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경이 되면 애리조나주는 졸업 시즌을 맞이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그 중에 고등학교 졸업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 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은 미국 문화를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학교 자체 강당에서 졸업식을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주립대학 내의 실내 체육관을 대관해 행사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규모 있는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연달아 오후에 줄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예전 코로나 여파로 실내활동이 금지되었을 때는 각 학교의 야외 풋볼 경기장에서 이뤄졌지만, 지금은 모두 실내 체육관을 빌려서 하는 예전 문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이지만 멋지게 사각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선생님들 또한 본인들의 대학 졸업가운을 입고 참석하니,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라는 것이 체감됩니다. 장소의 규모부터도 너무 다르지요.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에 야외 운동장에서 했던 기억이 있지만, 미국은 초여름에 졸업하기 때문에 계절적인 영향도 있어서 실내에서 하는 것 같습니다.
땅이 넓은 미국은 주별로 어떻게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애리조나주의 졸업식은 너무나 중요하고 큰 행사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졸업생 한 명당 참석하는 가족의 수가 많게는 십여 명을 훌쩍 넘기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로 한두 명이 좌석을 10개 이상 맡아놓는 것도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순을 보니 기본적으로 어디나 비슷한 것 같은 국민의례와 교장선생님 말씀,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학생 대표가 나와 졸업식 연설을 합니다. 미국의 대학 졸업식에서 많아 보아 왔던 건데, 고등학교부터 이런 문화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식순이 끝나면 졸업생 전원을 이름을 호명하면서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9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줄줄이 나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장면은 한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학생 이름을 호명을 하면 스탠드에 앉아있던 가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화답하는 문화도 다른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요, 안내 책자에 학생들의 이름 앞에 어떠한 학업 성취도를 이뤘는지에 대한 표시가 되어 있고 이름을 호명하면서 그것을 같이 불러준다는 겁니다. 물론, 졸업가운도 그 학업 성취도에 따라 가운 위에 입는 띠도 다른 색상으로 구별됩니다. 한 마디로, 우등 졸업생들을 존중해주며 누가 성적이 좋았던 학생인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건 한국과는 정말 다른 문화인 것 같습니다.
모든 식순을 마치고 온가족이 나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모습을 보니 까마득한 예전, 필자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모든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절이었지요. 두 번째로 맞는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며, 자랑스럽게 건강하게 잘 성장한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사진출처 :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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