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우거진 초록빛 사이로 촉촉한 장마비가 스며들어, 풀잎마다 맺히는 투명한 보석의 영롱함은 마치 강렬한 여름의 자연이 숨결을 고르는 짧은 휴식의 순간 같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이제는 장마라는 표현보다 우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6월의 여름. 예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찾아온 장맛비로 전국에 비와 관련된 기상속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달갑지 않은 시기가 찾아왔는데요, 앰코 K5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6월 정기산행을 여름철 국내 최고 산행지인 민둥산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SNS 글들을 보면 이맘때 가장 핫한 산행지가 민둥산이거든요.
민둥산을 설명하자면, 초보자도 아주 짧은 산행을 통해 몽골의 초원 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가성비 최고의 산행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등산 또는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뷰맛집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핫플이지요. 필자도 딱 1년 전 민둥산에 올라 멋진 인생샷을 건지고 초록빛 풀밭에서 풀내음에 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우리 앰코 사우들과 다시 민둥산의 멋을 공유하고자 6월 정기산행 장소로 정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정기산행 1주일 전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어서 계속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민둥산이 있는 강원도 정선 지역에 정기산행 당일 날 온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이에 산사랑 동호회 운영진에서는 긴급 회의를 통해 산행지 변경을 결정했습니다. 예보된 강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민둥산 탐방로가 좁고 경사가 심해 산행에 익숙지 않은 초행자들에게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부득이하게 장소 변경을 한 것입니다.
예보된 당일 날씨를 보니 강원도 양양 이북 쪽으로는 비 예보가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동 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고려해 설악산으로 가기로 결정했지요. 설악산을 설명하자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멋과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곳이고, 감히 대한민국 최고 명산이라 자부할 수 있는 산 중에 산이지요. 코스가 워낙 다양해 각자의 체력이나 일정, 시간, 교통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민둥산 대체지로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실, 트레킹 장소를 기획하는 필자는 가장 어려운 것이, 참가자들의 체력이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보니 산행지의 난이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쉽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에서 해방되고자 나름의 기준을 정한 것이 ‘초보자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그리고 동호회의 산행 목적 또한 모든 앰코코리아 사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임이라는 것을 동호회 핵심 운영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산행 이틀 전에 장소를 변경 후 코스와 시간, 식당 등을 속전속결로 알아보고 참석자들에게 공지까지 완료하며 준비를 마쳤습니다.
드디어 정기산행 당일 출발지인 캠퍼스타운역의 하늘은 구름이 많고 좀 전까지 비가 내려 약간 흐렸습니다. 그래도 비가 그치고 상쾌한 아침 공기에 기분은 좋았습니다. 오늘의 중간 경유지는 평소 정차하던 판교가 아니라 서울 건대역입니다. 서울에서 탑승하는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한강 북쪽의 산행지로 갈 경우 건대역에서 탑승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특히, 오늘은 리무진 버스가 지원됐습니다. 회사에서는 우리 사원들 복지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고 있지요. 아주 편안하고 쾌적한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비가 오는 곳도 있고 그친 곳도 있습니다. 날씨 영향으로 평소 주말보다 차가 덜 밀려서 너무 좋네요. 그런데 휴게소에는 어디서 왔는지 관광버스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잠시 쉬면서 휴게소 구경을 해봅니다. 필자가 종종 들리는 홍천휴게소인데, 휴게소 뒤쪽에 아주 멋진 포토존과 시골 풍경이 있어서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세 시간 가까이 달려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예보대로 구름 많은 흐린 날씨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네요. 주차장은 이미 만차고, 가족 단위 또는 단체 산행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설악산 소공원 → 신흥사 → 와선대 → 비선대 → 귀면암>(원점 회귀)으로 이어지는 약 10km의 코스로, 국내 단풍철 최고의 계곡으로 알려진 천불동 계곡 트레킹입니다. 마음은 언제나 대청봉, 공룡능선을 타고 싶지만, 오늘은 초보 산행을 하시는 회원들도 계셔서 딱 500고지 귀면암까지만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걷다 보면 외설악 최대 사찰인 신흥사에 도착합니다. 설악산은 그 규모가 지리산 다음으로 넓어서, 크게 서북쪽의 내설악과 동남쪽의 외설악으로 나뉘는데, 내설악을 대표하는 사찰은 그 유명한 백담사이고 외설악의 대표 사찰은 신흥사입니다. 신라 진덕여왕(652년) 때 창건했다고 하니 무려 1400년 가까이된 고찰입니다. 대한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 제3교구 본사라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대신 개보수의 흔적과 규모 때문인지 고찰다운 고즈넉함이 별로 느껴지지가 않네요.
신흥사에서 갈림길이 나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흔들바위-울산바위> 코스가 나옵니다. 여기도 당일치기 초보 산행자들에게 아주 좋은 코스이고 멋진 곳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비선대-천불동 계곡-대청봉> 코스입니다.
와선대까지 무장애 숲길이 이어집니다. 아주 정비가 잘 된 탐방로이지요. 그러다 시원하고 경쾌한 계곡 소리가 들리면 바로 옆에 천불동 계곡을 만나게 됩니다.
쉬엄쉬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도 많이 찍고 올라오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귀면암에 도착했습니다. 귀면암은 해발 496m에 있으며,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여 귀면암이라고 불리는데, 막상 바위 아래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특별한 건 없더라고요. 마지막 깔딱고개 같은 급경사 구간이 있지만 대체로 귀면암까지는 초보 등산객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니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쉬었다 갑니다. 귀면암에서 계속 올라가면 양폭 대피소, 희운각, 소청봉,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정상을 향한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함께 대청봉에 오르는 날이 있길 기원해 봅니다.
귀면암 쉼터에는 탐방객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다람쥐가 자주 눈에 띕니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대여섯 마리의 다람쥐들이 탐방객이 내미는 먹이에 겁도 없이 다가갑니다. 멋진 풍경에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천불동 계곡입니다.
부지런히 하산하다 간식 먹을 포인트에 도착합니다. 올라올 때 잠시 지나쳐온 와선대입니다. 근처에 화장실도 있고 널찍한 바위와 풍부한 수량의 계곡이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정말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고 투명함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너무 시원하고 물놀이하기에 환상적인 장소 그 이상입니다.
여름철 계곡 트레킹의 묘미는 아무래도 이런 맑고 시원한 계곡에서의 물놀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운 날씨와 밀림을 걷는 듯한 엄청난 습도, 땀과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청정 1급수 계곡은 여름철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만의 특권이겠지요. 이곳에서 각자가 준비한 간식과 음료로 담소도 나누고 물놀이도 잠시 즐겨봅니다. 여름 산행 또는 트레킹이 주는 낭만을 오늘 제대로 경험하고 갑니다.
약 10km, 다섯 시간 가까이 설악산 천불동 계곡 트레킹을 즐기고 하산을 완료했습니다. 날씨는 흐리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트레킹을 하기에는 오히려 땡볕이 아니라 시원한 날씨였습니다. 민둥산 대체지로 설악산까지 왔는데, 그냥 집에 가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네요. 아웃도어에 진심이라고 자부하는 필자는 히든카드를 꺼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힐링 포인트인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최근 동해안에서 가장 핫하다는 강원도 양양. 국내 최고의 서핑 성지가 되어 다양한 해변문화의 힙한 장소로 SNS를 달구는 곳입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다 냄새 좀 맡고 가려고 합니다. 설악산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으며, 서울에서도 두 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아주 멋진 해변입니다.
이렇게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여름 바다를 즐기고 오늘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산과 계곡, 그리고 바다. 하루에 이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의 행복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시간마다 변하는 변덕스러운 장마철 날씨 덕분에 민둥산 대신 선택한 설악산과 하조대 해수욕장. 우리는 더 멋진 환상적인 뷰로 충분히 보상받았습니다.
즐거웠던 오늘의 여정을 추억의 저장소에 입력하고, 우리는 다음 달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 것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힐링을 찾길 원하는 우리 사원분들은 언제라도 산사랑 동호회의 열린 문으로 들어오세요. 여러분의 활력 충전은 산사랑이 책임집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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