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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우리는 앰코人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강원도 정선의 덕산기 계곡 트레킹!

by 앰코인스토리.. 2025. 8. 28.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했던가요? 2025년도가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8월하고도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말복과 입추도 지나고 처서인 오늘, 절기상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져야 정상인데 작년의 무더위가 데자뷰되듯 연일 폭염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에겐 이 맑은 하늘은, 더위를 즐길 수 있는 선물이라고 긍정적인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어 행복합니다.

 

8월의 산과 계곡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열기를 식혀주는 은밀한 쉼터와 같습니다. 맑게 흐르는 물은 투명한 거울처럼 하늘과 숲을 비추며,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함께 품고 있지요. 초록빛이 살아 숨 쉬는 숲과 푸른 하늘, 그 사이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은 여름의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생명의 생기가 아닌 듯싶습니다. 소란스러운 도심을 잠시 잊게 하며, 오직 자연의 고요와 여름의 깊은 숨결만이 가득한 곳. 8월의 계곡은 그렇게 한없이 푸르고 맑은 여름의 시를 써내려 가듯 일상에 지친 우리들을 유혹합니다.

 

그 유혹 속으로 뛰어들고자 8월의 트레킹은 ‘국내 3대 계곡 트레킹’의 성지로 알려진 강원도 정선의 덕산기 계곡으로 다녀왔습니다. 덕산기 계곡은 다른 계곡과 다르게 ‘건천’입니다. 건천이란 계곡의 물이 늘 있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올 때만 잠시 고여 있는 형태의 하천으로, 평상시에는 물이 거의 없습니다. 거기에 지형적으로 석회암 지반이라 비가 내리면 바로 지하로 스며들어 지표면의 계곡에 물이 장시간 고여 있질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SNS에서 흔히 보던 기가 막힌 계곡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시기는, 일 년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가능한 수준입니다.

 

계곡의 총 길이는 12km로, 트레킹이 가능한 곳은 9km 정도의 코스입니다. 강원도 안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로 손꼽히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트레킹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통 북동교라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북동교로 가는 길이 강원도 오지 답게 상당히 구불구불하고 일부 구간은 대형버스가 다닐 수 없는 구간이 있어서 초보 운전자들에겐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보통 개인이 트레킹을 한다면 종주가 불가능해서 중간 정도만 트레킹을 하고 원점 회귀를 하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단체 트레킹만을 위한 최적화된 장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유독 가뭄이 심해서 강릉을 비롯한 영동 지방은 제한 급수 조치까지 내려졌다고 합니다. 마른 장마에 가뭄까지, 갈수록 이상 기후 변화가 실감됩니다. 우리도 이러한 현지 상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덕산기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찻길 한복판에서 준비 운동을 합니다. 그만큼 차가 안 다니는 오지입니다.
▲오늘의 출발점인 북동교입니다.

덕산기 계곡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출발 지점에는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 시설이 전무합니다. 그래서 북동교에 도착하기 전에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볼 일을 봐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계곡 트레킹의 성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마을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고 자연 훼손도 우려되어 여름 휴가철인 7월과 8월, 딱 두 달 동안은 자연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동교 입구와 반대쪽 덕산교 입구에서 마을 어르신들께서 차량을 통제하고 계셨고, 우리처럼 뚜벅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겐 차량이 지나다니지 않아 오히려 더 좋은 상황입니다.

 

▲오전 11시, 이미 30도가 넘어가는 기온이지만 동료와 함께 걸어 즐겁습니다.
▲계곡 트레킹의 성지답게 시작부터 계곡을 건넙니다. 익히 알고 왔지만 정말 물이 없군요.
▲시작부터 입수를 해볼까 살짝 고민합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그늘길은 천국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계곡엔 물 한 방울이 없답니다. 사막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익히 소문으로 가뭄 때문에 계곡에 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정말 심각하게 물이 없었습니다. 출발점에서 차량 통제를 하시던 마을 어르신 말씀이, 지난 7월 중부 지방 폭우 때 가평 포천에는 300~400mm가 내렸지만 이곳은 그때도 70mm 안팎의 비가 내린 후 지금까지 비가 거의 안 내렸다고 하시네요. 거의 한 달 동안 비가 안 내린 건데, 계곡이 말라 황량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슬슬 더위에 지치고 볼품없는 계곡 뷰에 실망할 무렵, 첫 번째 물놀이 포인트가 나타납니다.

 

마치 사하라 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집니다. 물 한 방울 없던 계곡에 유리보다 더 투명한 맑고 차가운 물이 어디서 생겨 난 건지 너무도 신기합니다. 거기에 나무 그늘까지 더해져 정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깊은 곳은 수심이 성인 가슴까지 오는 곳도 있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수온이 차갑습니다. 아마도 근처에 샘이 있어 비와 무관하게 일정한 수량이 유지되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계곡 트레킹을 왔으니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겨야지요. 준비한 간식을 꺼내고 미리 챙겨온 물놀이용 옷으로 갈아 입고는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 봅니다.

 

▲오지 계곡다운 물 색깔이랍니다. 정말 투명하고 차갑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물놀이! 천국이 따로 없어요.
▲AWW에서 온 동료들도 입수를 고민 중입니다.
▲잘 먹어야 지치지 않고 물놀이를 할 수 있어요.
▲(좌)강원도 정선표 찰 강냉이. 강원도는 옥수수가 아니라 강냉이지요. (우)계곡 감성 아이템인가요? 뜰채까지 준비 완료!
▲MZ 세대의 계곡 포즈를 보여줘!
▲이 아이가 덕산기 계곡의 마스코트라고 합니다. 덕산기 5자매와 친한 척 한 컷!
▲어디를 가나 인증샷은 필수지요.
▲이 아이는 집에 갈 생각을 안하고 계속 따라다니는군요.
▲계곡에서 스노클링을 즐겨봅니다.

간단한 간식과 물놀이를 하고 다시 걷습니다. 덕산기 계곡이 매력적인 건 가뭄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어서 실망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지요.

 

덕산기 계곡 안에는 덕산기 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런 일반적인 마을 형태가 아니라 드문드문 어쩌다 한두 가구 마주치는 아주 작은 산촌 마을입니다. 마을 안에는 책방도 있고 작은 공방이며 백패킹족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사과 농원도 있습니다. 덕산교 쪽으로 가다 보면 펜션이 간간히 보이는데요, 알음알음 입소문 듣고 조용하게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 차량이 간혹 지나다닙니다. 덕산기 계곡 안에서는 전 구간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쓰레기가 거의 없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갑니다. 추석 때 출하 예정인 홍로 사과라고 하네요. 엄청난 규모의 사과 농원 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코스모스가 계절을 잊은 듯 피었습니다. 오늘의 뜨거움을 증명하는군요.
▲무심코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최고의 물놀이 포인트! 하늘부터 끝내줍니다.
▲물놀이 2라운드 시작! 그냥 지나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끝내주는 물놀이 장소입니다.
▲제대로 물놀이를 즐기자!
▲평소 갈고 닦았던 수영 실력을 뽐내고 계시는군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물 속이 안전합니다.
▲눈이 부시도록 맑고 청량감이 탄산수를 뛰어 넘는 계곡물입니다.
▲멋진 하늘 아래 또 걷습니다. 슬슬 비구름이 몰려오네요.
▲멋진 자연 속에 동료와 함께 한 것만으로도 힐링입니다.
▲뼝대(암석 절벽)라고 하는 기암 절벽 뷰에 잠시 넋 놓고 감탄합니다.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가 오버랩되는 수수밭 풍경입니다.
▲오늘의 종점입니다. 우수 회원에게 드리는 산사랑 굿즈!

한낮 기온 35도 속에 9km의 계곡길을 걸었지만 크게 힘든 줄 모르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트레킹의 타이틀이 계곡 트레킹이라 물놀이를 못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었는데, 심각한 가뭄인데도 불구하고 곳곳에 멋진 물놀이 포인트가 있어서 즐겁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 오지 계곡다운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더위에 지쳤던 심신의 피로가 풀리며 정서적 편안함을 충전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트레킹 중에 만났던 개, 오리, 닭, 심지어 뱀까지 거기에 각종 야생화와 솜사탕을 옮겨 놓은 듯한 뭉개 구름, 이 모든 것이 메말라 있는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흔하지만 소중한 소재였습니다. 강렬한 햇볕은 여름의 끝자락을 향해가며 가을을 품어내는 듯 순간의 빛을 머금고 있는 8월의 주말, 소중한 사람들과 멋진 장소에서 유쾌한 트레킹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힐링을 통해 또 다시 시작되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견디고 버텨내는 내공을 쌓아봅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