에피소드] 영남 알프스 울산에 와서 언양 불고기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며 동서는 ‘한우불고기특구’로 차를 몰았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회사에서 오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대부분 김포공항을 이용하여 다녔지만 세 번인가는 자가용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서 울산을 다녀왔다. 상사분이 비행기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였는데, 그때마다 한 끼는 언양 불고기를 먹었다. 작은 화로에 담긴 질 좋은 숯 위에 초벌구이 해 온 불고기를 석쇠에 얹는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맛있는 냄새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맛은 상상한 그대로다. 달착지근한 양념 잘 배인 보들보들 연한육질의 고기는 씹을 새도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에서 먹는 소고기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천혜의 .. 2024. 1. 30. [에피소드] 가위 바위 보 가위는 바위를 자를 수 없어서 가위는 바위를 이길 수 없고, 바위는 보자기를 쌀 수 있어 보를 이길 수 없으며, 보자기는 가위로 자를 수 있어 가위가 보를 이긴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설명했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순간 무릎을 딱 치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가위바위보를 알고 수십 번 가위바위보를 만들어 가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가위바위보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가위바위보는 공평했다. 많은 것을 가진 친구도 많은 것을 갖지 않은 친구도 가위바위보 앞에서는 누구나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으로 손과 손을 엇갈려 잡고서는 한 바퀴 돌려 그 안을 쳐다보면 이길 수 있다는 비법이 있다는 말에 가위바위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그 방법을 따라 해.. 2024. 1. 23. [에피소드] 파 무침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고 빨간 고춧가루 빛깔이 아름답고 식초의 상큼한 맛을 내는 녀석이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입니다.”라며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설 수는 없지만 음식의 풍미를 한껏 높여주는 데 한몫을 하곤 합니다. 바로 ‘파 무침’입니다. 지글지글 불판에서 삼겹살이 익어갈 때면 양념이 베인 파 무침에 마늘 한 조각 얹고 쌈장까지 올리면 맛있는 쌈은 70%는 완성됩니다. 거기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중앙에 올려 놓으면 풍성한 쌈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동그랗게 말아 입안에 집어넣고 나면 입 안 가득 행복해집니다. 고기의 쫄깃쫄깃함과 마늘의 사각거림과 파 무침의 양념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룹니다. 삼겹살이 불판 위에 올려질 때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후추를 톡톡 뿌리는 손님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보.. 2023. 12. 28. [에피소드] 운동장 운동복을 입고 운동장에 들어섰다. 운동장을 위를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나는 이 소리가 참 좋다. 흙이 밟히는 촉감도 더불어 좋다. 운동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좋아한다. 앞을 바라보면 훤하게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서서히 걷는 것도 운동장을 도는 것도 좋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빠르게 운동장을 트랙을 달리는 것도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100m 달리기 선수가 된 것 마냥 폼을 잡고 있는 힘껏 달리고 나면, 한참 운동을 하고 난 것처럼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운동장이 더 이상 돌기 힘들 때면 운동장 바로 옆에 만들어 놓은 시멘트 스탠드 계단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다리가 후들후들 대고 연신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제대로 된 호흡으로 가는 과정을 밟는다. .. 2023. 11. 30. [에피소드] 떡볶이, 어묵, 그리고 순대 아침 공기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매일하는 아침운동이지만 오늘만은 거르고 싶을 정도로 코끝이 찡해옵니다. 아직 11월 하순도 아닌데 뚝 떨어진 기온을 보고 나니 그리운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시절, 언 손을 녹이기 위해 붕어빵을 건네던 그 마음씨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싸고 맛있는 것이 붕어빵이라면서 붕어빵 예찬론을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던 그 모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전화기를 열어 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았습니다. “퇴근하고 시간 괜찮냐?” 친구는 늘 그래왔듯 나의 말에는 거절없이 “응!”이라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7시에 보자.” “알았어.” 약속은 잡기는 했는데 만날 장소는 참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라 알딸딸한.. 2023. 10. 31. [에피소드] 식물 공장 비가 오는 일요일, 무료한 가운데 TV를 틀게 되었습니다. 오후에도 비 예보가 있다 보니 밖에 나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쪽저쪽으로 쉴 새 없이 리모컨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보고 싶은 프로가 썩 많지 않았습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쉬는 시간이라 좀 흥미 있는 프로가 눈에 들어올 법도 한데 많은 채널을 돌려봐도 재방송 위주였습니다. 한참을 돌리다 우연히 한 사람이 나와 무언가를 얘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유명인도 아닌 사람이 참 맛깔스럽게 늘어놓는 얘기 한 마디 한 마디가 솔깃했습니다. 채널을 고정시키고 들어보니 어떤 분야의 교수님이었습니다. 자료 화면이 하나둘 나열되면서 그분이 농업에 관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을 알.. 2023. 9. 26. 이전 1 2 3 4 5 6 7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