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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따로국밥

by 앰코인스토리 - 2017. 2. 15.


고향이 댐공사로 수몰되는 바람에 보상문제를 해결하려고 시골에 갔다가 국밥집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었다. 한 식탁에 할머니 혼자 국밥을 드시기에 합석을 하자며 양해를 구하였다. 할머니는 밥 따로 고기국 따로인 따로국밥을 들고 계셨다.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국은 한쪽에 밀어 놓고 밑반찬에 밥만 드셨다. 다른 곳에 밥집이 있는데 왜 국밥집에 와서 밥만 드시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밥을 다 드신 할머니가 등에 진 가방을 내려 그 속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었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국을 비닐봉지에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다 쏟아 담았다. 한 겹 더 봉지로 싸더니 가방에 넣고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나가시는 것이다.


궁금증을 풀려고 주인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요즈음 농촌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혼자 아니면 노부부만 사는 집이 많아요. 힘든 농사일 때문에 대부분 관절 계통의 질병을 앓고 사시지요. 아마도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주려고 고깃국을 챙긴 모양입니다. 돈이 아까워서 한 그릇 가지고 두 분이 한 끼를 때우는 거지요.” 불현듯, 어제 동생한테서 들은 이야기도 떠오른다. “우리 동네에 노부부만 사시는 분이 있는데 자식들이 합세하여 지난겨울에 전기 코일 난방을 해드렸어요. 원래 온돌이 있었는데 자식들이 나무하는 것을 염려하여서 해드린 것이지요. 편하게 따뜻하게 겨울을 나시라는 염원으로 놓아드린 것인데, 노인네는 냉골이 된 방에서 떨면서 겨울을 나고 계신답니다.”


하기사,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셨다. 동생이 기름보일러로 교체해 드렸더니 냉방으로 지낸다시기에 전기장판을 보내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켜고 아버지는 끄는 것’으로 평생을 티격태격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닐 터이고 기름값은 자식들이 추렴하여 드리는데 그 돈이 너무 아까워서란다. 길바닥에 떨어진 검불 떼기만 주워서 때도 따뜻한 겨울을 날 터인데…. 도시에 사는 자식들은 농촌의 어르신들이 ‘편하고 따뜻하게 겨울나는 법’을 모른다. 진짜로 모른다.


글 / 사외독자 이성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