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너무나 더운 8월이 되었지만, 필자는 감기까지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고 자면 목이 너무 따가운데요, 도저히 에어컨을 켜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가 없군요. 여름이지만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들도 감기 조심하시고, 올해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7월호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같은 한자를 사용하면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뉘앙스가 확연히 다른 단어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8월호에서는 그 두 번째로,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일본어 대표 어휘 네 가지에 대해 탐구해 보려 합니다. (^_^)
🔎 八方美人(핫포우비진) = 팔방미인
한국어에서 ‘팔방미인’은 다방면에 능통하고 재주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팔방미인이시네요!”라고 칭찬했다가는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어에서 팔방미인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하거나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며 누구에게나 잘 보이려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어의 ‘팔방미인’과 달리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상대방에게 다재다능함을 칭찬하고 싶다면 多才ですね(다사이데스네, 다재다능하네요), 또는 何でもできるんですね(난데모데키루데스네, 뭐든 잘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 遠慮(엔료) = 원려
한국어에서는 ‘원려’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접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심모원려(深謀遠慮)와 같은 사자성어에서나 볼 수 있는 한자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어에서 遠慮는 일상생활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사양하다’, ‘삼가다’, ‘행동을 자제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전철 등에서 <通話(츠우와, 통화)はご遠慮ください>라는 안내문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통화는 삼가해 주십시오.’라는 뜻입니다. 또한, 누군가가 음식이나 물건 등을 권했을 때 정중하게 사양하고 싶다면 “遠慮しておきます(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어의 遠慮는 단순히 ‘멀리 생각한다’는 한자 뜻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어 특유의 일상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文句(몬쿠) = 문구
한국어에서 ‘문구’는 책이나 광고 등에 쓰인 문장이나 글귀를 뜻합니다. 그런데 일본어의 文句 역시 문장이나 표현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일상회화에서는 ‘불평’, ‘불만’, ‘트집’이라는 의미로 훨씬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文句ある?”라고 하면 “불만 있어?”, “뭐, 불만이라도 있어?”라는 다소 날카로운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멋진 광고 문구나 인상적인 문장을 이야기할 때는 文句보다는 言葉(코토바, 말이나 단어), 表現(효-겐, 표현), 또는 상황에 따라 文章(분쇼우, 문장)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의미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勉強(벤쿄우) = 면강
일본어로 ‘공부’는 勉強이나 이 단어가 시장이나 상점, 가전제품 매장과 같은 상업적인 상황에서 사용되면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상인이 손님에게 “勉強させていただきます.”라고 말한다면, 여기서 勉強는 ‘공부’가 아니라 ‘노력하다’, ‘애쓰다’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손님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등 상인이 특별히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자연스럽게는 “가격을 깎아드리겠습니다.”나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부라는 단어가 ‘할인’이라는 뜻으로 쓰일까요? 사실 勉強의 한자를 직역하면 ‘힘쓸 면(勉)’에 ‘강제할 강(強)’, 즉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힘써서 하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勉強는 상인이 이익을 깎아가며 억지로 가격을 내리는, 에도 시대 상거래 용어로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다 메이지 시대 이후 지식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도 미덕으로 여겨지면서 오늘날의 공부라는 뜻이 새롭게 덧붙여진 것이지요. 즉, 우리가 아는 공부가 오히려 나중에 생긴 뜻인 셈입니다.

이렇듯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언어생활 속에서는 문화와 사회적 관습에 따라 다른 뉘앙스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어에는 한자의 원래 의미만으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려드린 勉強처럼 말이지요. 이러한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어를 외우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답니다.
※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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