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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숨은그림찾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7. 3. 29.


나에게는 재미있는 취미 하나가 있다. 숨은그림찾기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혹은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숨은그림을 찾느라 열중한다. 숨은그림찾기를 언제부터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숨은그림찾기가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오로지 숨어 있는 그림을 찾는, 온 정신을 다 쏟을 수 있다는 그 점이 참 좋다.


보통 5개, 많게는 10개의 숨은 그림을 숨겨 놓고 찾게 된다. 숨은 그림을 많이 하다 보면 숨어 있을 만한 자리를 먼저 보게 되고, 그 자리를 집중해서 보다 보면 세밀하게 숨겨져 있는 팽이, 수저, 비행기, 새 등을 찾아내곤 한다. 그 숨겨진 대상을 찾아낼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숨어 있는 그림을 금방 찾아냈습니다 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펜으로 찾은 대상에 여러 번 동그라미를 친다.


그런데 문제는 남은 한두 개의 숨은 그림이다. 5개 중 한 개 혹은 10개 중 한두 개 정도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숨은그림찾기를 만드는 이의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10분 동안 들여봐도 나타나지 않을 때는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혹시 잘못 만들어진 게 아닐까?’ 스스로 의심을 하게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숨은그림찾기 책자를 뒤집어 살펴보기도 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어보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빼먹은 것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 숨은그림이라면 약이 바짝바짝 오른다. 찾던 것을 그만두고 책자를 덮어버린다. 더는 찾다간 얼굴이 빠알갛게 달아오르고 맥박수가 2배로 빨라 질 거 같아, 일단 후퇴를 고한다. 그러나 못 찾은 숨은 그림 하나는 온종일 머릿속을 뱅뱅 돌아 찜찜함으로 남는다.


다시 집중력이 생겨나고 숨은그림찾기에 대한 열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하면, 그때 한 개의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다. 한 시간이 흘러 뚫어지게 책자를 응시하다 보면 정말 어이없는 곳에서 마지막 숨은 그림은 나타나곤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엉성하게 숨어 있는 것을 보면서 허탈함 마저 들곤 한다.


그런데 그것은 모든 숨은 그림을 찾고 나서 드는 긴장 이완이 더 올바른 표현일 수 있겠다. 금메달을 향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고 마침내 결승전에 올라 마지막 경기까지 이기고 났을 때 금메달의 기쁨보다는 모든 게 끝났다는 허망함이 더 컸다는, 어떤 이의 인터뷰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늘은 어떤 그림들이 어떤 곳에 꼭꼭 숨어 있을지 숨은그림들을 매섭게 노려 보려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