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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세뱃돈과 아마존 모르포 나비

by 에디터's 2022. 1. 27.

사진출처 : 픽사베이

2022년을 맞이하고 첫 연휴인 설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으며 신년 덕담도 나누고 아이들은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며 세뱃돈을 받는 꽤 기대되는 시간인데요, 세뱃돈을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 모두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1만 원권 지폐의 오른쪽 아래 숫자 ‘10,000’이라고 쓰인 부분입니다. 숫자 10,000의 색이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한다면 문제없지만, 색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위조지폐로 신고해야 하지요!

 

1만 원권 지폐에는 위조 방지를 위한 색 변환 잉크가 사용됩니다. 이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이 부분이 노란색 또는 초록색으로 바뀌어 보이는데요, 이는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파랑색의 나비, 모르포 나비(Morpho Butterfly)를 떠올리게 합니다. 모르포 나비는 아마존을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나비종으로, 속명인 모르포(Morpho)는 ‘변한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나비의 날개 색이 보는 각도에 따라 현란하게 바뀌어 얻게 된 이름이지요.

 

사진출처 : https://photostockeditor.com

모르포 나비 속 아래 수십 개 이상의 종이 있는데요, 그중 헬레나 모르포 나비(Rhetenor Blue Morpho) 등 일부 종은 화려하고 강렬한 푸른 빛을 지녀, 세계 곤충 수집가들이 한 번쯤 만나고 싶어 하는 귀한 몸이기도 합니다. 아마존 일대를 탐험하다 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햇빛에 반짝이며 펄럭이는 환상적 푸른 날갯짓이 바로 모르포 나비의 아름다운 자태입니다. 색채의 마법사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모르포 나비의 파란색에 영감을 얻어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블루 누드’ 연작을 그리기도 했지요.

 

사진출처 : https://elegantentomology.weebly.com
사진출처 : https://www.etsy.com

이렇듯 너무나 매혹적인 색으로 찬사를 받는 모르포 나비의 파란색은 사실 ‘진짜’가 아니랍니다. 명확히 말해서 모르포 나비 자체가 지닌 색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일부 곤충학자들이 모르포 나비에게서 이 아름다운 파란색을 얻고자 색소를 추출해본 결과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해요. 모르포 나비는 몸속에 파란색의 색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화려하고 강렬한 파란색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걸까요?

 

모르포 나비의 파란색은 색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날개 표면의 독특한 미세 구조에 기인한 것이라 합니다. 그 구조에 의한 빛의 반사와 간섭이 만들어낸 색이 바로 그 영롱한 파란색인 거지요. 여기서 동물의 몸이 나타내는 색채 즉, ‘체색(Body Color)’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쉬울 듯합니다.

 

체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색소에 의한 체색으로 ‘화학색(Chemical Color)’이라고도 하는데 구아닌, 멜라닌, 카로티노이드 등 특정 색소를 통해 피부색이 표현됩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모르포 나비처럼 피부의 결정 구조를 통해 색이 표현되는 것으로 ‘구조색(Structural Coloration)’이라 불리지요. 구조색의 원리는 표면이 격자 구조, 박층 구조 등 독특한 물리적 구조를 가질 때 빛의 반사나 꺾임(회절), 간섭 등을 통해 표현됩니다.

 

물론, 엄밀히 보면 색소에 의해 발색하는 화학색의 원리 역시 해당 색을 나타내는 빛의 파장이 반사됨으로써, 다시 말해, 보색의 파장 대역이 흡수됨으로써 해당 색이 보이는 것이지만, 색소와 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색소의 크기나 모양에 상관이 없어 어느 각도에서 봐도 동일한 색을 구현합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 녹색은 엽록소라고 불리는 색소가 가시광선 중 녹색 영역을 반사하고 다른 색상들은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는 나무의 잎사귀를 초록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s://iopscience.iop.org

그러나 구조색의 경우는 다릅니다. 파도처럼 변화하는 파동성을 가진 빛은 서로 같은 위상의 파동이 부딪힐 경우 진동 폭이 커지는 보강 간섭을 일으키고, 서로 다른 위상의 파동이 겹치면 진동 폭이 소멸하는 상쇄 간섭이 일어나는데요, 상쇄 간섭은 빛이 물체를 투과하여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모르포 나비의 경우, 날개 표면이 기왓장을 얹은 듯 두 개의 비늘 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로 되어있는데요, 비늘 중 겉은 볼록한 구조이고, 안은 평평합니다. 볼록한 비늘은 파란색 빛의 파장을 반사하고, 나머지 영역 대의 빛은 투과하며 평평한 비늘 층에서 이를 흡수하여 소멸합니다. 이렇듯 표면 구조에 의한 빛의 파동을 보는 것이기에 시선의 각도에 따라 색은 달리 보이게 됩니다. 흔히 보는 CD 뒷면의 컬러풀한 빛 반사도 바로 CD 표면에 정보를 생기면서 생겨난 규칙적인 홈 때문이지요. 문지르거나 이물질을 묻혀 구조에 변형이 가해지면 해당 부분은 그 빛을 잃게 됩니다.

 

사진출처 : https://asknature.org

 

모르포 나비 외에도 카멜레온의 피부색 변화나 공작새의 화려한 컬러, 칠면조의 피부색 등의 변화도 바로 구조색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흰색의 북극곰도 사실은 갈색의 털을 가졌지만 특이한 털의 구조 때문에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식물에도 있습니다. 폴리카 콘덴세타(Pollia condensata)의 씨앗이 그 주인공으로 씨앗의 세포벽은 촘촘하게 배열된 셀룰로스(섬유소) 가닥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섬유소 가닥들은 배열 위치와 부피가 달라 구조색을 띱니다.

 

이렇듯 동물이나 곤충의 구조색은 환경에 해로운 각종 안료 성분 없이도 아름다운 색을 구현할 수 있기에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분야에 모방해 적용됩니다. 도로 표지판이나 눈부심을 방지하는 스크린 등에 응용하기도 하고, 조류의 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소자 개발에 조류의 구조색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투명한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구조색을 내는 것과 유사한 특정 나노 구조물을 부착하며 사람의 시야는 방해하지 않으면서 새들이 특정 빛을 감지해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또 구조색을 적용한 생활 속 과학기술 중 하나가 바로 1만 원권 지폐에 쓰인 위조 방지용 색 변환 잉크입니다. 잉크 안에 굴절 각도가 다른 화학 물질을 넣어 잉크 표면에서 반사하는 빛과 잉크 안에 있는 화학물질이 반사하는 빛이 서로 간섭하면서 여러 가지 색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구조색의 나노 구조 등을 결합하여 각종 신용카드나 지폐의 위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는 새해에 받은 혹은 주려고 준비한 세뱃돈이 위조지폐는 아닐까 걱정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