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miconductor/스마트 Tip

[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자기세정 효과와 연꽃

고고한 매력의 비밀,
자기세정 효과와 연꽃

사진출처 : 픽사베이

진흙 속에 뿌리를 두고 태어났지만 못 위에 드러낸 모습은 진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연꽃은,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여러 문화와 종교에서 청결하고 고귀한 꽃으로 대접받습니다. 유교에서는 연꽃을 ‘군자의 꽃’이라 불렀고, 불교에서는 연꽃을 곧 ‘불교’라고 할 정도로 칭송합니다.

 

그중 연잎은 맛을 비롯해 의학적 효능 또한 훌륭해 여러 음식이나 약재로서 그 쓰임이 다양합니다.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그 효능과 아름다움으로 주목받는 연꽃은 생체모방기술의 대상으로서 역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는 진흙탕 속에서도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는 ‘연잎 효과’와 관련 있습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아무리 더러운 흙탕물이 지나가더라도 깨끗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는 연꽃은 어떻게 그리 깨끗한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걸까요?

 

‘연잎 효과’는 독일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프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빌헬름 바르트로프는 연잎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을 때 수많은 돌기와 그 돌기의 솜털이 발견되었고, 연잎의 자기세정 능력은 이러한 돌기의 구조로 발현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돌기들은 물이 연잎 위에 떨어지게 되면 물방울들이 돌기 사이로 스며들지 못하게 합니다. 이는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의 응집력을 매우 크게 하여 동그란 물방울의 형태로 유지되게 만들어줍니다.
떨어진 물들이 모여 물방울이 되면 연잎이 조금만 움직여도 굴러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물방울이 연잎에 있는 먼지와 노폐물들을 데리고 사라지기에 연잎은 항상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잎의 표면은 ‘초소수성을 띄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미지출처 : https://www.kruss-scientific.com

초소수성은 물방울과 물질의 표면의 접촉각이 150도 이상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접촉각은 물의 응집력과 물과 표면의 접착력 두 개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데, 이 두 관계를 습윤성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습윤성이 작으면 액체의 응집력이 낮고 액체와 물체의 접착력이 높은 것이고, 습윤성이 높으면 응집력이 높고 접착력이 낮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습윤성이 높은 표면은 친수성이라고 할 수 있고, 습윤성이 낮은 표면은 소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물과 150도 이상의 접촉각이 생기는 것을 초소수성이라고 합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러한 연잎의 자가세정 효과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연잎 효과를 발견한 빌헬름 바르트로프 교수는 연잎의 자가세정 효과를 페인트에 활용했습니다. 이 페인트를 바르게 되면 표면에 연잎의 표면처럼 자그마한 돌기들이 생기지요. 이 돌기들은 연잎 효과를 유발하여 페인트를 바른 곳은 방수는 물론이고, 때가 끼는 것을 방지합니다. 물로만 세척해도 연잎 효과에 의해 주위 노폐물들이 같이 쓸려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황운봉 교수팀은 연잎 효과를 활용하여 가습기에 나노 표면 구조를 구현해냈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의 증발기에 표면구조 기술을 활용하여 곰팡이와 서리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가습기가 가지고 있던 잦은 청소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동시에 더러운 가습기가 가지고 있던 위험성 모두 해결해주지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 외에도 우리는 흔히 전봇대나 변압기에 광고물이 붙어 더러워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한국전력연구원에서는 연잎의 자가세정 기술을 이용하여 전력설비의 오염을 막고 스스로 세정하는 코팅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자기세정, 부식 및 오염방지 기능뿐만 아니라 강원도 같은 혹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착설 착빙에 의한 전선 애자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새로 개발한 코팅 도료로 적용할 경우에 표면의 연잎 효과로 인해 눈, 수분 등이 얼기 전에 흘러내려 제거된다는 말이지요.
이 코팅 기술은 전력 설비 관리 말고도 재생 에너지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에 적용하여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고, 풍력발전기의 터빈 날개에 적용하여 결빙 방지 기능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연잎 효과를 이용한 옷은 이미 시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쉘러사는 연잎 효과를 이용해 만든 직물의 표면을 미세한 굴곡 구조로 바꾼 ‘나노스피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쉘러사가 만든 옷감은 오염물에 의해 더러워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만 뿌리면 연잎 효과에 의해 자연스럽게 깨끗해지기 때문이지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연잎 효과는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물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답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류의 용변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은 하루 1,410억ℓ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많은 물의 양은 물 부족 국가들의 하루 물 사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렇게 쓰이는 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연잎 효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나노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탁싱 윙(Tak-Sing Wong) 박사는 변기에 나노 물질을 코팅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물의 10%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술은 스프레이로도 개발이 되어 새로운 코팅 변기를 사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연잎의 자기세정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매일 닦아야 하는 거실 바닥, 매주 세차해야 하는 자동차, 그리고 어쩌면 씻기 싫어하는 누군가에게도 연잎의 자기세정 효과가 탁월하고도 기발한 기술이 되지 않을지, 엉뚱한 상상도 해보게 합니다. 여러분은 연잎의 자기세정 효과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