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피소드124

[에피소드] 징크스 친구를 만나 저녁 술자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참 술기운이 무르익을 무렵, 친구는 대뜸 나에게 “그 옷은 소매가 많이 닳았는데 이제 버려도 되지 않아?”라고 물었습니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순식간에 들통이 난 것처럼 나는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괜한 것을 물어본 듯 겸연쩍어하며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려 할 때, 나는 짧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징크스 때문이야!” 그러고 나서 나의 징크스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왜 저런 누더기 같은 옷을 버리지 않고 계속 입고 있는지가 참 많이 궁금했었던 모양이고, 어떻게 나에게 질문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갈등했었다고 합니다. 다 듣고 난 그 친구는,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언젠가 좋아하는 야구를 시청하면서 참.. 2016. 3. 28.
[에피소드] 기쁨 반 우려 반 아내는 여러 해 동안 아파트 통장 일을 보고 있다.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확인받는 통지서와 고지서가 여러 종류지만, 가족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유일하다고 한다. 아들로부터 손자의 취학을 알리는 통지서를 메일로 받았다. 내가 늙은이가 되었다는 것은 망각하고 손자가 이만큼 자랐다는 게 대견하고도 뿌듯하다.2016년 3월 2일 11시에 모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있음을 선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교육 1번지이고 학원 수가 가장 많은 데다가 고액과외까지 성행하는 지역이라 기쁨 반, 우려가 반이다. 손자의 장래는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에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지만 우린 양쪽 모두 낙제점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만 하여도 동네 교육여건이 열악하여 며느리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 새로운 둥.. 2016. 1. 11.
[에피소드] 빨래 냄새 우리 집은 볕이 잘 드는 옥상이 있다. 여름철 한낮에는 강렬한 태양 볕에 물이 줄줄 떨어지는 빨래를 빨랫줄에 턱 올려놔도 서너 시간이면 물기는 온데간데없고 빨래들이 바짝 말라 버린다. 5층 건물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 높은 건물들이 없다 보니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온통 햇살 천지가 된다. 그래서 아는 지인들이 오면 빨래 하나는 정말 잘 마르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가 이어져 여전히 낮에는 빨래를 말릴 기회를 주고 있다. 어느 날인가, 비가 오는 때 빨래를 한 적이 있다. 30여 분 신나게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고 탈수까지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나서 베란다로 갔는데 아직 젖은 빨래들이 빨래 건조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옥상은 비가 와서 널.. 2016. 1. 5.
[에피소드] 온돌방 예찬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나른할 때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사우나’가 아닐까. 하지만 절절 끓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는 것만큼 좋은 특효약도 없을 것 같다. 요즘 한옥마을이나 고택체험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유년시절의 시골에서는 해 질 무렵 집집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연출하곤 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저녁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가마솥 누룽지를 절로 떠올리게 만들면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저물녘까지 냇가에서 썰매를 타다가 양말도 태워 먹고 눈싸움까지 벌이다가 집에 들어서면 할머니가 말로는 혼을 내시면서도 손자 걱정하는 마음에 꽁꽁 언 내 손을 아랫목 이불 속으로 넣어주시던 기억이 .. 2015. 12. 17.
[에피소드] 키덜트 '어린이’라는 뜻의 ‘kid와 ‘어른’의 adult를 합쳐 ‘키덜트’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아하니 이 키덜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1980~90년대를 살았던 꼬마들이 2000년을 훌쩍 넘기고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그 옛날의 향수를 많이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좋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추억들은 꽤 많았던 것 같다. 나의 꼬마 시절도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용돈 하라고 1,000원을 쥐여주면 학교 앞 문방구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TV 만화에서 보았던 《독수리 5형제》며 《마징가 제트》가 아로새겨진 조립 장난감이 있는 선반에 제일 먼저 눈을 돌렸다.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모형.. 2015. 12. 10.
[시 한 편] 우리네 삶 우리네 삶 살아있음에 감사해 하며살아왔음에 감사해 하며살아갈 날들에 고마워하며... 이렇듯 저렇듯우리네 삶 머물러있는 자아만이 나를 나무라면그 시건방짐에몇 곱절 경의를 표하건만... 도약의 나래를 펼치는그런 또 다른 자아가 있기에우리는 이 삶 결국 살아내는구나! 살아 있음에 감사해 하며... 글 / 품질보증2팀 박영진 수석 2015.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