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46 [에피소드] 힘들 때는 노래를!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신다. 특히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신다. 척박한 대지 위에 집을 짓고 외양간을 만들어 소를 키우던 시절에도, 엄마의 벗은 노래였다. 힘들 때마다 엄마의 노랫소리는 끝나지 않고 내내 이어졌었다. 그때는 몰랐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 왜 노래를 부르셨는지를.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두세 살 어린 친구들과 군대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함께 뛰어도 그 친구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무거운 짐을 들 때마다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뜨거운 한여름에 시작한 군 생활은 더위와도 함께 싸워야 하는 악전고투였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연신 훔치다 흙바닥에 뒹굴고 달릴 때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못 깨어날 정도였다. 그런 어려운 환경 .. 2017. 7. 4. [에피소드] 반달 케이크 따르릉 전화가 왔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형님의 전화였다. “동생아, 형이 며칠간 머리 좀 식히러 가야겠다. 잠시 가게 좀 봐주라.” 한다. 안 한다는 대답도 하기 전에 형님은 다시 “좋은 횟감 잡아 올게.” 라며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먼저 내놓으셨다. 낚시광 본능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러지요.” 짧게 대꾸를 했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기쁨의 환호성이 제법 크게 들렸다.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며칠 후에 형님을 보내고, 고시원 사무실을 지키게 되었다. 깔끔하다고 자부하던 형님이었지만, 책상에 쌓인 먼지 하며,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쓰레기통은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자 해야 할 일이 줄줄이 .. 2017. 6. 21. [에피소드] 사파리 투어 동기생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기웃거리다가 ‘아프리카 30일 배낭여행’을 발견하고, 수많은 동물사진을 보면서 미지의 세계에 동참하게 되었다. 70대에 아프리카라. 드넓은 초원에 기린과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거닐고, 사자의 표독스러운 모습 옆에 반바지 차림의 친구가 못내 부럽다. 가끔 1박 2일 모임 때도 새벽에 1,111m의 황악산을 단숨에 다녀오던 그였다.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했지, 건강이 걱정되어 나서지를 못했는데…. 신념과 건강이 부럽다.’고 댓글을 달았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제일 앞자리에 들어갔을 아프리카 여행. 그중에서도 사파리 투어는 두고두고 여한이 남는다. 이참에 에버랜드라도 다녀올까. 무료입장권도 있는 데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다음날 부부가 나들이에 나섰다. 여행주간이.. 2017. 6. 14. [에피소드] 마음껏 하세요 나는 오지 중에서 오지인 첩첩산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는 집에서 10리 길로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신작로를 걸어서 다녔다. 할머니는 멀리서도 손자 모습이 보이는 모실방우까지 자주 마중 나오셨다. 손자가 할머니를 발견하고 뛰어오면, 자세를 낮추어서 껴안고는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아이고! 내 강생이가 핵교 다녀왔구나!” 하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내게는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와 그보다 네 살이 어린 손녀가 있다. 손자가 태어나던 날, 병원에서 아이를 유리창 너머로 보았다. ‘생명의 탄생’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자녀가 낳은, 나의 대를 이을 나의 분신이라는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손자(손녀)가 태어나면, 보고 싶을 때 보고 만지고.. 2017. 5. 17. [에피소드] 만화책 만화책을 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매달 발행된 연재만화를 사보기 위해 엄마가 주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다. 만화책이 서점에 놓이는 날이면, 학교 끝나기 무섭게 만화책을 사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갔다. 두툼한 만화책에는 10여 가지 이상의 만화가 연재되곤 했다. 집에까지 가서 보는 것을 참지 못해, 집으로 가는 길에 손에 들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 가지 만화가 함께 있다 보니, 재미있을 만하면 꼭 끊어서 다음 편을 사도록 만들었다.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설렘 뒤에는 꼭 남았다. 보물섬을 다 보고 나면, 남은 한 달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시험 없는 주말이면 친구를 따라 만화방에 갔다. 처음 만화방에 들어서던 날, 수많은 만화책으로 빼곡하게.. 2017. 5. 10. [에피소드] 일상의 기적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친구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던 터라 어쩔 .. 2017. 4. 19.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