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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04

[에피소드] 모기와의 전쟁 곤하게 잠자고 있는 새벽, 여기저기 가려워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불을 켰다. 다리와 팔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모기였다. 한여름이 다 지났기에 이제는 모기 걱정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탓에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심심치 않게 모기를 발견하고는 ‘추워서 들어 왔나 보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잠시 열어놓은 방문 틈을 비집고 들어 온 모양이었다. ‘아! 그때 다 잡았어야 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더 자야 내일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3~4군데 모기 물린 자국을 보니 모기를 꼭 잡고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려운 팔과 다리를 긁으며 둥그.. 2015. 11. 2.
[에피소드] 추억의 노래잔치 에너지가 철철 넘치던 때의 일이다. 추석을 맞아 시골집에 내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자니 목소리가 울렸다. “아~에~동민 여러분~! 예고해드린 대로 내일 3시부터 한송정에서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하오니 동민은 물론 차례를 지내려고 고향에 오신 분들도 빠짐없이 참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부터 이장님께서 확성기로 홍보를 해 와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노래자랑이 열릴 날만 기다린 것 같았다. 추석 당일, 점심을 먹고 나니 마을 앞 개천 옆에 있는 한송정에서 새마을 노래가 연이어 들려왔다. 우리 형제도 나락을 팔아 사온 신발과 새 옷들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벌써 이곳에는 동네 어른, 아이들과 서울이나 대구에서 다니러 온 선남선녀들로 빼곡했다. 우리 동네는 워낙 커서 편담, 가운데 담, 안담으로 나뉘.. 2015. 9. 24.
[에피소드] 지렁이잖아! 과년한 딸이 결혼하면 근심·걱정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일시적인 착각이었다. 그래도 밝은 면이 더 많아졌으니 축복받은 일 아닌가. 나와 아내의 생일이 2주 간격이라 아들네가 외식에다 선물까지 챙겼는데, 올해부터는 내 생일은 아들네가, 아내는 딸네가 챙겨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즐거운 날이 배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이 딸네가 집으로 초대한 날이었다. 하루 전에 사위까지 반차를 내서 음식물을 장만했다고 하여 기대가 컸는데, 마침 주말농장을 가꾸어 놓았다고 해서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자동차로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 같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서울의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주차장을 벗어나 농장으로 가고 있자니 아들 가족이 정문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를 발견한 손자가 “.. 2015. 8. 24.
[에피소드] 병하고 친구 하라니 전철경로석에 앉은 노인들의 새끼손가락이 손바닥 쪽으로 굽은 여성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골절이 된 결과일 거라며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최근에 내 왼쪽 새끼손가락이 15도 정도 굽게 되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며칠간을 그대로 지켜보다가 살이 뭉쳐서 부푼 부분을 주물기도 하고 반대쪽으로 굽혔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하니 5도 정도로 회복되는 것 같았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변하면서 신경이 쓰인다. 좀 심하게 만지면 통증도 느끼게 되어 같이 헬스 하는 여성 분에게 보여줬더니 자기도 10년 전에 그런 현상이 있어 쑥 찜질을 하고 침을 맞았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한의사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그렇다고 한의원을 찾으려니 침이 두렵고, 외과를 가자니 저번처럼 퇴행성이라고 .. 2015. 8. 17.
[에피소드] 월요일엔 뭘 하지? “홈런타자, 김우열!” 짝짝~짝짝짝~! 어느 일요일 오후, 나의 왼쪽무릎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오른쪽에는 네 살배기 딸아이가 앉아, 흑백TV가 중계하는 OB:삼성의 야구경기를 보면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OB를 응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아들은 OB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하여 청과 홍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파란재킷을 걸치고는, 시도 때도 없이 “홈런타자, 김우열!”을 부르짖고 다녔다. 그 열기도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시들해지니, 나 역시도 야구에서 멀어졌다. 가끔 시간 죽이기로 중계방송을 본 적이 있고,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의 자격으로 연고전이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찾아 일 년에 한 번 함성을 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김성근 씨가 3년간이나 꼴찌를.. 2015. 6. 24.
[에피소드] 야구와 고사리손 밥만 먹고 나면 야구공 하나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묵직한 야구공은 살 돈은 없어, 학교 근처 체육사에서 야구공 모양을 한 테니스공을 샀었지요. 선수들이 던지는 커브 슬라이브를 유심히 봐두었다가 써먹는다며 엄지손가락과 검지 가운뎃손가락을 그럴싸하게 만들고 나서, 멋진 폼으로 포수를 향해서 던졌습니다. 하지만 커브나 슬라이브는 궤적부터 다른 공인데 항상 똑같이 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야구공을 가지고 실밥을 잡고 손목을 사용하는 공들이었지만 고사리손으로 흉내만 내다보니 그 공이 그 공이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시작한 경기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2015.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