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하상가를 지나 1km를 더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보도블록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오고 가는 버스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많고 인도에도 오가는 사람도 많다.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큰 건물도 많고 상가들도 많이 들어 와 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하던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 이때다 싶어 채소나 과일 장수들이 물건을 한 가득 싣고 와서 싸게 팔기도 한다.
젊은 청년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어서 오세요! 참외가 5,000원! 토마토는 2,000원!” 전통시장보다도 싼 가격에 가던 길을 멈춘다. 운동을 하기 위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지갑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커다란 비닐팩에 꽤 많은 양의 방울토마토가 담겨 있었다. 운동만 아니었다면 되돌아 가서 2,000원을 가져오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대파를 사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인데 몇몇 사람이 뭔가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방울토마토였다.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늘 하루만 한 팩에 2,000원’이라는 매직 글씨가 보였다. 방울토마토를 사지 못했던 며칠 전이 생각났다. 좀 더 강한 욕구가 생겼다. 꼭 이번에는 사야겠다는 본능이 뿜어져 나왔다. 대파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고 방울토마토에 온통 정신이 빼앗겨 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덥석 방울토마토를 집어들기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너무 싸다.’와 ‘쌀 때 사야지?’라는 두 마음이 충돌했다. 마트를 지나쳐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았다. 싼 맛에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샀다가 후회한 적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 아쉽긴 했다. 확실한 결정을 내리 못하고 다시 마트로 발을 옮겼다. 하나 들어보니 며칠이 지나 유통기한이 가까워져 싸게 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아래를 훑어보니 다소 크기가 작았지만 며칠 지난 상태는 아니었다. 곰팡이 피어나거나 흐물흐물한 모습도 아니었다. 확신이 생겼다. ‘음, 괜찮네?’ 살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주방으로 향했다. 봉투에서 꺼낸 팩은 꽤 묵직했다. 뚜껑을 열어 방울토마토를 만져보고 나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잘 샀네!’ 무른 토마토는 하나도 없었다. 꼭지를 따서 물에 씻어 입에 넣어 보았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은은하게 신맛이 돌면서 신선한 토마토의 맛이 혀 끝에 전해졌다. 물론 크기가 고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긴 했지만, 가격에 비해 좋은 제품을 고른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한참 나물이며 채소, 과일이 나오는 시기라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토마토는 설탕을 넣으면 좋은 궁합이 될 수 없다는 말에 언제부터인가 설탕을 빼고 토마토 본연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달달함이 항상 유혹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는 있는 것은 신선한 토마토를 씹을수록 느끼는 그 행복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방울토마토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토마토는 크고 단단한 것으로 고집했지만 토마토를 일일이 썰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거쳐야 하고 썰지 않으면 커다란 토마토를 들고 먹기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 자연스레 방울토마토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겉과 속이 같아서 한결 같다는 말을 듣는 토마토는 영양학적으로도 꽤 뛰어나다. 토마토를 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맘때 되도록 많이 사고 많이 먹어보려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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