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2년에 한 번씩은 동네 분위기가 갑자기 선거철로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도로변에는 후보자 이름이 적힌 작은 팻말들이 줄지어 서고, 집으로는 선거 홍보 우편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TV를 켜면 정치 광고가 부쩍 많아지고, 평소 조용하던 이웃집 앞마당에도 지지하는 후보의 팻말이 등장합니다. 올해가 바로 그런 해입니다. 오는 11월 3일, 미국의 2026년 중간선거(Midterm Election)가 실시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 선거’라고 하면 대통령 선거를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필자 역시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대통령을 뽑지 않는 중간선거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중간선거 역시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정확히 중간에 치러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대통령을 새로 뽑지는 않지만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다시 선출하고,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도 약 3분의 1씩 새로 뽑습니다. 올해는 35개의 상원 의석이 선거 대상입니다.

그래서 중간선거는 흔히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일종의 중간 성적표라고 불립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미국 선거가 워싱턴 정치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지사에서 지역 교육위원회까지 여러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고,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각종 주민투표도 함께 실시됩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의 세금, 학교, 치안, 교통과 같은 문제들이 한 장의 투표용지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에게 선거는 거창한 국가 정치이면서 동시에 아주 현실적인 동네 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분위기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현재 여러 선거 예측 모델에서 하원은 민주당 우세, 상원은 훨씬 치열한 경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모델에 따라 확률과 예상 의석수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아직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에 오래 살아도 선거철이 되면 여전히 낯선 장면들이 있습니다. 슈퍼마켓 앞에서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는 사람들, 앞마당에 꽂힌 후보 이름의 팻말, 자동차 범퍼의 정치 스티커, 그리고 이웃끼리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모습들입니다.

그리고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지역 출마자들의 어마어마한 광고를 보면서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누가 어느 당을 대표해서 나오는지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낙선 광고를 한다는데 미국 선거운동의 특이한 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 역시 미국 생활의 한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과연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11월 3일 밤, 미국의 정치 지형을 결정할 또 하나의 큰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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