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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1139

[에피소드] 열풍기 몇 해 전, 겨울의 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막냇동생은 TV 홈쇼핑을 통해 열풍기를 구매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열풍기 인기가 사그라들자 동생의 창고 방에 쓸쓸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게 안타까워 동생을 졸라 두 개를 가지고 왔다. 딱히 필요하겠나 싶었지만 혹시라도 쓰임새가 있을 듯싶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었다. 까만 봉투 안에 담겨 한여름과 시원한 가을을 보내는 바람에 한동안 열풍기 생각을 까맣게 잊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밤, 창틀을 막아도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에 몸도 마음도 추워 눈만 내놓고 자야 하는 순간이 오자, 잊고 있었던 열풍기가 떠올랐다. 히터나 난로와 비교하면 너무 작아 힘이나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까만색 열풍기를 콘센트에 꽂았.. 2022. 1. 25.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잉어 두 마리 몇 년 전, 시드니 남서쪽에 있는 피크닉 포인트를 지나는 길이었다. 안성 연리지와 닮은 저수지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웠다. 수면 위로 노랑 꽃잎이 달린 수초가 잡힐 듯 널리 퍼져 있었는데 여간 평화로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멈춘 발길이 내처 물가까지 내려가 잠시 그 평화 옆에 서 있자니 문득 한 줌을 뽑아 집으로 가져가선 이 기쁨을 길게 누려보고 싶어졌다. 마침 주변에 지나가는 이도 없고 한두 뿌리 가져간대서 풍경이 망가질 것 같지도 않았다. 긴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두어 뿌리를 끌어당겨 움켜쥐었다. 그리고 물기가 마르지 않도록 종이로 감아 싸고 비닐봉지에 담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뒤편에 있는 소담지 위에 띄웠다. 소담지는 내가 지어준 못 이름이다. 못 위에 뜬 수초를 즐기는 한편 오리들의 등쌀.. 2022. 1. 12.
[에피소드] 귐딩이 외손자가 지난달에 돌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한정식당에서 가족끼리만 조촐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여러 벌의 색동옷을 입히고 벗기느라 손자를 괴롭혔는지 많이도 칭얼거린다. 드디어 돌잡이 행사. 어미는 청진기를 유도하고 손자는 판사 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졌는지 참았던 울음보를 터트렸다. 한정된 시간이라 손자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모두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보름이 흘러간 지난 토요일이 할머니의 생신이라 제대로 된 손자의 묘기를 접하게 되었다. 매일 보내주는 동영상을 보니, 거실에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직사각형의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서 돌아다니고 장난감 놀이를 하거나 울타리를 오르고 내리는 게 일과였다. 현관을 들어서면서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어미.. 2021. 12. 30.
[포토에세이] 둔동마을 숲정이의 겨울 [포토에세이] 둔동마을 숲정이의 겨울 500여 년 전부터 조성된 전남 화순군 동복호 주변의 ‘둔동마을 숲정이’는 숲의 길이가 700여 미터이고 왕버들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등 200여 그루가 강가에 나란히 서서 마을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형형색색의 나뭇잎의 장관을 보려고, 겨울에는 흰 눈을 밟으며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려 많은 방문자가 있는 핫플레이스입니다. 코로나 블루 속에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고 싶은 사우는 꼭 이곳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촬영지 /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 촬영일 / 2021년 12월 글과 사진 / K4 품질보증부문 오현철 수석 2021. 12. 29.
[포토에세이] 여수의 밤 [포토에세이] 여수의 밤 겨울 찬 서리 내린 여수 밤 풍경. 그리고 볼살 아리게 불어오는 여수 밤 바다 해풍 맞으며 떠나보낸다. 촬영지 / 전남 여수 촬영일 / 2021년 12월 글과 사진 / K4 제조3팀 김대봉 수석 2021. 12. 21.
[에피소드] 행복복지센터 벤치 거리두기가 한참일 때 친구를 다시 만났다. 거의 10년 만에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리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라 학창 시절에는 말 한 번 제대로 붙일 수 없어 그 친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없었다.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은 눈치라 몇 번 말을 받아주다 보니 만나서 얘기도 하게 되었다. 일단은 지척에 두고 있는 상태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엄중한 상황이었던 때라, 어떤 공간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 보면 11월 초에 시험이 있다고 해서 자주 연락하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웠다. 10월 중순쯤, 친구를 찾아갔을 때 친구는 대화하기 좋은 곳을 찾아냈다며 자신을 따라오라 했다. 친구가 이끄는 대로 가보니 행복복지센터 앞 인조대리석 벤치였다... 2021.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