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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홍합의 강력한 접착효과

화학접착제보다 강력한
홍합의 접착효과

추운 겨울이 되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포장마차 홍합탕의 유혹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또 짬뽕은 어떤가요? 온몸이 꽁꽁 얼었을 때 얼큰한 홍합짬뽕 국물 한 모금은 “크으!” 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키지요. 늦겨울부터 초봄까지 제철 식재료로 사랑받는 대한민국 국민 해산물 홍합은 맛뿐만 아니라 칼슘, 인, 철분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참 고마운 해산물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여러분은 홍합을 자연에서 직접 채취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바위에 붙어 있는 홍합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이를 떼어보려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홍합은 웬만한 힘으로는 떼어내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홍합은 족사(足絲) 때문이지요. 족사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0.1㎜짜리 족사로 12.5㎏을 들어 올릴 만큼 강력합니다. 홍합이 바위에 붙어 파도의 강력한 충격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https://www.mrsec.org

홍합의 접착력은 현재 어떠한 화학합성 접착제보다도 강력한 자연적인 접착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접착의 범위가 유기 고분자, 무기물질, 금속, 세라믹 등 매우 넓어 연구자들에게 연구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접착력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요?

 

바로 홍합이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접착단백질에 그 원리가 있습니다. 홍합의 접착단백질은 족사와 족사 끝에 있는 플라크로 구성되어 있지요. 족사는 많은 단백질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MFP–1(Mytilus foot protein-1), MFP–3, MFP–5가 가장 중요하게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특히 MFP–3 과 MFP-5는 실질적으로 표면을 접착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는 다이하이드록신 페닐알라닌(dihydroxyphenylalanine, DOPA) 일명 DOPA라는 특수한 아미노산의 분율이 높습니다. 이것은 타이로신이라는 성분에서 비롯되는 특수한 아미노산입니다.

 

또 수중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다른 접착제와 달리 홍합의 족사는 물속에서 매우 강한 접착력을 보입니다. 이는 양전하를 띠는 아미노산인 라이신(lysine)이 DOPA와의 시너지가 물속에서의 강한 접착력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물체 표면에 부착이 가능하고 접착제의 성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수중환경 속에서 접착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연물에서 추출된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접착제이기에 인체 내외부 모두에 안정성이 보장된 생체 접착제라는 점에서 많은 분야로 발전 가능성을 가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지요. 자연에서 홍합 접착단백질을 1g 얻기 위해서는 홍합 1만 마리가 필요합니다. 1g당 7만 5,000달러 우리 돈으로 9,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FP-5‘ 단백질을 추출하여 유전자를 복제하고 대장균을 이용해 증식·분리하는 방식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지요. 대량 생산된 홍합 접착단백질은 여러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홍합 접착단백질은 특히 의료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홍합의 접착 기술이 기존 수술용 실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기존의 수술용 실은 염증이나 흉터, 그리고 약한 조직에는 사용하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지만 2015년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연구단이 개발한 순간조직 접착제는 인체에 전혀 무해하면서도 빠르게 봉합되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원리로 지혈제도 개발되었지요. KAIST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홍합 접착물질을 활용하여 의료용 지혈물질을 개발하여 혈액 응고장애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홍합 단백질의 접착능력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면역 기술도 개발되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암세포만 공격하고 면역체계가 가지고 있는 기억 능력과 적응력으로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존 항암제들에 비해 치료 부작용이 적고 때문에 효율적이어서 선진적인 항암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정맥주사로 항체를 한꺼번에 투여하는 경우에는 정상세포 조직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자가면역질환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또 국소치료로 진행되는 치료법은 혈액 등에 의해 대부분의 항체가 표적 부위 밖으로 벗어나기 때문에 치료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지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포항공과대학교 차형준 교수 연구팀은 홍합 접착단백질을 활용하여 ‘이뮤글루’를 개발했습니다. 이뮤글루는 수중환경에 강한 홍합의 접착단백질을 활용했기 때문에, 치료용 항체를 표적 부위에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도록 해 항암면역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자연은 항상 그 해결책이 되곤 합니다. 홍합 하나에도 인간이 흉내 내지 못할 이러한 엄청난 기술이 숨어 있다는 사실! 우리는 자연 앞에 조금 더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떠세요, 오늘 저녁은 홍합탕으로 자연의 신비를 한번 음미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