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난황막으로 만든
플라스틱 대체 물병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잘 알려진 플라스틱! 매년 480만 톤에서 1,27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고,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루에도 수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지요.
다행히도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분리수거를 잘하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분리수거만으로는 환경오염의 진행을 막기에 역부족인 것이 불편한 진실입니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10%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나머지 90%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 매립되거나 산과 바다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전 세계에서 분당 100만 개가 소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수거와 재활용에 드는 비율이 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해 대부분의 페트병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자연 생태계로 배출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페트병이 야기하는 환경문제를 크게 개선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났습니다. 먹을 수 있는 물병인 ‘오호 병’이 그것이지요.
영국 왕립예술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은 달걀노른자를 보고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달걀노른자의 동그란 형태는 난황막과 그 주위의 막이 그 형태를 유지시켜 주는데, 달걀노른자가 액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가 깨지지 않고 동그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이러한 원리를 물병에도 접목시켜 보고자 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https://settingmind.com
달걀로부터 탄생한 ‘오호 물병’은 페트병이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줍니다. 일단 페트병은 완전히 분해되는데 필요한 시간이 500년인데 반해, 오호 물병은 단 6주면 모두 분해가 됩니다. 물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은 식용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어 분해는 물론 심지어 먹을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만들기도 쉽다는 것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오호 물병은 단 두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슘이 그 주인공입니다. 알긴산나트륨은 (C6H8O6)n의 화학식을 가지고 있는 백색과 황백색을 띠고 있는 물질이며, 다시마나 미역 등의 해초류에서 추출되는 천연 고분자 응집제입니다. 이들은 물을 첨가하면 점성이 생기게 되는데, 이 특징을 활용해 식품의 점착성 및 점도를 증가시킵니다. 아이스크림, 케첩, 마요네즈, 소스의 점착제, 청주, 유화제, 증점제 재료로도 쓰이지요. 젖산칼슘은 백색의 분말이며 C6H10O6Ca·5H2O의 화학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칼슘제보다 체내 이용 및 흡수율이 뛰어나 식품의 칼슘 강화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빵, 밀, 과자 등에 첨가하고 산도 조절제로도 쓰이고요.
오호 물병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는데요, 알긴산나트륨을 물에 잘 녹인 후에 젖산칼슘 수용액에 넣어줍니다.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지도록 큰 숟가락을 이용해 한 번에 넣어주면 젖산칼슘 수용액 안에서 동그란 형태의 물방울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원리는 간단합니다. 알긴산나트륨의 두 개의 나트륨 이온과 한 개의 젖산칼슘 이온이 치환되어 알긴산칼슘과 젖산나트륨이 됩니다. 칼슘과 접촉되지 않은 물방울의 내부는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칼슘과 접촉되는 물방울의 바깥쪽은 물에 녹지 않는 알긴산칼슘의 형태로 굳어지게 되어 물을 가두고 있는 물방울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고자 시작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실제로 2019년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대회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물병 대신 오호 물병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세계 4대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런던 마라톤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물병은 2018년 기준 92만 개에 달했습니다.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마라톤 대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오호 물병을 대회 참여자에게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페트병 20만 개를 사용하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영국의 ‘저스트 잇’이라는 배달 서비스 업체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하여 오호 물병에 물 대신 케첩이나 갈릭소스 등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뚜껑이 없는 오호 물병 특성상 한번 터뜨리면 다 마셔야 하며,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져 운반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껍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위생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오호 물병을 개발한 학생들은 이러한 한계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며 플라스틱과 다르지 않게 편리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오호 물병을 개발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지구촌이 다 함께 공감하고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하려고 하는 현 상황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환경파괴를 극복하는 것은 단순한 공감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파괴를 극복할 수 있는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요. 우리는 그 해답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자연은 무서운 재해를 통해 대가를 치르게도 하지만, 자연은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해답을 내어줍니다. 자연을 생각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놀라운 해결 방안을 통해서 말이지요.
학생들이 달걀노른자에서 혁신적인 오호 물병을 떠올렸듯, 우리 또한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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