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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1060

[에피소드] 뽀얀 국물 겨울에는 뼈를 푹 고아 진한 국물 한 사발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옆집 아저씨가 잡뼈 몇 개를 나누어 주셨다. 사골이나 족을 사려고 했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그보다 저렴한 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사골에는 못 미치지만 잡뼈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만 받겠다고 몇 번을 거절했지만, 아저씨는 한사코 내 손에 뼈가 담긴 봉투를 쥐여 주셨다. 이웃은 콩 반쪽 나누는 사이라는 평소 지론을 다시 한번 피력하셨다. 참 오랜만에 해보는 일이라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엄마라도 곁에 계시면 물어보던지, 아니면 엄마가 하시는 것을 지켜볼 텐데 엄마는 누나네로 놀러 가신 터라 내 스스로 해야만 되는 일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냉동실에 밀어놓고 엄마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문을.. 2022. 12. 29.
[포토에세이] 함박눈 [포토에세이] 함박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함박눈이 내린다. 어릴 적 이렇게 눈이 내리면 약속이나 한 듯 밖에 나와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촬영일 / 12월 촬영지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글과 사진 / K4 제조5팀 강춘환 수석 2022. 12. 27.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블루도 힘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면 넘치는 햇살에 딱딱하게 마른 열매들이 바닥에 뒹구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사진에서 보았던 구리빛 피부,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가 한없이 펼쳐진 해변 때문일까. 금방 짜낸 오렌지 즙이 담긴 주스 광고를 보고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황금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이국적인 풍경은 필시 TV 속에만 있는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상상을 했었다. 그 플로리다에서 쓸쓸한 바람 한 줄이 불어왔다. 한 줌의 주저함조차 없이 지구 반대편까지 불어온 아침 전화, 급하고 급했나 보다, 받자마자 가라앉은 목소리가 바로 흘러나왔다. 등을 일으켜 머리를 묶고 커튼을 벽 쪽으로 밀었다. 창밖에는 녹색 잎사귀들이 거의 목까지 촘촘하게 차올랐다. 내가 사는 .. 2022. 12. 22.
[포토에세이] 온 세상이 은빛놀이터 [포토에세이] 온 세상이 은빛놀이터 오랜만에 눈다운 눈이 내려 동네 꼬마들은 신이 났습니다.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이글루도 만들고, 눈썰매도 마음껏 탈 수 있었습니다. 남도는 지금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 상태인데 눈이 자주 내려 해갈도 되고 추억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촬영일 / 12월 촬영지 / 광주광역시 효천지구 글과 사진 / K4 품질보증부문 오현철 수석 2022. 12. 20.
[포토에세이] 안녕? 가을. 안녕! 가을. [포토에세이] 안녕? 가을. 안녕! 가을. 수도권에 눈이 온 오늘, 지난가을 끝자락에서의 사진을 꺼내 봅니다. 지난 11월 K5 등산동호회와 함께 찾은 명성산 억새바람길입니다. 지금은 모두 져버렸지만, 내년에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남은 2022년을 잘 보내고 힘차게 2023 새해를 맞이하려 합니다. 촬영지 / 경기도 포천 명성산 글과 사진 / K5 자동화기술팀 송진수 수석 2022. 12. 9.
[에피소드] 내복 12월에 접어들자마자 몰라보게 추워졌다. 한낮에는 영상으로 올라간다는 보도를 듣고 외출을 하려다 문밖으로 서너 걸음 떼다가 도로 들어와야 했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가 시베리아 바람 저리가라였다. ‘진짜 영상이 맞는 거야?’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으셨는지 엄마도 한마디를 거드셨다. “그것 봐라. 오늘 추울 거라 했지?” 엷은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방문을 닫고 들어가셨다. 한 해 한 해가 다르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추위와 맞서는 게 자신이 없어진다. 롱 패딩으로 온몸을 감싸 안은 후에 다시 신발을 신었다. 중무장을 한 탓일까? 온몸이 후끈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찬바람도 마주치자 옷 속 이곳저곳으로 냉기가 스며들었다. 팔짱을 끼며 최대한 온몸을 움츠렸다.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보려 애썼다. 12.. 2022.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