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 뱀이 1등 공신?
열화상 카메라 기술을 지닌 뱀
똬리를 틀고 앉아 혀를 날름대는 뱀의 모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혐오감과 공포감으로 다가옵니다. 영악한 동물, 간교한 요물 등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전설이 사람들로 하여금 뱀을 더욱더 혐오스러운 존재로 낙인찍히게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뱀이 가진 독은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분명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기도 하지요. 특히 뱀이 자신보다 더 큰 몸집의 짐승을 민첩하게 공격하고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섣불리 뱀을 건드려서는 안 됨을 직감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뱀은 인간의 15%에 해당하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뱀은 그렇게 낮은 시력으로 어떻게 그렇게 민첩하게 사냥을 할 수가 있는 걸까요? 알려진 시력대로라면 먹이를 바로 앞에 두고도 더듬거려야 하지만 뱀은 포착한 먹이를 향해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이동하여 공격합니다. 이쯤 하면, 뱀의 시력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될 텐데요,
사실 뱀의 놀라운 사냥 실력은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습니다. 뱀의 눈 아래에 있는 구멍에 ‘골레이 세포(Golay Cell)’라는 것이 적외선을 감지하는데, 골레이 세포는 적외선을 흡수하여 전기를 발생시키고 이 전기 신호는 뱀이 사물을 인지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뱀은 어떻게 적외선으로 어떻게 사냥감을 인지할 수 있을까요? 적외선은 전자기파 중의 하나로 파동의 진동 수에 따라 그 종류를 분류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보다는 파장이 길고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보다는 짧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는 가시광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볼 수가 없는데, 뱀들은 가시광선 대신 적외선으로 주위 사물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뱀의 눈 아래에 있는 구멍은 뱀의 또 다른 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월등히 발단한 뱀의 적외선 감지 능력은 5,000nm 정도의 파장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파장의 10배 정도에 해당합니다.
적외선을 감지하는 뱀 중 특히 방울뱀은 그 능력이 출중합니다. 방울뱀의 골레이 세포는 0.003도의 온도차를 0.003초 안에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골레이 세포가 예민한 뱀들은 보이지 않는 밤에도 조그마한 불빛을 인지하고 움직입니다. 산속에서 밤이 되어 전등을 켰다면 인근의 뱀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지요.
뱀들의 이러한 적외선 탐지 능력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기술적 영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바로 적외선 측정 장치인 ‘골레이셀’입니다. 골레이셀은 적외선을 흡수하면 내부의 가스가 가열되어 팽창하는데, 이 팽창으로 인한 압력의 증가로 막을 변형시킵니다. 변형된 막에서 반사된 빛은 광 다이오드에 의해 검출되지요.
이외에도 뱀의 적외선 감지 능력을 모방한 여러 제품을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건물 어디를 가도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열화상 카메라와 온도계 역시 적외선 감지 기술을 활용한 제품입니다. 인체에서 나오는 열은 적외선의 형태인데 적외선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대상의 열감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적외선 감지기는 사람의 체온뿐 아니라 건축물의 결함을 진단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적외선 감지기로 미세한 온도 차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에 발생한 미세한 틈으로 야기된 온도 차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물에 발생한 미세한 틈은 건물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감소시키고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열효율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 환풍구나 구석진 곳에서 발생한 화재도 감지할 수 있어 화재의 조기 발견과 대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적외선 감지 기술은 보안 분야에도 그 활용성이 큽니다. 기존의 CCTV는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만 담을 뿐이었지만, 적외선 감지 기술을 활용한 적외선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침입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 열화상으로 감지한 영상이기에 관찰 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군사기술에도 광범위하게 쓰여 야간 임무수행을 위한 야시경, 움직이는 적을 포착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 그리고 미사일에 적용되는 적외선 센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유도 미사일은 처음에 설정한 목표물을 향해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미사일을 말합니다.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미사일은 처음 포착한 대상의 온도를 미사일의 적외선 센서에 입력해 목표물에 도착할 때까지 초기 설정된 온도를 가지고 있는 대상을 계속 따라가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유도 미사일은 적외선 센서 말고도 다양한 센서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유도 미사일의 임무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센서가 바로 적외선 센서라고 할 수 있지요.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적외선 기술은 사용됩니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자 감지 시스템 강화인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다스카이’는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아다스카이가 개발한 적외선 센서인 ‘바이퍼’는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까지 인식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이 보행자인지 자전거를 탄 사람인지 대한 정보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고 하지요.
적외선 기술을 활용된 제품들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합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농업 분야에서 첨단 항공 분야에 이르기까지 활용되며 여전히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뱀의 생존 기술이 인류에게도 엄청난 활용 가치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우리 주변의 생물과 자연 현상에 더욱 깊은 관심으로 가지고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아직 풀리지 못한 자연 속 많은 수수께끼 어쩌면 인류의 보물창고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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