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의 향연! 바람이 들려주는 5월의 푸르름에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어 연두빛 속살 속으로 뛰어들어 봅니다. 그늘조차 어린잎처럼 투명한 자극적이지 않은 계절. 우리가 5월을 즐겨야 할 확실한 이유겠지요.
올해는 기후 변화 때문인지 지난 3월 말부터 매주 주말만 되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일년 중 야외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앰코코리아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 매달 진행하고 있는 정기 산행 또는 트레킹에서는 운 좋게도 비를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운이 이번 달에도 여지없이 이어졌습니다.
정기 트레킹 하루 전날까지 수도권 지역은 예보도 없었던 갑작스러운 호우주의보가 내리고, 당일 새벽까지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그친 이후 하늘은 그야말로 먼지 하나 없는 눈부심, 그 자체였습니다. 이번 트레킹 장소는 강원도 강릉 정동진에서 출발하는 여정입니다. 지난달에도 강릉 해변을 종주하는 트레킹을 진행했었는데요, 그래서 비슷한 장소를 연속으로 간다고 하니 조금 의아해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필자가 7번 국도를 타고 최북단 고성에서 최남단 부산까지 동해안을 대부분 가보았는데, 같은 강릉 내에 있는 해안가라고 해도 지형적 특색이 읍면 단위로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트레킹의 행선지는 같은 강릉시에 속하지만 지난달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는 곳으로 정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주말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나들이객들의 차량으로 고속도로와 휴게소는 이른 정체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혼잡한 수도권 지역을 벗어나 강원도 원주 지역을 지날 무렵, 차창 밖 치악산이 시야에 확 들어 왔는데요,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는 운해의 모습이 오늘의 트레킹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버스가 대관령에 들어서자 멀리 강릉 시내와 푸른빛 동해의 모습이 눈에 차츰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무언가 벅찬 감동을 주는 동해 바다! 그리고 강릉! 벌써부터 엉덩이를 들썩이게 합니다. 그렇게 인천에서 네 시간 가까이를 달려 드디어 정동진에 도착했습니다.
‘강릉’하면 생각나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경포대와 정동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너무 유명한 곳이지요. 오늘의 여정은 바로 이곳 정동진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영동선 철도 간이역 수준의 작은 마을이었던 동네가 1995년 시청률 60% 넘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폭발적 관심으로 개발되고 리조트까지 들어서게 되어 오늘날의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의 고즈넉한 간이역의 감성은 사라졌지만, 푸른 바다와 현대식 시설물들의 하모니가 또 다른 멋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볼거리가 다양하고 다양한 형태의 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지루함을 단 1도 허락하지 않는 동해안 최고의 트레킹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자가 홍보물에 “우리는 멋진 곳만 간다!”라는 카피를 강조하며 홍보를 했더랬는데,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오늘 트레킹으로써 증명이 될 겁니다.
트레킹 시작에 앞서 정동진역부터 둘러보았습니다. 무료였던 곳이 이젠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하여 입장료 1,000원을 받네요. <모래시계> 소나무부터 철길 넘어 펼쳐진 바다가 이곳 정동진역이 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아름답고 바다와 인접한 기차역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동진역에서 90년대 추억에 잠시 빠져봅니다. 물론 MZ 세대에겐 생소한 역사겠지만 7080 세대에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정동진역을 빠져나와 정동진 해변으로 이동합니다. 넓은 백사장과 그 옆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모래시계 공원. 가족 단위로 놀러 오기 좋은 장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트레킹을 시작하기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갑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몸을 풀어 보셨나요? 이런 건 우리 산사랑 동호회에서만 가능한 낭만이지요. 자, 몸을 풀었으니 천천히 오늘의 첫번째 구간의 시작점인 바다 부채길로 이동합니다.
정동진의 상징이라면 정동진역과 산 위에 노아의 방주처럼 우뚝 서 있는 썬크루즈 리조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벽 아래에서 바라보는 배 모양의 리조트 모습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리조트에는 갖가지 편의시설과 조각공원 인피니티풀 등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무엇보다 리조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안의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썬크루즈 리조트 아래 해안 절벽에 정동진 바다 부채길 입장을 위한 매표소가 있습니다.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3km 구간의 해안 절벽에 데크길을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해안 둘레길을 걸으며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조성한 것이지요. 원래 이곳은 군사용 철책과 초소가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채길 곳곳에 해안 초소와 철책이 남아있지요.
3km 정도의 멋진 바다 부채길을 완주하고 나면 심곡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오늘 트레킹의 2구간인 헌화로가 시작됩니다. 7번 국도에서 살짝 사이길로 빠지면 심곡항에서 옥계해변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최고의 낭만 드라이브길인 헌화로가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해안 도로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곳인데요, 여기가 왜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길인지는 드라이브를 해보거나 걸어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해안도로 옆에 바다가 바로 붙어 있어서, 파도가 높은 날이면 물벼락을 맞을 만큼 인접한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하는 맛이 운전을 즐겁게 하는 매력적인 장소랍니다.
여기서부터는 해파랑길 35 구간과 강릉 바우길 9구간이 겹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멋진 오픈카를 타고 시원하게 헌화로를 달려보고 싶은 로망을 자극합니다.
바다 부채길, 헌화로를 약 13km를 걸어 오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인 옥계 밥봉에 도착합니다. 옥계 밥봉을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0.01%도 안 될 거라 자신합니다. 그 이유는, 밥봉이라는 곳이 트레킹 명소도 아니고 지도상에 탐방로나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한낱 시골 동네의 뒷산에 불과했던 곳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큰 산불입니다. 산불로 인해 주변 산이 잿더미로 변했는데,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몇 년 후 풀들이 자라기 시작해 황량한 민둥산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뷰 맛집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산불 진화를 위해 산 여기저기에 임도를 엄청 많이 만들어 놨는데, 이곳을 지나던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에게 임도 라이딩이 소문나는 바람에 산악 오토바이, 4륜 구동 오프로드 동호인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동호인들만 알고 있어서, 일반적인 등산인들 또는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한 장소입니다. 필자도 우연히 밥봉을 알게 되어 1년 전에 지도를 찾아가며 겨우 트레킹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아웃도어 매니아인 필자가 경험한 수많은 대한민국의 멋진 풍경 중에서 최고 중 최고라고 자부하는 장소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런 멋진 곳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우리 앰코 사원분들과 함께 즐기려고 계획했던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정동진에서 이어지는 해파랑길 35구간이 이곳을 지나 밥봉 맞은편 망상 해수욕장으로 연결이 되는데요, 밥봉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다 보니 해파랑길 정식 코스북에는 밥봉이 빠져 있고, 단순히 옥계 해변에서 망상 해변까지 도로를 끼고 트레킹하는 것으로만 정식 루트가 안내되고 있습니다.
16.5km 약 3만보의 거리를 여섯 시간 가까이 걸었습니다.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었고, 전혀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멋진 풍경 인생에 기억될 만한 좋은 추억을 만든 하루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멋진 곳을 누비벼 함께 힐링을 할 수 있다면, 내일 하루가 기다려 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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