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수영의 금메달리스트, 상어
상어지느러미 속 비밀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상어를 만난다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겠지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상어는 보는 것만으로 오싹합니다. 상어는 바닷물속에서 약 시속 50㎞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는데요, 이 어마어마한 속도는 웬만한 군함보다도 빠릅니다. 그런데 상어의 이 엄청난 스피드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답니다. 과학자들은 상어의 피부를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관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맨눈으로 보았을 때 매끈해 보이는 상어의 피부 표면에는 아주 작은, 그리고 미세한 돌기들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상어의 지느러미 비늘에는 삼각형의 미세돌기가 있습니다. 이 미세돌기는 리블렛(riblet)이라고 불리는데요. 갈비뼈인 ‘rib’과 ‘작다’라는 뜻의 ‘let’이 합쳐져 작은 갈비뼈를 뜻하는 이 미세돌기는 10~100㎛(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라 합니다. 대략 ㎜로 환산했을 때 0.01㎜에서 0.1㎜ 크기 정도로, 손으로 만져 보면 사포를 만지는 듯한 촉감으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래 과학적 정설에 따르면, 이러한 미세돌기는 물속에서의 불규칙한 흐름을 발생시키므로 매끄러운 피부 표면보다 마찰 저항을 더욱 증가시켜 물속에서 속도를 오히려 감속시킨다고 알려져 왔는데요, 하지만 추후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기존의 정설과는 대비되는 연구결과가 밝혀졌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상어 지느러미의 미세돌기가 물속에서의 마찰 저항을 감소시킨다고 밝혔지요. 이 미세돌기들이 물과 닿으면서 생기는 소용돌이가 피부 표면을 지나가는 큰 물줄기의 흐름으로부터 상어 표면을 떼어놓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지느러미 미세돌기의 완충재 역할 덕분에 물과의 표면마찰력은 최소화되고, 이로 인해 물속 저항이 감소함으로 헤엄치는 속도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지느러미의 비늘은 표면마찰력을 약 5%가량 더 줄여주는데요, 상어의 이 작은 미세돌기가 상어가 헤엄을 칠 때 엄청난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일등 공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상어 지느러미 표면의 미세돌기는 많은 개발자와 사업가들에게 뛰어난 영감을 주었습니다. 상어 비늘의 미세돌기의 원리를 이용해 자동차의 타이어를 개발하기도 했고, 잠수함, 비행기, 수영복 등 다양한 제품의 표면 소재로 적용되기도 하였답니다. 그중 상어의 미세돌기를 본 떠 만든 전신 수영복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착용하게 되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한 이언 소프와 2003년에 세계 신기록 5개를 수립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이 전신 수영복을 유명하게 만든 인물들이지요.
이 전신 수영복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어의 지느러미 표면처럼 작은 미세돌기로 덮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영복 표면의 미세돌기가 선수 주위의 작은 소용돌이를 없애주어 100m 기록을 0.2초 정도 단축해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신 수영복의 우수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33개의 수영 금메달 중 25개의 금메달이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의 것으로 알려져 더 확실하게 입증되었지요.
전신 수영복의 톡톡한 효과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발휘되었는데요,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25명의 선수 중 23명이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위력이 한 번 더 증명되게 되었지요. 하지만 0.01초의 기록을 다투는 수영 세계에서 0.2초의 기록 단축은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따라서 2009년 3월 국제수영연맹은 모든 선수의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많은 신기록을 수립시키면서 ‘과학 도핑’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박태환 선수는 오히려 신기록 제조기라고 불리는 전신 수영복 착용을 포기하였다는 것인데요, 전신 수영복은 부력을 5% 정도 향상해 더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러한 효과가 오히려 박태환 선수의 영법과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결국, 박태환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을 당당하게 제치고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게 되지요. 신소재 수영복 없이 갈고 닦은 본인의 기량만으로도 기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전신 수영복 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박태환 선수의 반신 수영복. 상어 비늘의 원리로 만들어진 수영복 일화를 알고 보니 그 금메달이 더욱더 값지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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