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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꿀벌은 천재 건축가! 육각형 벌집 구조와 건축학

by 에디터's 2021. 12. 23.

꿀벌은 천재 건축가!
육각형 벌집 구조와 건축학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연말을 맞아 퀴즈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둘레가 일정할 때 넓이가 최대인 도형은? 네! ‘원’이지요. 이 원들을 이어붙이면 원 사이에 틈이 생기는데, 그렇다면 한 가지 도형으로 공간의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도형은 무엇이 있을까요? 퍼뜩 생각나는 도형들이 있나요? 평면을 한 가지 다각형으로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각 도형의 내각의 합이 360도가 정확히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오각형은 한 내각이 108도이기 때문에, 내각의 합이 360도가 될 수 없지요. 내각의 합으로 360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그리고 정육각형 정도입니다. 정삼각형의 한 내각은 60도, 정사각형은 90도, 정육각형은 120도이므로 내각의 합으로 360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정원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영국에는 세계적인 키친가든, ‘에덴 프로젝트’ 식물원이 있습니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의 인기 여름 휴양지인 콘월(Cornwall)에 있는데 이곳에는 바이옴스(Biomes)라 불리는 커다란 돔 형식의 온실을 중심으로 교육, 실험, 문화 관련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이옴들을 합친 규모는 축구장 30개를 넓이로, 다 돌아보는 데만도 반나절 이상 걸린다고 해요. 각각의 바이옴은 육각형 구조가 맞물려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해요. 이 구조물을 지을 당시 건축 설계자들에게 전달된 주문사항은 ‘최소 면적에 최대의 식물군을 담을 것’, 그리고 ‘최소한의 철골 구조만으로 최고로 튼튼한 구조물을 지을 것’이었습니다. 설계자들은 이 주문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육각형 구조를 택했다고 해요.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Eden_Project

그런데 이 육각형의 구조물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나요? 바로 벌집입니다. 벌집의 과학적 구조를 처음 주목했던 이는 서기 4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파프스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 「수학집성(數學集成)」에서 “꿀벌들은 꿀을 저장하기에 알맞은 그릇을 만드는데 그것은 불순물이 끼지 못하도록 서로 빈틈없이 연이어 있는 형태다. 그런데 동일한 점을 둘러싼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도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의 세 가지밖에 없고 그 중 최대의 각(꼭짓점)을 가진 도형에 꿀을 많이 채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정육각형이고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정육각형을 택했다.”라며 놀라워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1965년 헝가리의 수학자 페예시 토트 역시 벌집 구조의 과학성을 복잡한 수식을 통해 수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하였는데요, 페예시는 최소의 재료를 가지고 최대의 면적을 지닌 용기를 만들려 할 때 그 용기는 육각형이 된다며 변이 곧은 요철형 다각형 가운데 정육각형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도형임을 밝혔습니다. 축구장의 골네트도 원래는 사각형이었지만 육각형의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기 위해 육각형 그물망으로 구조를 바꾸었다고 해요. 같은 재료로 더 많은 네트를 짤 수 있고, 골이 들어가는 순간 그물망의 움직임도 안정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정육면체의 벌집은 안정성 면에서도 최고의 효력을 보입니다. 정삼각형은 안정적이지만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사각형은 공간에 가해지는 힘의 분해력이 떨어지지요. 반면에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가해지는 힘을 균형 있게 분산시키는 매우 안정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견고함으로 꿀벌이 벌집 무게의 30배나 되는 꿀의 양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구조를 활용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허드슨 야드 ‘베슬’입니다. 이 건축물은 46m의 16층 높이에 2,500개의 계단이 정육각형을 그리며 쌓아 올려져 있습니다. 허니콤 구조로 지어진 베슬은 강력한 바람에도 끄떡없다고 알려졌지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대한민국에도 허니콤 구조를 활용한 건축물이 있는데요, 서울시 건축 대상까지 받은 건축물로 강남에 있는 ‘어반하이브’입니다. 기존의 건축물들과는 달리 내부에 기둥 하나 없는 모습이 경이롭지요. 기둥이 없다면 무엇으로 그 무거운 콘크리트를 지탱할까요? 비밀은 허니콤 철근 구조에 있습니다. 외벽 시멘트 안에 숨겨져 있는 철근들이 정밀하게 육각형으로 엮어져 있어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외벽에 원형 구멍을 뚫어서 창문으로 사용하면서, 콘크리트 외벽의 무게를 줄여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designforbyofkorea.com

육각형 구조의 허니콤은 고속철도에도 활용됩니다. 최고속도가 300㎞인 KTX는 초속 83m, 급제동 거리만 3,300m에 다다를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KTX도 다른 운행 수단들과 같이 충격 완화장치를 가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허니콤 구조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허니콤 구조의 충격 완화장치는 물체가 벽에 충돌했을 때 물체가 받는 충격의 80%까지 흡수한다고 해요. 이는 시속 300㎞로 달리는 KTX가 700㎏의 장애물과 정면으로 충돌해도 객실에는 충격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비행기는 어떨까요? 항공기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많은 연료 소모가 큰데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 높은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행기 복합재 내부에 허니콤 구조를 활용합니다. 허니콤 구조는 견고하고 튼튼하면서 가장 적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행기의 제작 목적에 알맞지요. 허니콤 구조를 활용한 구조물은 비어있지 않은 구조물보다 0.06배 가볍고 강도는 37배 이상이며, 소리나 열을 차단하는 능력도 뛰어나서 비행기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벽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자연 속 생명체들은, 이러한 놀라운 과학을 스스로 터득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참 경이롭습니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자연 속 원리를 독창적으로 활용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자연 속 수많은 생명체에게서 배워야 하는 소중한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