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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49

[에피소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네 손자가 뜬금없이 "할아버지, 속담 이어가기 하자. 내가 먼저 할게."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 갑자기 머리가 멍멍한 게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다. "할아버지 뭐하는 거야. 심심해! 딱지치기하면 안 될까?" 꾸물대는 내 손을 잡아 끌고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여러 번 해본 숙달된 솜씨인지라 능숙하게 두꺼운 패드를 깔고 딱지를 10장씩 두 패로 나누는 손자에게 “학교서 받은 상장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가져왔냐?” 하니 며느리 가방을 뒤지더니 비닐커버 속에 넣은 상장과 금장트로피를 끄집어내어 보여준다. 표창장 1장과 상장이 2장, 그리고 공차.. 2017. 7. 25.
[에피소드] 어금니 안녕! 병원을 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치과는 가장 싫어한다. 한때는 큰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이가 많았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 치과에 가면 다 돈이라는 생각으로 아픈 것을 참고 참다가 결국 못 버텨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 요즈음은 과거와는 달리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비용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치과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엄습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한때 나는 치과와 문을 닫고 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를 처음 찾았던 것이 고등학교 때였으니, 나의 치아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건강을 자신하던 이.. 2017. 7. 18.
[에피소드] 사랑의 손 어렸을 때 나는 유난히 허약한 체질이었다.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올 때는 옆집부터 들러서 내가 살아있는지를 물어보곤 했다니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이 가리라. 게다가 잦은 배앓이로 방안을 뒹굴기 일쑤였다. 더러는 벽장 속 깊이 숨겨둔 꿀이나 곶감을 먹고 싶어서 꾀병 앓이를 할 때도 있었지만 진짜로 아파서 뒹굴 때가 더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어디 보자. 내 손이 약손이제.”하시며 배를 문질러 주시곤 했는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통증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머리도 자주 아팠는데,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지독한 두통이었다. 이럴 때의 할머니는 평소와는 다른 무서운 얼굴로 변했다. 나를 마당 한가운데 무릎 꿇게 하고는 한 손에 부엌칼을, 다른 손에는 음식이 담긴 바가지를 드셨다. 음식물을 휘저은 칼.. 2017. 7. 11.
[에피소드] 힘들 때는 노래를!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신다. 특히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신다. 척박한 대지 위에 집을 짓고 외양간을 만들어 소를 키우던 시절에도, 엄마의 벗은 노래였다. 힘들 때마다 엄마의 노랫소리는 끝나지 않고 내내 이어졌었다. 그때는 몰랐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 왜 노래를 부르셨는지를.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두세 살 어린 친구들과 군대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함께 뛰어도 그 친구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무거운 짐을 들 때마다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뜨거운 한여름에 시작한 군 생활은 더위와도 함께 싸워야 하는 악전고투였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연신 훔치다 흙바닥에 뒹굴고 달릴 때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못 깨어날 정도였다. 그런 어려운 환경 .. 2017. 7. 4.
[에피소드] 반달 케이크 따르릉 전화가 왔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형님의 전화였다. “동생아, 형이 며칠간 머리 좀 식히러 가야겠다. 잠시 가게 좀 봐주라.” 한다. 안 한다는 대답도 하기 전에 형님은 다시 “좋은 횟감 잡아 올게.” 라며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먼저 내놓으셨다. 낚시광 본능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러지요.” 짧게 대꾸를 했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기쁨의 환호성이 제법 크게 들렸다.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며칠 후에 형님을 보내고, 고시원 사무실을 지키게 되었다. 깔끔하다고 자부하던 형님이었지만, 책상에 쌓인 먼지 하며,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쓰레기통은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자 해야 할 일이 줄줄이 .. 2017. 6. 21.
[에피소드] 사파리 투어 동기생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기웃거리다가 ‘아프리카 30일 배낭여행’을 발견하고, 수많은 동물사진을 보면서 미지의 세계에 동참하게 되었다. 70대에 아프리카라. 드넓은 초원에 기린과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거닐고, 사자의 표독스러운 모습 옆에 반바지 차림의 친구가 못내 부럽다. 가끔 1박 2일 모임 때도 새벽에 1,111m의 황악산을 단숨에 다녀오던 그였다.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했지, 건강이 걱정되어 나서지를 못했는데…. 신념과 건강이 부럽다.’고 댓글을 달았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제일 앞자리에 들어갔을 아프리카 여행. 그중에서도 사파리 투어는 두고두고 여한이 남는다. 이참에 에버랜드라도 다녀올까. 무료입장권도 있는 데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다음날 부부가 나들이에 나섰다. 여행주간이.. 2017.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