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카네이션

by 에디터's 2022. 5. 31.

사진출처: unsplash.com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꽃들이 피고 화려하게 활짝 핀다. 그렇게 많은 꽃들 중에서 5월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붉디붉은 꽃처럼 진한 사랑이 듬뿍 담긴 꽃이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한껏 표현할 수 있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카네이션만큼 진실되게 전달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생화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문방구에서 카네이션 모양을 한 조화를 사야만 했다. 5월이면, 문구점 앞은 카네이션 조화로 가득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딱히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시절이라 어버이날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용돈이 넉넉지 않아 좋은 선물과 카네이션을 함께 드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겨우 카네이션을 하나 받아 들 수 있었다.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카네이션을 받으실 부모님의 밝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카네이션이 눌릴까 싶어 가방에 넣지 못한 채, 카네이션을 한 손에 들고 집까지 걸어야 했다. 사 남매의 이심전심이 통했을까. 먼저 온 동생들의 손에도 카네이션, 저녁 늦게 온 누나의 손에도 카네이션은 쥐어져 있었다. 힘들고 고단한 시골생활이라 웃음 띤 부모님의 얼굴을 만나기 쉽지 않았지만, 5월 8일 어버이날만은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저녁 시간이었다. 꽃이 뭐라고 모두를 웃게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5월이 가져다주는 힘이며, 카네이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언젠가 유치원을 다니던 꼬마 조카가 어버이날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유치원에서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카네이션을 만들기를 했던 모양이었다. 유치원 버스에서 조카가 내리자마자 할머니한테 줄 것이 있다며 급히 내 손을 끌어 잡아당긴 적이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께 서둘러 인사를 하고 함께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가방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카드와 카네이션이었다. 그것도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카네이션을 꺼내어 “할머니, 감사합니다.”하고 할머니 가슴에 달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카드도 “할머니 선물!”하면서 외할머니 손에 쥐여 주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엄마의 지갑을 보게 된 적이 있었다. 엄마의 지갑 안에는 유치원 때 조카가 어버이날 선물로 준 카드가 있었다. 카드 안에는 ‘할머니, 고맙습니다. 저를 키워서 고맙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엄마는 그때 많은 감동을 받으셨는지 그 카드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버리지 않고 지갑 안에 넣고 다니셨다.
올해도 내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어버이날은 돌아올 것이고, 그때마다 수많은 카네이션 쏟아져 나올 것이다. 카네이션 꽃말처럼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더욱 끈끈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시간도 부족했던 만큼, 어버이날을 계기로 5월에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리면서 사랑과 행복을 듬뿍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 역시 카네이션을 오래오래 지켜보시도록 화분에 담긴 카네이션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돈 봉투도 함께 전달해 볼 생각이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