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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공기처럼 나를 둘러싼 도시, 그 속의 삶, 건축과 공간이 그려내는 일상의 무늬


프랑스에서는 헤겔의 미학 연구를 기본으로 연극, 회화, 무용, 건축, 문학, 음악을 6개의 기본 예술이라고 부릅니다. 영화가 논란 끝에 제7의 예술로 인정을 받았고, 다음으로 사진이 제8의 예술로 여전히 논란을 자아내고 있으며, 만화가 제9의 예술로 자리 잡는 중입니다.
조각은 어디에 들어가느냐고요? 제4의 예술로 불리는 건축에는 조각도 포함됩니다. 서양의 조각 예술은 건축물을 장식하는 용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건축 안에 포함이 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정말 건축은 예술일까요? 건축이 예술의 한 장르에 속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 집은 그냥 건축물이 아니라 예술적인 작품이 되는 걸까요?

건축을 예술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많은 소음과 낙서가 음악과 미술이라는 예술이 아니듯, 모든 건물이 예술적인 건축물이 될 수는 없겠지요. 건축이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의견에 따르면 건축은 기능적인 제한이 있고, 공공성을 띠는 공공재이며, 마음껏 창작혼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기에는 그 존재 자체가 땅, 즉 자본에 귀속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예술이라고 평가받는 유명한 건축물들은 미학적인 아름다움 속에 공학적인 계산과 완성도, 도시 전반을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시선을 조화롭게 드러내는 건물이라고 보아야겠지요.



예술 상호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건축이라는 예술은 공간 예술에서 시간 예술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설계한 계획도시를 보면 그저 하나의 건물이 갖는 건축적 사상을 뛰어넘어서, 도시 전체의 형태와 기능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생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했습니다. 도시 계획과 건물의 설계에 공간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시간의 개념을 녹여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집에서 도시 전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TV 프로그램의 변화로도 느낍니다. 예전에는 ‘집’이라던가 ‘거주 공간’에 대한 방송을 할 때 대체로 부동산이나 아파트에 대한 관심,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춘 살기 좋은 집 꾸미기, 유명한 연예인들의 살림집 들여다보기, 러브하우스 같은 집 자체에 국한된 방송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여행 프로그램이나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이 사는 거주 공간 외에 동네의 거주 문화, 동네의 골목길, 도시의 큰길과 광장, 하나의 특정한 건축물이 주변과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피며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산소를 포함한 공기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건물 안에서 살고 있고, 건물을 둘러싼 도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달에는 건축가들이 갖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건축을 특정한 학문으로써 깊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의 지평을 조금 넓히고, 내 삶의 시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책을 읽는 공간, 책을 읽는 시간이 따뜻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살고 싶은 공간, 행복해지는 공간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알쓸신잡> 시즌2에 출연해 여행을 떠난 도시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알려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유현준 건축가의 책입니다. 전작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쉽고 재미있는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행지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어디서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은 얼마나 비싼 동네, 좋은 브랜드의 아파트에서 살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삶에 부합하는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학교 건물 구조가 교도소의 건물 구조와 똑같다고 지적하며 본문을 시작합니다. 읽다 보면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모두의 공간, ‘도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인문학적 건축 이야기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음, 효형출판

건축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허물기 위해 꾸준히 책을 쓰는 건축가 서현의 책입니다. 이 책은 1998년 초판이 나온 지 15년, 개정판이 나온 지 10년 만에 나온 재개정판이에요. 서울대학교 미술관, ECC(Ehwa Culture Complex), 쌈지길 세 곳이 추가되었습니다. 계속해서 개정판을 낸다는 뜻은 그만큼 책의 내용이 시대와 상관없이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겠지요. 건축 분야의 도서로는 드물게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책입니다. 벽에 못을 하나 박을 때도 1cm의 차이를 두고 고민하는데 건물에 창을 하나 내려면 얼마나 큰 고민이 필요할까요. 저자는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예시들로 건축을 이야기합니다. 벽에서 창으로, 창에서 집으로, 집에서 도시로 고민이 확장해 나갑니다. ‘건축은 인간 정신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건축이 어떻게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의 사고를,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지 한번 읽어보시지요.





시간 속에 누적된 삶의 궤적

「빈자의 미학」

승효상 지음, 컬쳐그라피

승효상 건축가는 15년간 김수근의 문하에서 일한 제자이자 건축사무소 ‘이로재’의 대표로 유명합니다. 그가 쓴 책들이 여럿이지만 「빈자의 미학」이 20주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와 소개합니다. ‘빈자의 미학’이란 가짐보다는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철학입니다. 덧붙이기보다 비워냄으로써 차오르는 힘을 느끼고,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나눌 수밖에 없는 건축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 책에는 건축가의 철학이 반영된 초기 건축 11점이 실려 있어요. 건축학도들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불리는 수졸당에서부터 충남 당진의 돌마루 공소, 저자의 스케치와 설계도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아름다운 건축물도 소개하지요. ‘좋은 삶은 좋은 건축에서 자란다’는 말을 곱씹으며 찬찬히 읽어 봅니다.





놀이하듯 살아보는 공간

「집놀이」

김진애 지음, 반비

이번 알쓸신잡 시즌3에 출연한 김진애 박사도 건축가입니다. 해박한 상식과 깊이 있는 지식에 풍부한 감수성을 더해 건축을 읽고 도시를 읽습니다. 최근 저서인 「집놀이」에서는 집을 놀이터 삼아 펼쳐지는 여러 가지 일상에 대한 생각을 보여줍니다. 책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살 때의 공간, 아이가 사는 집의 공간으로 시작하지만 책 뒷부분으로 갈수록 공간이 확장됩니다. 작은 집, 호텔 같은 집, 드라마 속의 집, 대문 없는 집, 다시 태어나는 집 등 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엿봅니다. 저자는 누구나 자기 집에 대해서는 오롯한 건축가가 될 수 있다고 하지요. 상품화된 집, 특정 브랜드의 집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과 놀이하듯 살아가는 심리적인 공간, 기쁨과 고민을 반영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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