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녹색으로 가득했던 가로수의 푸르름은 어느새 붉고 노란색으로 점점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계절의 변화를 볼 때마다 마음은 언제나 우뚝 솟은 회색빛 빌딩 넘어 병풍처럼 서 있는 산 위를 걷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힙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센치해지고 바람의 결이 달라지는 그런 계절입니다. 10월의 가을은 산과 들이 어느새 물들기 시작합니다. 붉은빛은 마음을 데우고, 노란빛은 세상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바람에 실려 천천히 내려 앉은 낙엽은 런웨이를 만들어 놓은 듯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머뭇거리게 하지만, 발끝에서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가 가을의 노래처럼 들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걸음은 더 가벼워지고 마음은 이미 낙엽 쌓인 숲 속을 걷고 있습니다.
낭만의 계절 10월을 맞이하여 K5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국내 최고의 낭만 단풍 드라이브 길이며 걷기 좋은 숲으로 알려진 ‘충북 단양의 보발재와 소백산 자락길 6구간’을 트레킹하고 왔습니다.
보발재는 국내 불교 양대 산맥인 천태종의 본산 구인사를 품에 안고 있는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고개로, ‘고드너미재’라고도 불리는 해발 540m의 고갯길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시기에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한 고개의 정상에 올라서면, 힘겹게 올라온 그 굽이진 길의 모습이 가히 풍경화의 한 폭처럼 그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비경이기도 합니다. 이미 속리산의 말티재와 더불어 단풍철 낭만 드라이브길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인데요, 오늘 우리 트레킹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1년 전에 고개 정상에 멋진 전망대가 완공되어 잠시 차를 세우고 가을의 선물을 감상할 수 있어서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찾은 날은 마침 단양군에서 주체하는 ‘온달 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더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보발재에서 출발하는 여정은 약 11km의 산속 길을 걸어 고구려 문화 유적지인 온달 관광지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소백산 자락길은 모두 12개의 구간 총 길이 143km의 국내 숨은 둘레길 중 하나입니다. 영남의 진산 소백산을 한 바퀴 감아도는 산과 계곡 숲길을 걸으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자연을 맛볼 수 있는 명품 둘레길 중에 하나이지요. 12개의 구간 중 오늘 우리가 걷는 곳은 6구간입니다.
보발재에서 출발해 온달산성을 거쳐 단양 영춘면사무소에 이르는 13.8km의 구간인데요, 우리는 온달 관광지까지 약 11km 정도를 걸을 예정입니다. 소백산 자락길 6구간의 명칭이 ‘온달평강 로맨스길’이라 합니다. 트레킹 구간에 고구려의 장군인 온달장군과 관련된 유적지가 있다 보니, 길 이름을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동화책으로 읽었었던 그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온달이 바로 온달장군 맞습니다. 길 이름이 지금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형형색색 물들고 있는 단풍과 낙엽 쌓인 숲길, 말 그대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하거든요.
출발 전의 기상 예보는 구름 낀 흐린 날씨라고 했지만, 우리가 트레킹을 시작하고 나니 바로 청명한 가을 하늘 그 자체였습니다. 때로는 기상청의 맞지 않는 예보가 반가울 때가 있는 것이겠지요. 둘레길이다 보니 잘 정돈된 임도를 따라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력이 약한 분들이나 평소 운동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분들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장소인데요, 아직은 잘 알려지지가 않아 찾는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숨은 명소를 찾아 다니는 것도 우리 산사랑 동호회의 장점이자 매력이지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보니 숲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서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습니다. 그렇게 네 시간을 걸어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온달산성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427m에 위치한 온달산성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정한 크기의 돌로 가지런히 축조한 성곽이 우리가 사극에서 보던 일반적인 성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성 밖에서 바라보는 성곽의 높이가 상당한데요, 산성을 오르며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 웅장함에 분위기를 압도당합니다.
산성에 오르면 북쪽으로 탁 트인 엄청난 풍경이 나타납니다. 영월에서 흘러온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며 단양을 지나가는 모습이 세상 시원할 수가 없어요! 이런 오지 산속에 어떻게 이런 산성을 축조했는지, 우리 선조들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온달장군의 전설이 전해오는 고구려 유적지라 아직도 산성 주변에서 발굴 작업이 한창입니다.
성곽에 올라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언덕에서 가을 바람의 결을 따라 마음을 내려놓고, 저 푸른 구름 아래 펼쳐진 자연의 그림을 감상하는 맛은 가을이 주는 보물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유난히도 햇살이 좋은 오늘, 가을의 절정에서 햇살이 부드럽게 산성을 감싸 안고, 산 아래 강물은 하늘빛을 품은 채 고요히 흘러갑니다. 바람 한 점에도 모든 풍경은 평화를 머금은 듯 고요하고 잔잔한데 이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거겠지요.




마치 유럽의 중세 시대 고성을 방불케 하는 성벽입니다. 웅장함에 저절로 걸음이 멈춰집니다.













여섯 시간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한 하루였습니다. 한편,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을 풍경에 홀려 정신을 놓고 걷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시기상 단풍의 절정은 다음주가 아닐까 싶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단풍 구경을 하기엔 충분한 풍경이었고, 푸른 하늘 아래 최고의 날씨 덕분에 기분 좋게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33명의 사우들과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단풍 속 낙엽 쌓인 숲길을 걷는 맛은, 10월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산길을 내려오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사라지기 직전에야 비로소 빛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그 빛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 그 날을 추억하며 다시금 찾게 된다는 것을요. 오늘의 멋진 경험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또 다시 찾게 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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