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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연양갱

by 앰코인스토리.. 2025. 3. 31.

사진출처 : 크라우드픽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삼회사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상품은 ‘양갱스틱’이었다. 꽤 흥미로운 상품이라 궁금해서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인스타그램의 알람이 깜박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클릭을 해보니 이벤트 당첨이 되었으니 DM을 통해 연락처를 남기라는 것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마저 들었다. 준다고 하니 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연락처와 주소를 발송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택배기사님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떴다.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문자였다. 문 앞에 두고 간다는 확인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문을 열어 보니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네모상자가 택배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명절이면 받게 되었던 종합선물 상자의 느낌이 들었다. 상자 옆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 내고 나니 작은 상자가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정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시 작은 상자를 꺼내어 안의 내용을 보았다. 스틱형 모양으로 생긴 양갱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양갱이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뜬금없이 연양갱이 생각났더랬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즐겨 먹었던 과자 중 하나였지만 어른이 되면서 거의 잊힌 이름이 되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어린시절 연양갱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무슨 과자를 살까 망설이다 색다른 포장과 크기가 다르고 이름이 재미있어서 우연히 집었던 것 같다. 네모난 박스를 뜯고 나면 황금색 속껍질이 참 특이했다. 모양도 네모도 세모노 아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껍질을 벗기고 속의 질감과 느낌을 보면 마치 묵이나 푸딩 혹은 제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부드러워서 먹기 좋고 달달해 기분 좋고 밤이나 팥을 넣어 알갱이가 중간중간 씹히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많은 양이 아니라 이 자국을 내며 조금씩조금씩 끊어 먹으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고스란히 소환된 추억을 마음껏 즐기면서 스틱을 하나 먹고 나니 양갱이 무슨 뜻인가 궁금해졌다. 이름이 조금은 낯설다는 생각은 어릴 때도 했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일본의 ‘네리요캉(練り羊羹 ねりようかん)’을 그대로 읽은 것이 ‘연양갱(鍊羊羹)’이라고 쓰여 있었다. 국적이야 어떻든 아직도 오랜 명백을 유지하며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면, 내가 잊고 살았던 그때도 누군가는 이 맛을 그리워하며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오래 전에 있었던 과자들이 새로운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선을 보여도 추억의 그 모습과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추억은 그때 그 모습으로 우리의 심금을 더 울리는 것 같다.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현재 보여지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꼬마 시절의 철없고 순수했던 그 모습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연양갱을 가득 사와야겠다. 그리고 아는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어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