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일상다반사1060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멸치를 따라서 방바닥에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신문 몇 장을 폈다. 그 위로 다시 멸치 한 박스를 좌르륵 쏟았다. 모국에 왔다가 시드니로 돌아올 때마다 멸치 손질은 빠질 수 없는 출국 퍼포먼스가 되었다. 4년 전 봄에도 애써 발라가지고 온 두 뭉치의 멸치를 두고두고 잘 먹었다. 그때는 멸치 대가리가 버리기 아까워 따로 담아 가져왔지만 이번엔 포기했다. 공항 검역의 날카로운 눈에 괜한 시비 거리로 거슬렸다가는 자칫 몸통마저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딸아이랑 마주 앉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손만 바쁘게 움직였다. 무심한 척했지만 며칠 있으면 헤어지는 딸과 그동안 망설이며 못한 이야기가 맴돌고 있었다. 모녀의 속심이 어딘가에 꽂혀 있다가 날 것 그대로 뚫고 나와 찔린다 해도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다. 심.. 2022. 11. 9. [포토에세이] 지리산, 가을에 취하다! [포토에세이] 지리산, 가을에 취하다! 지리산의 가을에 취하다. 가을. 모든 이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의 끝자락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잠시나마 상념에 잠겨보며 지리산 겨울을 기다려본다. 촬영지 / 지리산 글과 사진 / K4 제조3팀 김대봉 수석 2022. 11. 2. [글레노리 노란우체통] 손 유리 벽에 드디어 유리 창문이 생긴다. 창문으로 소슬바람과 목향이 와락 안긴다. 유리 닦던 딸아이의 청량한 웃음소리도 창틀을 넘어오고, 큰 유리를 잘라내고 창틀을 끼워 넣던 곤돌라 위 직원도 허리를 펴더니 웃는다. 곤돌라가 흔들릴 때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높아갔다. 한 시간가량 씨름이 끝났다. 답답했던 방에 근사한 숨구멍이 생겼다. 마무리를 끝낸 직원들이 차에 올랐다. 우리는 숙제 하나 끝낸 가벼운 마음으로 배웅을 했다. 그때 곤돌라 위에서 일하던 직원이 차에서 뛰어 내려오더니 “손 한 번만 잡아봅시다.”하며 딸애에게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이도 흔쾌히 내민 손을 잡았다. 가을꽃이 흔들린 듯. 처음 만난 사람들이 겨우 한 시간 동안 무엇이 통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손을 잡아보자 하는 걸까, 만.. 2022. 10. 27. [포토에세이] 팀장님을 응원합니다! 황찬하 팀장님,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팀장님의 은퇴라는 새로운 시작점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더 멋진 인생이 펼쳐지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팀장님을 사랑하는 후배 일동 사진과 글 / K4 제조부문 제조3팀 염연이 사원 2022. 10. 25. [포토에세이] 가을동화 속에 퐁당 [포토에세이] 가을동화 속에 퐁당 따갑게 작렬하던 여름 태양이 단풍잎과 꽃들 속에 체포되었나 봅니다. 망중한을 즐기며 동네를 거닐수록 가을동화 속에 퐁당 빠진 느낌입니다. 촬영일 / 10월 촬영지 / 광주광역시 효천지구 글과 사진 / K4 품질보증부문 오현철 수석 2022. 10. 18. [에피소드] 돌탑 언젠부터인가 산을 오르는 입구 부근에 돌탑이 만들어졌습니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를 닮은 듯한 모양으로 넉넉하고 푸근해 보였습니다. 공들여 쌓아 비바람에도 끄덕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주 후 다시 마주한 돌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망그려져 있었습니다. 며칠 전의 날씨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비바람이 심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나무들도 뿌리째 뽑힐 정도의 심한 바람이라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산길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자, 잔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빗물 자욱이 선명한 곳은 바윗돌이 드러날 정도로 흙이 쓸려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산마루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마에 흐르던 땀을 수건으로 재빨리 훔쳐냈습니다. 이윽고 다른 .. 2022. 10. 11.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1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