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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일본어 탐구생활] 같은 한자? 다른 의미?

by 앰코인스토리.. 2026. 10. 28.

어느덧 10월입니다. 출근길 바람이 제법 차가워져서 이제는 겉옷 없이 나가기가 어렵네요. 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일교차가 크니 사우 여러분들도 감기 조심하세요.

 

지난 두 번의 이야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뜻이 확연히 다른 단어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10월호에서는 그 세 번째 이야기로,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 다섯 가지를 골라 탐구해 보겠습니다. 익숙한 단어일수록 일본에서도 같은 뜻이겠거니 하고 쓰기 쉬우니까요.

쿠후우(工夫) : 공부

지난번에 일본어로 ‘공부’는 勉強라고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공부’의 한자는 무엇일까요? 바로 工夫입니다. 그런데 일본어의 工夫는 ‘공부’가 아니라 ‘궁리, 고안, 방법을 연구해 짜냄’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いろいろ工夫してみます(이로이로 쿠후우 시테 미마스)라고 하면 “이것저것 궁리해 보겠습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현장에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게 바로 일본어의 工夫인 셈이지요.

 

▲공부와 궁리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제히(是非) : 시비

한국어에서 ‘시비’라고 하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혹은 ‘시비 거냐?’처럼 다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일본어에서도 是非가 ‘옳고 그름’이라는 뜻으로 쓰이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훨씬 자주 ‘꼭, 부디’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때는 보통 히라가나로 ぜひ라고 씁니다.

 

ぜひ来てください 。

제히 키테 쿠다사이.

꼭 와주세요.

 

ぜひ食べてみてください 。

제히 타베테 미테 쿠다사이.

꼭 한번 드셔보세요.

닌진(人参) : 인삼

한국에서 ‘인삼’이라고 하면 당연히 몸에 좋은 그 뿌리를 떠올리겠지만, 일본에서 人参이라고 하면 ‘당근’입니다. 식당 메뉴판에서 人参을 보고 인삼 요리인 줄 알았다가는 당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일본에서도 人参이 인삼을 가리켰는데, 이후 당근이 들어오면서 뿌리 모양이 닮았다 하여 ‘세리닌진(芹人参)’이라 불렸고, 시간이 지나며 아예 人参이라는 이름을 당근이 가져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인삼은 뭐라고 할까요? 바로 高麗人参(코우라이 닌진), 즉 ‘고려 인삼’입니다. 한국 인삼이 그만큼 유명했다는 뜻이겠지요? 웹에 위 한자를 검색하면 여러 일본 제품들이 나옵니다.

人参は苦手です(닌진와 니가테데스) 당근은 잘 못 먹어요.

 

▲당근과 인삼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호우신(放心) : 방심

한국어에서 ‘방심’은 “방심하지 마!”처럼 ‘마음을 놓고 주의를 소홀히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본어의 放心은 ‘넋이 나감, 멍해짐’이라는 뜻으로 주로 쓰입니다. 放心状態(호우신 죠우타이)라고 하면 충격을 받거나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이 안 드는 멍한 상태를 말합니다.

 

試合に負けて放心状態だった 。

시아이니 마케테 호우신 죠우타이닷타.

경기에 져서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럼 한국어의 ‘방심’은 일본어로 무엇일까요? 바로 油断(유단)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안전문구인 ‘방심은 금물’을 일본어로 옮기면 油断大敵(유단 타이테키)가 됩니다. 직역하면 ‘방심은 큰 적’이라는 뜻이지요.

메이와쿠(迷惑) : 미혹

한국어의 ‘미혹’은 ‘무언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일상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일본어의 迷惑는 ‘폐, 민폐, 성가심’이라는 뜻으로, 일본 생활에서 정말 자주 듣게 되는 단어입니다.

 

ご迷惑をおかけしました  。

고메이와쿠오 오카케시마시타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迷惑メール  。

메이와쿠 메에루

스팸 메일

 

迷惑行為  。

메이와쿠 코오이

민폐 행위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人に迷惑をかけるな)’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전철에서 통화를 삼가거나 줄을 반듯하게 서는 모습도 이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이전에 소개했던 遠慮(사양, 삼가함)와 함께 알아두면 일본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 더 이해되실 겁니다.

 

▲전철 내 민폐 행위 안내 포스터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세 번에 걸쳐 ‘같은 한자와 다른 의미’를 알아보며 느낀 것은, 같은 한자에서 출발한 단어도 각 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공부’와 일본의 ‘工夫’처럼요. 단어 하나에도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 왔는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 일본어를 탐구하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