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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아쟁

by 앰코인스토리.. 2026. 5. 22.

사진출처 : magnific.com

온라인으로 알게 된 친구와 얘기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그 친구의 어머니 얘기를 듣게 되었고, 자연스레 ‘아쟁’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국악을 전공했던 친구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악기에 공부나 레슨을 받지 않았고 했다. 하지만 자주 아쟁이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쟁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 친구와 대화가 끝나고 아쟁이라는 악기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음악시간에 얼핏 아쟁에 대한 단어를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악기에 대한 많은 상식이 없었던 때라 아쟁이라는 어감을 가지 상상해 보면, ‘해금’ 정도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막상 사진을 보고 나니 가야금이나 거문고처럼 기다린 줄이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양의 악기를 보더라도 명칭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양이 많다는 것을 언젠가 우연히 알게 된 적이 있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한꺼번에 보면서,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이나 활을 다루어 소리를 내는 구조는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트럼펫, 트럼본, 호른의 관악기도 입으로 불어 소리는 내는 관악기라는 것은 일맥상통했다.

 

그런데 서양만 악기 모양이 비슷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다란 나무 토막에 몇 개의 줄이 달린 모습에, 가야금, 거문고, 아쟁이 한 형제라고 해도 무방했다. 가야금은 손으로 뜯어내면서 경쾌한 소리를 낸다고 보면, 거문고와 아쟁은 활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거문고가 묵직함이 자랑이라면, 아쟁은 가야금과 거문고 사이를 음역을 넘나든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문득 ‘해금과 아쟁의 소리를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산조를 그전까지는 해금으로 연주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금 역시 활을 문지르다 보니 혼동하고 있었다. 같은 모양의 악기에서 줄의 차이와 활의 유무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거문고가 중저음을 담당하는 베이스의 역할이라면, 아쟁은 바리톤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보면 아쟁은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고음이나 저음이라 할 수는 없지만, 바리톤을 인간적인 소리로 칭하는 것처럼 사람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쟁 산조를 10여 분 들으면, 누군가의 인생의 굴곡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 마치 나의 지나 온 인생을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된다. 구슬픔이 곳곳에 스며들어, 듣고만 있어도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질 것만 같다. 인생의 절망의 끝까지 몰려갔다가 다시 희망을 찾고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쟁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량하지만 기쁨이 녹아 있고, 구슬프지만 마냥 우울하지 않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악기는 하나 정도 배워 두는 게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정서상 도움이 되고 악기에 애정으로 매사에 긍정적이 된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그 말을 그냥 흘러 들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후회로 남는다. 음악이 인간과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선조들은 이미 음악이 주는 긍정의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짧은 아쟁 산조 한바탕 듣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특별히 지식이 없어도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음악의 힘을 마음껏 누리며 새 희망을 더 크게 가져보려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