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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4

[에피소드] 밥상머리와 무릎교육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식사문화는 낯부끄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들거나 어지럽게 뛰어다녀도 나무라는 부모를 찾아보기 드물다. 간혹 누군가 아이를 제지하기라도 하면 부모가 나서 아이 편을 들기 일쑤다. 부모는 ‘내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녀의 식당활보를 방치하고, 종업원은 손님을 자극하면 매상이 떨어질까 봐 못 본 척한다. 그 사이에 아이는 점점 더 무례해지고 거칠어져 가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예절 중에서도 식사예절을 중시했다. ‘밥상머리교육’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나의 삶 깊숙이 식사예절이 자리 잡고 있다. 식사마다 할아버지와 맏손자인 내가 겸상을 했으며, 나머지 식구들이 둥근 상에 둘러앉고 머슴은 윗목에 자리 잡았다. 어머니는 부족한 밥이나 찬을.. 2015. 11. 16.
[에피소드] 지구가 둥글잖아요 지난번 딸네 집에서 만난 손자에게 봉투를 내밀면서 말했다.“이 돈 가지고 맛있는 것 사 먹고 할아버지한테 얘기해줄래?”노란색 할머니를 세어보더니 금방 얼마인지를 알아차린다. 올 초 ‘모두의 마블’이라는 장난감을 사주었더니 올 때마다 보따리를 싸와서는 시도 때도 없이 성가시게 한다. 손자는 아들과 며느리하고도 가끔 즐기기 때문에 규칙을 줄줄 외우는 터라 자주 헷갈리는 내가 밥이 된다. 한번 게임을 하는데 1시간 반이 걸리므로 시간 보내기에 그만한 놀이가 없는 데다가 게임 진행을 돈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5개월이 지난 요즈음은 할머니보다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다.“한국 돈을 거기 가서 어떻게 쓰라는 거야?”“엄마가 바꾸어 줄 거야.” “할아버지 선물은 뭐로 사 올까?” “내 것은 안 사도 되지만 친구들과 동생 .. 2015. 11. 10.
[에피소드] 모기와의 전쟁 곤하게 잠자고 있는 새벽, 여기저기 가려워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불을 켰다. 다리와 팔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모기였다. 한여름이 다 지났기에 이제는 모기 걱정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탓에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심심치 않게 모기를 발견하고는 ‘추워서 들어 왔나 보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잠시 열어놓은 방문 틈을 비집고 들어 온 모양이었다. ‘아! 그때 다 잡았어야 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더 자야 내일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3~4군데 모기 물린 자국을 보니 모기를 꼭 잡고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려운 팔과 다리를 긁으며 둥그.. 2015. 11. 2.
[에피소드] 추억의 노래잔치 에너지가 철철 넘치던 때의 일이다. 추석을 맞아 시골집에 내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자니 목소리가 울렸다. “아~에~동민 여러분~! 예고해드린 대로 내일 3시부터 한송정에서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하오니 동민은 물론 차례를 지내려고 고향에 오신 분들도 빠짐없이 참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부터 이장님께서 확성기로 홍보를 해 와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노래자랑이 열릴 날만 기다린 것 같았다. 추석 당일, 점심을 먹고 나니 마을 앞 개천 옆에 있는 한송정에서 새마을 노래가 연이어 들려왔다. 우리 형제도 나락을 팔아 사온 신발과 새 옷들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벌써 이곳에는 동네 어른, 아이들과 서울이나 대구에서 다니러 온 선남선녀들로 빼곡했다. 우리 동네는 워낙 커서 편담, 가운데 담, 안담으로 나뉘.. 2015. 9. 24.
[에피소드] 지렁이잖아! 과년한 딸이 결혼하면 근심·걱정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일시적인 착각이었다. 그래도 밝은 면이 더 많아졌으니 축복받은 일 아닌가. 나와 아내의 생일이 2주 간격이라 아들네가 외식에다 선물까지 챙겼는데, 올해부터는 내 생일은 아들네가, 아내는 딸네가 챙겨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즐거운 날이 배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이 딸네가 집으로 초대한 날이었다. 하루 전에 사위까지 반차를 내서 음식물을 장만했다고 하여 기대가 컸는데, 마침 주말농장을 가꾸어 놓았다고 해서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자동차로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 같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서울의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주차장을 벗어나 농장으로 가고 있자니 아들 가족이 정문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를 발견한 손자가 “.. 2015. 8. 24.
[에피소드] 병하고 친구 하라니 전철경로석에 앉은 노인들의 새끼손가락이 손바닥 쪽으로 굽은 여성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골절이 된 결과일 거라며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최근에 내 왼쪽 새끼손가락이 15도 정도 굽게 되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며칠간을 그대로 지켜보다가 살이 뭉쳐서 부푼 부분을 주물기도 하고 반대쪽으로 굽혔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하니 5도 정도로 회복되는 것 같았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변하면서 신경이 쓰인다. 좀 심하게 만지면 통증도 느끼게 되어 같이 헬스 하는 여성 분에게 보여줬더니 자기도 10년 전에 그런 현상이 있어 쑥 찜질을 하고 침을 맞았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한의사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그렇다고 한의원을 찾으려니 침이 두렵고, 외과를 가자니 저번처럼 퇴행성이라고 .. 2015.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