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반도는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성장기 어린아이의 토싵토실한 터질 것 같은 볼과 같습니다. 아지랑이가 이글거리는 대지 위 초목은 더 짙은 녹색의 춤을 추며 그 열매는 나날이 커져만 가는 생명의 계절입니다. 긴 장마가 이어질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첨단 예측 장비라고 불리기에 민망할 정도로 어이없이 빗나가, 마른 장마가 되어 전국이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시인 이육사는 조국의 광복을 그리며 7월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감성으로 아주 멋지게 표현했는데요, 현실의 7월은 서정적 감성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 가혹한 기후 변화와의 전쟁에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혹서기’라는 단어처럼 반도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지만,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그 나름대로의 멋과 낭만이 있는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야외 활동에 진심인 앰코 코리아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며 건강과 힐링을 챙길 수 있는 멋진 자연으로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열사병, 일사병 등으로 야외 활동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뉴스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사실 모든 야외 활동이 그러하듯 정확한 정보와 주의사항만 잘 챙기고 이해하면 안전사고는 대부분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자연 앞에 인간은 늘 겸손한 존재가 되는 것이 맞긴 하지요.
그래서 폭염에도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계획하여 즐기고 왔습니다. 7월의 정기 트레킹 장소는 경상북도 문경의 ‘선유동천 나들길’이라는 곳으로, 국립공원 속리산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100대 명산인 대야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용추 계곡과 선유동 계곡이 이어져 하나의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진 문경의 대표적인 트레킹 명소입니다.
전체 약 9km의 트레킹 코스는 계곡을 따라 숲길을 걷는 곳이라, 폭염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여름철 최고의 트레킹 장소 중에 한 곳입니다. 주변 산세가 워낙 수려하고 높은 산들이 즐비하여 문경 괴산 쪽에는 맑고 깨끗한 계곡들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영월-정선 쪽 분위기와 비슷한 환경인데요, 상대적으로 강원도 쪽보다는 덜 붐비고 교통도 좋아 서울과 인천 거주 사우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지역입니다. 또한, 최근에 포천-세종간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되어 중부 내륙으로 이동하는데 아주 좋아졌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문경 가은읍에 위치한 ‘운강 이강년 기념관’에서 시작합니다. 필자도 이곳은 생소한 장소였는데요, 운강 이강년 선생은 문경을 대표하는 의병장이셨다고 합니다. 그 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주 잘 정돈된 기념관을 건립하여 후손들에게 운강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 추모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선유동천 나들길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기념관 입구에 아주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서 트레킹 전에 짐을 정리하고 출발하기에도 좋습니다. 주차장도 엄청 넓고 출발 전 기념관을 둘러 볼 수 있어, 트레킹을 하거나 가족 단위로 여행 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오늘 날씨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천 지역은 고온다습의 후덥지근한 날씨인데, 이곳은 한낮 기온이 32도였지만 습기가 거의 없다시피한 아주 상쾌하게 뜨거운 날씨였습니다. 그냥 강렬한 햇볕에 뜨겁기만 할 뿐, 걷기에 너무 좋은 9월의 가을 같은 날씨였습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땀마저 나지 않도록 더위를 식혀주기에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걷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고 계곡물이 풍부한 지점에 도착합니다. 바로 문경의 계곡을 대표하는 용추 계곡입니다. 사실, 전국적으로 용추 계곡이라는 곳이 꽤 많습니다. 그 중 경기 가평의 용추 계곡, 경남 함안의 용추 계곡, 그리고 경북 문경의 용추 계곡이 전국 3대 용추 계곡으로 유명한데요, 대로변 주차장에서 계곡까지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여름철 물놀이 공간으로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이미 명당인 장소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더위를 피해 피서를 즐기는 행락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용추 계곡부터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가 이어집니다. 보통 선유동 계곡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한 사람들은 왼쪽 임도를 따라 월영대까지 올라 갔다가 반대편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용추 계곡은 2km 가까이 마당 바위가 이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계곡입니다. 그늘도 풍부해 계곡이나 바위 어디에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아 트레킹이나 대야산 산행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갈 수 있어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용추 폭포를 지나 오늘의 간식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트레킹의 콘셉트가 계곡 물놀이이기에 제대로 물놀이를 즐겨 봅니다. 다들 지친 영혼의 한을 풀 듯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간식을 먹고 다시 상류 쪽으로 이동합니다. 상류로 갈수록 사람들은 적고 더 멋진 계곡이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주차장에서 멀어질수록 아이들이 있는 행락객들은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존에 트레킹 갔었던 장소보다 거리상으로 가깝고 트레킹 코스도 짧다 보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습니다. 잠깐 걷다 보니 또 멋진 장소가 나오길래 물놀이 한번 더 하고 갑니다.
반환점을 찍고 반대편 숲길을 내려오다 보면 용추 계곡의 랜드 마크인 용추 폭포와 만나게 됩니다. 폭포라고 부르기에 그 낙차는 그다지 볼품없지만, 폭포 아래 깊게 형성된 용소와 하트 모양의 바위가 자연의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이곳에서 많은 이가 계곡의 천연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미끄럼을 즐깁니다.
시원한 숲 속을 걸으며 물놀이도 원 없이 하고, 제대로 된 계곡 트레킹을 즐겼던 하루였습니다. 물놀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계곡 인근 식당에서 보양식을 먹었습니다. 곧 다가올 초복을 미리 즐겼네요. 한약재가 들어간 한방 닭백숙에 오늘의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한낮 기온 32도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즐기며 신나게 놀았던 하루였습니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에 있어 누군가는 에어컨 아래 수박을 베어 물고, 누군가는 그늘 아래 꿈을 꾸며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하겠지만, 짙은 초록의 나뭇잎 틈을 타고 쏟아지는 강렬한 금빛 햇살 아래 뜨거운 숨결을 식혀주는 계곡을 따라 시원하게 걷는 것 또한 더위를 건강하게 이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위는 피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왠지 오늘만큼은 이 말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하루였습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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