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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어떻게 하면 좋은지 어떻게 알까?

by 앰코인스토리 - 2016. 10. 17.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어떻게 알까?


오래되긴 했지만 현빈과 하지원이 주인공을 맡았던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지요. 시청률이 무척 높았으니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현빈이 맡았던 역할은 백화점을 운영하는 젊은 CEO였습니다. 까칠함의 극치를 달리는 잘생긴 차도남이었던 극 중 CEO 김주원은 회의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렇게 묻곤 했지요.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말이지요. 드라마 속에서 그 말을 듣는 중역들은 ‘젊은 사장이 참 건방지다’라는 듯한 표정으로 “네네. 그럼요!”를 연발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게 최선입니까?”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그 순간 절대 당황하지 않으면서 “당연하지!”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정말 당당하고 솔직하게, “이게 최선이야!”라고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 저는 살짝 걱정됩니다. 아무래도 움찔하지 싶습니다. 물론 꽤 열심히 노력했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써왔지만, 그게 최선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그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이 당혹스러운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질문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가’, 혹은 ‘과정 중에 최선을 다했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그 결과도 최선인가’를 묻고 있는 중의적인 질문이기 때문이지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남들이 인정해 주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해서 최선의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게다가 우리의 인생은 딱 한 번 살고, 딱 한 번 죽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최선일지, 어떻게 죽어야 잘 죽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면 최선일까?’라는 의문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 자신의 삶을 반추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성공하더라,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더라, 어떻게 살아야 마음이 편하더라, 이런 수많은 경험담을 모아 자신의 삶에 적용합니다. How to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know-how'라는 말이 단어로 정착했을까요.


How to를 설명하는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들은 정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가 되는 책들에겐 이유가 있겠지요. 먼저 방법을 배우고, 깨닫고, 따라 해본 사람들의 결과를 살펴봅시다. 앞서간 사람들의 How to가 궁금한 당신에게 이 책들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역, 부키


이 책을 제일 먼저 추천하는 이유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요.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무척 멀리 있습니다. 다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혹은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비로소 죽음이 나와 연관된 일이라는 걸 느끼지요.

최근에 종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보셨던 분들은 아마도 상상하기 쉬울 겁니다. 드라마에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속 깊은 친구들과 바다를 보러 갈 수 있고, 항암치료를 받는 엄마도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살 수 있는 걸까요? 과연 치매나 암이라는 동반자 옆에서도 우리는 존엄함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요?

아툴 가완디의 이 책은 KBS <TV 책을 보다>에서 선정한 도서이기도 하고, 조선일보가 선정한 ‘2015 올해의 책’이기도 한데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바로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결정임을 알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과정을 먼저 경험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은 죽음과 삶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임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쑤린 지음, 원녕경 역, 다연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는 ‘하버드’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 웬만한 책은 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러 하버드 대학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책들을 번역해서 서점에 내놓기도 하고, 최근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이 책도 ‘하버드 마케팅’을 겨냥해 번역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의 제목도 「What should we learn in Harvard (우리가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고, 책 내용도 대놓고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의 성공사례를 듭니다.

너무 잘난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는 불편합니다. 평생 하버드 근처에도 갈 일이 없었는데 굳이 하버드 졸업생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합니다. 저자는 하버드가 명실상부한 인재 양성소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면서, 하버드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지능이 월등히 높아서, 혹은 운이 좋아서라고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특유의 하버드 정신 때문이라고 하지요. 즉, 한국에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사람도 하버드 정신을 가지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저자가 말하는 성공이란, 끊임없는 노력으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남들보다 넓고 비싼 집에 사는 것을 성공이라 하지 않습니다. 1등이나 2등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히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역, 8.0출판


이 책은 나온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물건이라면 방법은 사실 간단해요. 마트에서 돈을 내고 사오면 되겠지요. 하지만 원하는 사람을 얻는 방법은? 원하는 연봉을 협상하는 방법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데이트하는 방법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가 항상 협상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운전을 할 때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상사와 마주칠 때도 무의식적으로 협상하고 있어요. 저자에 따르면 협상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아요.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법을 현실 속에서 적용한 제자들은 소소하게는 옷값을 깎기도 하고, 10억 달러짜리 계약을 따내기도 하며, 날아가려는 비행기를 멈추게도 합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지금까지 협상을 통해 벌거나 아낀 돈을 합산했더니 전체 사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으로도 무려 30억 달러가 넘었다고 하지요.

실제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배운 협상의 원칙들을 대화에 적용해보면 꽤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던 이유를 되돌아보게 되지요. 비즈니스 미팅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적용할 수 있으니, 실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이철환 지음, 자음과모음


위의 책들이 모두 자기계발서의 일종이라면 이 책은 다릅니다. 이철환이라는 작가는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입니다. 「연탄길」이라는 유명한 책의 작가이기도 하지요. 그는 제목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기술 속에는 진심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나요. 우리는 보통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를 칭찬하고, 상대 말에 공감하고, 상대에게 함부로 충고하지 않고, 상대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상대 마음을 미루어 짐작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방법 이전에 자신의 마음부터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책 속에 쓰인 열두 가지의 감정들은 그리 순하지 않습니다. 질투, 배신, 변덕, 배은망덕, 이기심, 이중성, 속물근성, 허영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례함, 비판, 폭력성이라는 인간의 감정들이 동화를 읽듯 순수하게 까발려집니다. 저자는 동서양의 고전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헤집습니다. 들여다보기 싫은 부정적인 감정들이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토닥토닥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문체와 글 쓴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먹먹한 그림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온전히 내 편이 되는지,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내 속에 있는 감정을 먼저 들여다본 후에야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내 안의 어두운 감정들까지도 어루만질 수 있을 때, 그제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어루만질 수 있겠지요.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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