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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우리는 앰코人

앰코코리아 등산동호회 산사랑, 강원도 고성 트레킹!

by 앰코인스토리.. 2026. 2. 24.

몸과 마음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혹한의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야외활동은커녕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괴롭고 부담스러운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아웃도어 활동에 진심인 산사랑인들의 활동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찌는듯 무더위에도 더위를 즐기듯, 혹한의 날씨는 즐기려고 하는 자에게 낭만으로 다가옵니다.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을 같이 하자 /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 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눈을 지그시 감고 유영석의 서정적 가사와 멜로디를 음미하면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겨울바다가 눈 앞에 아른거리며 우리의 의지를 일깨워 바다로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2월 앰코코리아 아웃도어 동호회 산사랑에서는 그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강원도 고성으로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 전망대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750km의 해파랑길 50개의 코스 중 민통선 바로 아래에서 출발해 거진항까지 이어지는 49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사실상 가장 북쪽에 위치한 코스인데요, 전방 지방에 위치하다 보니 수도권에서 물리적 거리도 멀고,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성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속초나 강릉과 같은 동해안의 다른 유명 도시처럼 북적임이 없는 아주 한적하고 여유가 넘치는 시골 어촌의 풍경이 남아있는 해안 둘레길입니다. 이미 트레킹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겐 널리 알려진 코스인데요, 지금의 계절엔 그 마니아들조차 거의 없는 오지 느낌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오늘 새벽 6시, 필자가 집을 나설 때 송도의 기온은 영하 12도였습니다. 가족들마저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한 마디씩 하는데, 필자는 그저 웃었습니다.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고속도로 휴게소 중에서 가장 추운 곳이에요. 9시 현재 영하 11도. 로컬 푸드는 사랑입니다.
▲전방 지방임을 실감나게 합니다. 하늘빛이 오늘의 트레킹을 설레게 합니다.

세 시간을 달려 오늘의 출발지인 강원도 고성 통일 안보 공원에 도착했어요. 추운 날씨 덕분에 고속도로엔 차가 없어 전혀 밀리지 않네요. 휴전선 앞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여기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를 해야 합니다. 역시 이곳이 최북단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트레킹을 할 겁니다.

 

겨울철 동해안 지역은 북서풍의 영향으로 순 코스가 아닌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역 코스로 트레킹을 하는 것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힘도 덜 들고 덜 춥습니다. 오늘 이곳의 낮 기온은 0도. 필자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이 바로 이것이지요. 계절풍(북서풍)을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서해안 인천 지역과 다르게 동해안은 백두대간의 큰 산맥이 바람을 막아주어 서해안보다 5도 이상의 따뜻한 기온을 나타내는 것이 겨울철 특징입니다. 바람의 방향과 지리적 기후의 특성까지도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하면 혹한의 날씨에도 즐거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답니다. 오늘은 유독 하늘이 더 맑고 푸르게 보이고 바람도 거의 없어 마치 초봄의 날씨를 연상케 합니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모래 위에 흔적을 남기며 걸어봅니다.
▲눈이 부신 푸르름의 풍경화입니다.
▲투명함, 그 자체의 물색을 보세요.
▲억새 너머 바다는 또 다른 감성을 주는군요.
▲등 뒤에서 넘실대는 거친 파도. 여행 화보 같군요.
▲걷다 보면 종종 만나는 철책이 분단 국가의 현실을 대신해주네요.
▲충성! 33년 전 이곳 고성에서 군 생활을 하셨다는 등반 대장님도 뭔가 감회가 남다르신 것 같아요.

통일안보공원에서 한 시간쯤을 걷다 보면 처음 만나는 항구가 대진항입니다. 이곳엔 전망 좋은 멋진 등대와 아기 자기한 조형물들이 있어, SNS에서 인기 있는 장소로 소문난 곳입니다. 배가 들어오는 부둣가엔 횟집과 화장실 편의점 식당 등이 있어서 트레킹을 하면서 출출한 배를 채울 수도 있고, 싱싱한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로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이곳은 문어가 마스코트랍니다.
▲이런 풍경이면 걷는 게 너무 즐겁지요.
▲깊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센스 만점인 문구네요.
▲언니도 동생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동생 좀 챙기세요!
▲파도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크림 맥주를 연상시키는 파도가 식욕을 자극하네요.

해파랑길 49코스의 장점은,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수평선까지 보이는 푸른 바다를 정말 원 없이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간중간에 화장실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경치 좋은 곳에서 간식을 즐기며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멋진 바다를 배경 삼아 준비한 간식들을 맛있게 먹었어요. 눈 호강 & 입 호강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서만 보던 등대 앞에서 한 컷!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에요.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물색에 감탄만 나옵니다.
▲너무 멋진 곳입니다.

쉬엄쉬엄 걷다 보면 화진포 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그 규모도 상당하지만, 화진포 호수의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 지역이라 여름철 피서지로 아주 유명한 해수욕장입니다. 동해안의 자연 호수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고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최근 열풍인 러닝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주변엔 각종 별장과 해양 박물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여 여행의 지루함이 없는 명소입니다. 필자는 여러 번 이곳에 방문했는데요, 유독 겨울에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정말 겨울철 동해안을 대표하는 바다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감성의 겨울잠을 깨우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랍니다.

 

바람에 스치는 솔향과 바다 특유의 짠내음 가득한 물빛 사이로 해변의 눈부신 모래알은 설렘을 펼쳐 놓는 것 같습니다. 거친 파도가 한번 밀려왔다 물러갈 때마다 마음 속 묵은 잡념들도 하나 둘씩 함께 씻겨 나가고, 남는 것은 오직 빛 바랜 사진 속에서 꺼내 온 오래된 추억의 한 장면과 같은 두근거림과 편안함이지요.

 

하늘도 푸른색, 바다도 푸른색!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으니,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길들이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오릅니다. 여행은 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내가 상상하는 한 장면 속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할 텐데, 이 순간만큼 나는 시간을 잠시 잡아두고, 앞으로 또 걸어 갈 길을 때 묻지 않은 모래 위를 도화지 삼아 그려봅니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생각하게 하는 곳. 제가 겨울의 화진포를 좋아하는 이유지요.

 

▲오늘 화진포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다.
▲거친 파도가 부서지는 화진포의 겨울바다!
▲오늘의 여정에 작은 흔적을 남겨 봅니다.
▲겨울바다의 국가대표 풍경 이것이 화진포 바다입니다.
▲그래요. 오늘 하고 싶은 포즈 다 하세요!
▲피톤치드 가득한 송림 속 솔향기에 취해 봅니다.

화진포의 매력은 산과 호수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는 거지요. 해양박물관을 지나 국도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에서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화진포 호수가 나타납니다. 이 호수길이 멋진 이유는 호수를 따라 벚나무길이 이어지며 벚꽃 시즌에는 아주 멋진 드라이브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호수길 건너 반대편은 송림이 우거진 아주 멋진 솔숲이 있어서 여름철 트레킹 시 시원한 그늘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송림을 지나 해변에 이르면 여기서부터 작은 산이 거진항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5분 정도 산에 오르면 천하 절경이 보이는 위치에 김일성 별장이 있습니다. 6.25 한국 전쟁 이전에 3.8선 이북이었던 이곳은 북한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이 종종 휴양을 보내곤 했던 곳이라 가장 멋진 뷰를 자랑하는 곳에 별장을 만든 것이지요. 지금은 그 당시의 유품과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건물이 있는데요, 사실 전시된 유물보다 별장 밖 탐방로 계단에서 바라보는 화진포 해변의 풍경이 가히 천하 절경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멋진 뷰를 보여줍니다.

 

▲화진포의 숨겨진 뷰 맛집이에요. 99% 사람들은 화진포는 알아도 여기는 모르지요.
▲저 구름은 합성이 아닙니다.

그렇게 다섯 시간 정도를 걸어 오늘의 트레킹을 마쳤습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해파랑길 49 코스. 모두가 우려했던 강추위도 모진 바람도 없었던 멋진 날씨 덕분에 아주 편하고 즐겁게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이 멋진 풍경을 즐기기 위해선 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로 주말 새벽에 집 밖을 나설 용기이겠지요. 별거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살짝 용기를 낸다면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남들은 경험할 수도 없는 엄청난 도파민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글과 사진 / 기술연구소 선행기술개발그룹 김용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