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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반달 케이크

by 앰코인스토리 - 2017. 6. 21.


따르릉 전화가 왔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형님의 전화였다. “동생아, 형이 며칠간 머리 좀 식히러 가야겠다. 잠시 가게 좀 봐주라.” 한다. 안 한다는 대답도 하기 전에 형님은 다시 “좋은 횟감 잡아 올게.” 라며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먼저 내놓으셨다. 낚시광 본능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러지요.” 짧게 대꾸를 했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기쁨의 환호성이 제법 크게 들렸다.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며칠 후에 형님을 보내고, 고시원 사무실을 지키게 되었다. 깔끔하다고 자부하던 형님이었지만, 책상에 쌓인 먼지 하며,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쓰레기통은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자 해야 할 일이 줄줄이 사탕처럼 계속 나왔다. 주방까지 청소를 다 마칠 때쯤, 식사를 하기 위해 냄비를 하나 들고 들어서는 이가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이 얘기 저 얘기 몇 마디를 건네게 되었다. 한국말이 서툰 조선족 아저씨였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자신이 하는 일을 얘기해주었다. 사무실을 오래 비워 둘 수 없었기에 긴 시간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는 말까지 해주고는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6시가 막 넘었을 때쯤,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자, 전날 주방에서 마주쳤던 아저씨가 일을 마치고 귀가한 모양이었다. 한 손에 들린 까만 봉지를 통째로 내밀었다. “드세요!” 하시면서. “이게 뭐예요?” “공사장에서 새참으로 나왔던 빵을 모아 온 겁니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는 이들이 없으면 다 버려지는 거라 아까워서 내가 다 가지고 왔습니다.” 아저씨의 손이 부끄러울까 싶어서 서둘러 봉지를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어제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에 보답이나 한다는 생각에 챙겨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봉지 안에는 초코파이, 반달케이크, 보름달 빵 등 서너 가지의 빵들이 담겨있었다. 저녁 전 출출했었던 터라 초코파이를 하나 꺼내어 먹기 시작했다.

봉지 안에서 뒤섞여 있던 탓이었을까. 부스러기가 많이 생겨나있었다. 내가 그분에게 해준 것은 보잘것없는 친절이었다. 몇 마디 말을 건네고 잠시 들어준 것이 다였다. 하지만 타향살이를 하고 있었던 그분에게는 큰 친절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비록 생채기 난 빵들이었지만 모아서 가져다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모양이다. 전혀 꿈꾸지 않았던 일상의 작은 감동이었다. 고시원 형님이 고시원을 잠시만 봐줘! 할 때마다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이랴. 그날 저녁은, 마음이 담뿍 담긴 빵을 먹고 또 먹으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