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여름은 아닌데 그렇다고 가을이라고 하기엔 뭔가 2% 부족한 느낌, 맞습니다. 9월은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그 중간에서 우리의 신체가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워밍업의 계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진 기후는 야외 활동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비가 자주 내리는군요. 강릉 지역은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서쪽 지역은 비가 너무 자주 내리다 못해 폭우 피해가 있는 곳도 있고, 대한민국 땅이 결코 좁은 나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앰코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의 9월 정기 산행지는 강원도 고성의 금강산 신선대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결국 산행 당일 동해안 지역의 비 소식이 전해져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하루 전날 계획을 바꿨습니다. 다행히 동해안과 다르게 서해안 쪽은 새벽까지만 비가 내리고 이후 좋은 날씨가 이어질 거라는 예보가 있어 나중에 가려고 점 찍어 놓은 전라북도 군산의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산행을 신청한 분들에게 실망을 하게 하면 안 되기에, 대체지는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산행을 기획한 필자의 신념입니다. 산행 당일 들뜬 마음으로 모두가 버스에 탑승하고 산행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출발 전까지 간간히 비가 뿌리는 날씨였습니다. 이번 주부터 벌초 시즌이 시작되서인지 궂은 날씨에도 고속도로는 많이 막힙니다. 군산쯤 오니 흐렸던 날씨가 점점 개고 맑은 하늘을 보여줍니다. 일기예보에 반신반의하며 내심 걱정했던 마음이 이제야 놓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국내 최대 간척지인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기 시작하자 먹구름이 깔리고 폭우가 쏟아집니다. “역시 우리가 알던 기상청이 맞구나!“ 잠시 좋았던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도착 10분 전, 드디어 고군산군도에 접어듭니다. 여전히 날씨는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오늘의 출발지인 무녀도에 도착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불과 1분 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보여줍니다. 정말 대자연의 변화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영역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늘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오늘의 여정은 그야말로 모든 장소가 포토존입니다. 서해안에서도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곳이 고군산군도입니다. 오래 전부터 ‘선유 8경’이라 하여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고 8년 전에 고군산대교가 개통되면서, 고립된 섬이었던 곳이 육지와 연결되어 접근성이 좋아지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군산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의 섬 중에 오늘 우리가 트레킹을 할 코스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의 산과 해변입니다.
무녀도 출발지에서 바로 선유교를 건너면 선유도 남단의 옥돌 해변으로 이어집니다. 선유도는 특이하게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긴 형태의 섬입니다. 남쪽 해변을 따라 해상 데크 산책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무리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고, 옥돌 해변에서 바라보는 선유봉의 절경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선유봉을 올라야 하는 이유는, 선유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고군산군도의 모습이 가히 천하절경이라고 합니다. SNS에 셀 수 없이 많은 고군산군도의 사진 대부분이 드론 촬영이 아닌 이곳 선유봉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선유봉은 고작 150m 남짓의 높지 않은 봉우리인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좌측으로는 거의 수직 절벽이며 못을 박아 놓은 듯한 뾰족뾰족한 암릉 지형입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비가 내려 상당히 미끄러웠던 관계로, 좋은 등산화를 신고 온 회원들만 정상을 올라갔다 오고, 나머지 회원들은 정상 바로 아래 조망점에서 사진만 찍고 다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산행 시 가장 중요한 건 정상 정복이 아닌 안전한 산행입니다.
정상 아래 조망점도 정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멋진 뷰를 자랑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예뻐 어떤 포즈의 어떤 구도라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짙은 푸른빛이 번져 있는 9월의 바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파도는 더 푸른 하늘빛을 담아내고 흩어진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은 섬의 능선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습니다. 모든 풍경이 느리게 흘러가며, 그 느림 속에서 분주하게 지나온 지난 삶을 회상해 봅니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이 곳에서는 어디에 서 있어도 시야가 탁 트여서 우리의 눈과 가슴에 덮여 있던 모든 흐릿함을 청량함으로 날려버립니다. 멀리 겹겹이 이어진 섬들은 마치 수묵화처럼 은은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에 충분한 보물이었습니다.
살짝 힘들었던 선유봉에서 내려와 장자도에 접어듭니다. 장자도에는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는 여객터미널과 선착장이 있습니다. 섬의 규모는 아주 작지만, 고군산군도 안에 있는 섬 중에 온갖 음식점들이 가장 많은 섬입니다. 오션 뷰의 멋진 카페와 즐비한 횟집이며 장자도의 명물인 호떡가게가 다양하게 있어서 365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장터 같은 섬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봅니다. 파김치, 편육, 전, 풋고추에 각종 과일과 주전부리가 넘쳐 납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두 번째 산 정상을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자도에 이웃한 대장도의 대장봉이 그 목적지입니다. 대장봉은 해발 142m의 낮은 산으로, 전체가 암릉으로 되어 있는 돌산입니다. 선유봉과 더불어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뷰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코스가 짧고 낮은 산이지만 데크로 되어 있는 계단의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그야말로 짧고 굵게 지옥을 맛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산입니다.
짧고 굵게 대장봉을 오르며 땀을 좀 흘렸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선유도 해수욕장은 ‘리틀 마이산’으로 불리는 망주봉과 남악산이 있는 섬의 북쪽인 선유봉이 있는 섬의 남쪽을 이어주는 좁은 길 옆에 있는 아주 멋진 해변입니다. 해변을 가로지르는 짚라인으로도 유명한 곳이고, 이맘때 일몰 뷰는 서해안 최고의 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물때에 맞춰 해변을 거닐다 보면, 작은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있습니다. 오늘은 마침 간조 때라 윤슬 가득한 바다와 고운 모래를 밟으며 감성적인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행복했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우려와 다르게 최고의 날씨를 허락했던 오늘, 상상 이상의 멋진 풍경은 감성의 허기짐에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9월의 고군산군도는 산과 바다 하늘의 멋진 조화가 어우러져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최고의 트레킹지였습니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마치 쉼과 여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건너는 듯한 느낌,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뺨을 스치며 땀을 식히는 바람의 속삭임, 어느 것 하나 분주함이 없는 그 여유, 이곳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워가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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