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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우리는 앰코人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전북 고창 선운산 트레킹!

by 앰코인스토리.. 2025. 11. 26.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에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여기저기 흩어져 촉촉히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누어 거닐어 보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마자락 휩싸여 쥐며 돌아서니

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

- 노천명 / 가을날

 

가을이 정점을 지나 이젠 겨울을 준비하는 듯 새벽 공기가 제법 코끝을 시렵게 하는 계절입니다. 집 밖을 나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고정되는 건, 차가워진 대지를 녹이는 아침햇살의 정기를 받아 울긋불긋 아침 주변을 밝히며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들의 향연입니다. 불과 엊그제까지 초록의 푸르름을 찬양했던 것 같은데, 벌써 가지 끝 흔들리는 마지막 잎새를 아쉬워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여가 활동을 즐기기에 최고의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앰코코리아 송도사업장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이런 멋진 계절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습니다. 기후변화로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단풍 트레킹에서도 단풍이 별로 물들지 않아 좀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11월 산행은 그 아쉬움을 두 배 만회하고자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인 전라북도 고창의 선운산 도립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이웃한 내장산과 더불어 대한민국 단풍의 성지로서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단풍 명소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산행을 기획하면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수많은 인파로 제대로 단풍 구경도 못하고 인파에 치여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여러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해보니 다른 유명 단풍 명소보다 차도 덜 밀리고 다양한 탐방로가 있어서 산행과 단풍 구경을 하기에 무리 없다고 판단하여 선운산 단풍 산행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기산행을 기획하는 사람으로, 준비 과정에 참 많은 것을 고려하고 최적화된 동선과 시간 관리 등등 고민할 게 참 많지만, 이런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아웃도어에 진심인 필자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통해 많은 사원에게 한국의 멋진 자연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며 일상의 피로를 푸는 즐거움이 행복, 그 자체인 것이지요.

 

선운산을 잠깐 소개하자면,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해 있으며 ‘도솔산’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주변 풍경이 워낙 뛰어나 산 정상에 오르면 바다 건너 변산반도까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산세는 험하거나 높지 않지만 멋진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마치 내변산이나 봉화의 청량산과 흡사한 모습입니다.

 

선운산이 유명한 건, 선운사라는 천년 고찰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이 사계절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서입니다. 백제 때인 6세기 때 창건한 사찰인데, 절의 뒷뜰에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백나무 숲의 풍경이 정말 일품인데요, 유명가수 송창식은 <선운사>라는 노래로 선운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9월이면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상사화’라 불리는 꽃무릇의 개화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11월 가을의 절정을 맞이하면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단풍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애기단풍이 물들어 선운사 주변은 그야말로 단풍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느낌이 되는 것이지요.

 

▲구름 한 점 없는 끝내주는 날씨입니다. 이미 선운산 주차장은 대형 버스들로 가득 차 있군요.
▲탐방로 초입부터 화려한 단풍이 반깁니다.
▲노랑, 빨강, 초록! 다양한 컬러의 하모니! 이렇게 화려한 단풍 터널이 계곡을 덮고 있어요.
▲AWW 동료들도 단풍 멋에 푹 빠졌어요. 오늘은 가을을 제대로 즐겨봅시다!
▲이곳이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선운사의 랜드마크인 극락교입니다.
▲마치 그림 엽서 같아요. 초록의 녹차밭이 단풍과 잘 어울리지요?
▲오늘 가장 예쁠 예정입니다!

선운산 주차장에 내려 선운사로 이어지는 탐방로에는 유명 관광지답게 길거리 음식이 즐비하고, 주차장 주변에 식당도 많아 가족 단위로 여행 오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우리가 방문한 이 날은 단풍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물든 절정이라고 하네요. 다음 주면 기온이 내려가면서 단풍도 다 떨어지고 겨울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면 백파율사비와 부도밭이 작은 숲속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입구를 둘러 싸고 있는 전나무가 정말 웅장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치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에 만난 그 전나무처럼 정말 그 크기에 압도당하고, 전나무숲 속에 들어서면 햇살 하나 안 들어오는 그 고요함에 일상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 기분이 너무 상쾌해집니다. 전나무숲 속을 나오면 드디어 도솔천을 뒤덮고 있는 단풍숲의 긴 터널과 만나게 됩니다. 선운사 앞을 흐르고 있는 작은 계곡인 도솔천은 그 주위가 전부 애기 단풍으로, 의장대가 도열하듯 계곡을 따라 수많은 단풍이 햇빛을 가리우며 계곡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천년 고찰의 담벼락에 기대어 계곡을 따라 걷는 길 위로 바람이 스치며 낙엽이 가볍게 흩어집니다. 산들바람에 내려앉은 단풍은 붉고 노랗고 주황입니다. 마치 하늘이 흘린 햇살이 나뭇잎마다 스며들어 다채로운 색으로 피어난 듯합니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햇살에 물결치며 빛나지만, 그 빛은 화려함보다 따스함에 가깝고 잠시라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은 산객들의 마음을 품어주는 듯합니다. 단풍과 산사! 참 멋진 자연의 조합이지요?

 

선운사 경내에는 산객들을 위한 찻집이 있는데, 잠시 들러 차 한 잔 즐기고 싶은 충동이 유혹합니다. 천년 고찰에서 단풍을 바라보며 즐기는 그윽한 향의 차 한 잔이라! 상상만 해도 감성이 넘치네요. 선운사 앞에는 신기하게도 녹차밭이 있습니다. 꽤 규모가 큰데요, 전남 보성의 녹차밭처럼 산 비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평지에 있어서, 차나무가 아니라 그냥 풀이나 조경수로 알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날은 운 좋게 하얀 녹차꽃도 볼 수 있었답니다. 주변은 온통 노랑 빨강인데 그 가운데에 녹색의 녹차밭이라 참 묘한 조합이지만 너무 멋진 풍경입니다. 뭔가 대비되는 컬러가 서로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 자연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요?

 

▲도솔폭포의 시원한 폭포수가 땀을 식혀 주는 것 같아요. 윤슬이 빛나는 호수를 배경 삼아 비상을 꿈꿔봅니다.
▲오늘 좀 멋지신데요? 호숫가 옆 숲길도 단풍터널의 연속입니다.
▲아직 지치지 않았을 겁니다! 함께 걸어서 즐겁고 힘도 안 들어요.
▲동굴에서 바라본 세상! 동굴 천장까지 점프!
▲어디로 가면 더 멋진 단풍이 나올까? 좀 수줍군요.
▲노란 단풍우산이 더욱 빛이 납니다.
▲합성사진 같은 배경이군요.
▲가장 경치 좋은 곳에서 낙엽을 식탁 삼아 맛난 간식을 먹어봅니다.
▲화려한 단풍을 병풍 삼아 단체 인증샷!
▲잠시 동심에 빠져봅니다. 위아래 어디를 보아도 단풍에 취합니다.

선운사에서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템플스테이 하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 갈림길이 있습니다. 좌측으로 가면 도솔폭포와 도솔제 가는 길입니다. 도솔폭포로 가는 길엔 숲 속 무장애 탐방로가 있어서 노약자들도 부담 없이 숲 향을 즐기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길입니다.

 

도솔폭포는 인공폭포로, 아주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올라오며 흘린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합니다. 폭포 옆 위로 올라가면 도솔제라는 저수지가 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반사되어 만들어 내는 윤슬이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정말 다양한 자연 풍경을 제공하는 선운산 도립공원의 매력에 다시 한번 감탄사가 나옵니다.

 

다시 왔던 길을 내려와 템플스테이 우측 계곡길로 걸음을 옮깁니다. 계곡을 따라 단풍을 즐기면서 도솔암까지 30분 정도 걷다 보면, 신라 진흥왕의 설화가 전해오는 진흥굴이 나타납니다. 규모는 작지만 동굴 안에서 동굴 밖 세상을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 꽤 멋져서 SNS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지요.

 

오늘 여정의 중간 지점인 도솔암에 왔습니다. 도솔암은 작은 사찰인데, 절 자체는 볼거리가 없지만 절이 등지고 있는 커다란 암벽과 보물 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이 참 멋집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선운사 극락교와 비교하여 전혀 경치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한전 앞의 비경이 이곳에 있습니다. 나한전 앞에는 백 년은 넘은 것 같은 커다란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단풍 그늘이 아주 화려한 모습으로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붉은색 낙엽이 대지를 온통 뒤덮고 있어 우리의 얼굴마저 볼 빨간 사춘기 소녀처럼 붉은 빛으로 적셔 놓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갑니다. 나한전 뜰에서 바라보는 도솔암과 그 너머 멋진 암벽들이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식욕을 더욱 자극합니다.

 

▲으음, 저 앞이 정상이려나요? 오늘 가장 힘든 곳! 절대로 뒤돌아 보지 않기!
▲밑에선 볼 수 없었던 저 바위들!
▲숨 가쁘게 올라왔으니 정상석 인증도 해야지요. 모든 풍경을 다 담아 갈 거여요.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라고 합니다. 장금이 엄마 무덤이 있다는 용문굴입니다.
▲동굴마저 단풍 맛집이었어요.
▲협곡 사이에 물든 단풍 풍경. 감성장인은 최신 유행하는 사진도 따라해 봅니다.

도솔암에서 간식을 먹고 짧은 산행을 합니다. 약 500m 정도 급경사 계단을 올라가면 낙조대와 천마봉 이라는,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는 봉우리가 나옵니다. 고도가 낮은 산이지만 산세가 너무 훌륭하고 여기서 내려다보는 뷰가 정말 환상입니다. 멀리 변산반도와 죽도까지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산객이라면 선운산의 봉우리와 능선을 타고 일주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땀 좀 흘리며 잠깐 등산도 하고 정상 인증도 했으니, 오늘 모든 걸 다 이룬 듯 뿌듯함이 몰려오네요.

 

하산길에 용문굴을 지나갑니다. 레전드 드라마인 <대장금>의 촬영지라고 하는데, 커다란 쌍굴의 모습이 흡사 눈과 콧등을 연상케 합니다. 하산길 역시 단풍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양쪽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협곡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바람 한 줄기 스쳐 지나갈 때 마다 단풍잎들은 작은 숨결처럼 흔들리며 계곡의 고요를 깨지 않을 만큼만 살며시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협곡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붉은 단풍잎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고, 그 찰나의 순간에 단풍은 마치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듯 은은하게 반짝이며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산사의 담벼락에서 가을 향기가 느껴집니다. 곧 사라질 가을의 감성이여.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마음이 아닐까요? 철 이른 동백이 벌써 꽃을 피웠네요!
▲읍내 현지인 맛집에서 푸짐한 뒤풀이로 오늘의 피로를 녹여 봅니다.
▲올 한 해 산사랑 동호회를 빛낸 우수회원께 감사패를 드렸답니다.

그렇게 하산하며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곁곁마다 마주친 단풍들이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네요. 푹신한 낙엽의 양탄자 위를 걸으며 장장 여섯 시간을 걸었지만, 피곤함보다는 눈 호강하며 받았던 단풍의 아름다운 보약에 심신이 건강해진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감성 자체가 무감각해져 우리의 감성은 무채색의 어두움으로 얼룩져 있는데요, 마치 감성의 무채색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오늘 화려한 자연의 수채화 속에서 받았던 그 감동과 감성은, 우리의 감성을 환한 무지개빛 물감으로 채색하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필자의 보잘 것 없는 글 솜씨로 오늘의 아름다웠던 단풍의 모습을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다소 있지만, 사진들을 통해 그 부족함을 대신 전합니다. 오늘도 파이팅!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