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을 떠올리면 넓은 진입로와 함께 큰 차고문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막상 차고문을 열어 보면 자동차보다 생활용품이 더 많은 집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차고는 주차 공간을 넘어 창고, 작업실, 취미 공간이 한데 모인 생활의 중심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 미국의 차고는 처음부터 조금 낯섭니다. 보통 한 대에서 세 대까지 들어가는 크기로 지어지지만, 실제로는 계절 장식품, 캠핑 장비, 자전거, 공구, 잔디 관리기계와 아이들이 어릴 때 사용하던 물건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집안 수납공간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언젠가 다시 쓸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차고가 자연스럽게 대형 창고가 되는 것입니다. 차는 뜨거운 애리조나 햇볕 아래 세워두고 정작 차고 안에는 빈 상자와 오래된 가구가 자리를 차지하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차고는 미국인의 DIY(Do It Yourself)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벽면에는 각종 공구가 걸려 있고, 한쪽에는 작업대와 선반이 놓여 있습니다. 자동차 오일을 직접 교환하거나 고장난 가구를 수리하고, 목공이나 페인팅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주말 아침 차고문을 활짝 열고 라디오를 들으며 무언가를 고치는 이웃의 모습은 미국 주택가의 익숙한 풍경입니다. 미국의 인건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전문가를 부르면 비용이 많이 들어 직접 해보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집과 물건을 관리하는 것을 하나의 능력과 취미로 여기는 문화도 큰 몫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차고는 작은 창업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오래된 물건을 집 앞에 내놓고 파는 가라지 세일(Garage Sale)은 미국 생활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이사를 앞두거나 집을 정리할 때 안 쓰는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 이웃에게 판매합니다. 구매자는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고, 판매자는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정리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실용적인 행사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레모네이드(Lemonade) 음료나 쿠키를 팔며 사람을 대하는 법과 돈의 가치를 배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도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미국 사회에서 ‘차고 창업’이라는 표현은 작은 아이디어를 직접 시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그 중 애플(Apple)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부모님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아주 유명하지요. 넓고 완벽한 사무실이 없어도 일단 만들어 보고 시작해 보자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차고는 단순히 집에 붙어 있는 부속 공간이 아니라 미국식 실용주의와 개척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미국 가정이 같은 방식으로 차고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과 주거 형태에 따라 차이가 크고, 최근에는 차고를 홈짐(Home Gym)이나 재택근무 공간으로 꾸미는 집도 늘었습니다. 그래도 차고문이 열려 있는 집을 잠깐 들여다보면, 그 가족의 취미와 생활방식이 그대로 보입니다. 자동차를 위한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창고, 공방, 운동실, 그리고 작은 사업의 출발점까지 된 미국의 차고. 어쩌면 미국 문화의 다양성과 실용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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