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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57

[에피소드] 달걀흰자와 닭 가슴살 일과를 거의 마쳐가고 있을 때쯤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형 난데요,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와 주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와 보면 알아요!” 후배 해준이가 저녁 식사 초대를 한 것이었다. 평소 삼겹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친구라 넌지시 한 가지를 물어봤다. “해준아, 삼겹살 좀 사 가랴?” “그냥 오이소! 삼겹살 사 오면 안 돼요.” 뜻밖이었다. 저녁 식사 초대에 빈손으로 가면 머쓱할 듯싶어 물어봤는데, 뜻밖에 단호한 대답에 잠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빈손으로 오이소!” 과연 무슨 일일까?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던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후배의 집으로 향했다. 해준이는 뭐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집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뭐가 그리 좋으.. 2017. 11. 17.
[에피소드] 빨강 지붕 VS 아파트 단지 유럽 특히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고성에서 내려다보거나 고속도로에서 마주치는 지붕이 빨간색으로 뒤덮인 광경을 ‘동화 속 작은 마을’로 부르고 싶었다. 그런 광경은 보고 또 보아도 감동적이니 어쩌면 좋으랴! 홈쇼핑의 여행상품을 보다가 설렘을 이기지 못하고 내일이라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끼고 빨강 지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발칸의 ‘크로아티아’다. 그 풍경에 매료되어 안내하는 대로 여행경비 일체를 일시불로 결재 - 보통은 예약금으로 30만 원을 내고 확정되면 나머지를 낸다 - 했다. 그러나 한 여행사로부터는 해피콜을 받고 다른 곳은 인터넷에서 확인한 결과, 내가 원하는 여행 조건이 아니라 취소했다. 발칸 지역으로 가는 국적기나 직항편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결격사유다. 모스크바항공이나 .. 2017. 11. 10.
[에피소드] 들기름 요즘 들어 부쩍 아침 식사 횟수가 늘어났다. 아침밥과 함께하는 귀여운 녀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음식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지만 한 끼 때우기엔 금상첨화라 빼먹지 않는다. 고소한 향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몸에 좋다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그것은 바로바로 ‘들기름’이다. 들기름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영상이 함께 떠오른다. 널따란 깻잎 밭도 생각나고 추수하고 난 뒤 들깨를 털기 위한 파란색 호루도 친근하다. 더불어 들깨 알알을 얻기 위해 사용했던 키도 참 정겹다. 코끝을 자극하는 들기름을 음미하면서 한 숟가락 가득 따라 밥 위에 골고루 끼얹고 한 숟가락 더 따라 밥 위에 얹고 나면 하얀 쌀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여기에 간장 한 숟가락이면 맛있는 식사 준비는 완료되고, 숟가락으로 위아래 아래위로 섞어.. 2017. 10. 24.
[에피소드] 삼청공원 6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기억한다. 삼청공원에서 ‘BOOK CROSSING’을 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아침 일찍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인터넷에서는 역을 나와서 15분 거리라고 했는데 초행길이라 묻고 물어가느라 35분이 걸렸다. 더구나 2시에 행사가 끝나야 ‘BOOK CROSSING’이 가능하다고 게시되어 있어서 공원 내를 한 바퀴 돌고는 그냥 돌아왔다. 그 뒤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실내에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공원을 다녀오는 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비가 오지 않거나 약속이 없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그곳을 다녀오곤 한다. 얼마 전부터 삼식이를 벗어나기 위해 아침 식사를 두유와 빵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공원을 찾는 날은 정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칼로리가 부족한지 12시 가까이 되면 허기가.. 2017. 10. 13.
[에피소드] 벌초를 하면서 지난 토요일 오전, 하필이면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태풍이 남해까지 다가와서 내일까지 많은 비가 오리라는 예보다. 우비를 걸치고 장화를 신고서 동생 뒤를 따랐다. 동네를 휘도니 오랜만에 보는 맨드라미며 샐비어가 반긴다. 하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간단한 벌초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님의 쌍분을 찾아 동생이 예초기와 낫으로 깎아 놓으면, 나와 조카는 갈퀴로 끌어서 한쪽으로 모으는 일을 한다. 가까이 있는 조부 묘역까지 끝내고는 준비해간 술과 다과를 차려놓고 절을 올린다. 작은할머니 산소는 멀기도 하다. 할머니가 두 분이라 할아버지 묘를 중심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모시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그냥 걷기에도 힘이 든다. 앞서가는 동생이 낫으로 우거진 잡초와 칡넝쿨을 쳐내고 가지를 자르지만 작년에 간.. 2017. 9. 29.
[에피소드] 선물 며칠 전 엄마와 가까운 마트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아서 짐꾼으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집까지 걸어오게 되었는데, 마침 양말이 여러 켤레가 놓인 상점을 지나게 되었다. “양말도 사야 하는데….” 말꼬리를 흐리며 이 양말 저 양말을 훑어보셨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셨는지 오래 머물지 않으셨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가 잘 가시던 전통시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단골 양말가게를 지나게 될 때쯤 ‘양말을 사야 하는데….’하던 엄마의 혼잣말이 떠올랐다.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 손에 쥐고 양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때는 여름이라 통풍이 잘되는 양말이면 좋겠다 싶어 발등이 시원한 양말로 몇 가지를 골랐다. “누구 주려고?” 후덕한 인상을 하신 .. 2017.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