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하면 언뜻 생각나는 것이, 넓은 단독주택에 그 주위를 둘러싼 넓은 잔디밭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State)마다 기후 조건이 달라서 정원의 면적이나 잔디의 면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거의 모든 집이 일정 면적의 잔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잔디는 다년생 식물이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일년생 식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리가 많이 필요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호에서는 미국에 이러한 잔디문화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잔디는 원래 영국의 봉건 시대 성과 영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귀족들은 자신들의 성 주위로 잔디를 심고 농민이나 하인에게 관리하게 만들어 신분을 과시하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재력을 과시했던 문화가 미국에까지 전파되었습니다.

<독립 선언서>를 쓴 토마스 제퍼슨(Thomas Jeperson)은 영국의 문화를 숭상했고, 그 역시 넓은 잔디 정원에 감명받아 넓은 잔디를 꾸밉니다. 다른 미국의 초기 대통령들도 모두 넓은 잔디밭을 꾸미고 노예들로 하여금 관리하게 만들었지요. 이러한 문화들이 시대를 거치면서 중산층에게까지 내려오고, 미국 주택의 기본 모델이 되었습니다.
미국 전역의 잔디밭 면적은 미국 농업의 주산물인 옥수수밭의 세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다른 식물과 다르게 먹을 수도 없고 가축의 사료로도 쓰지 못하고 물을 엄청나게 주어야 하는 이런 잔디는 물이 귀한 남쪽의 사막기후에서는 그리 반가운 식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기본 주택의 모델로 인해 항상 앞마당은 잔디가 깔린 구조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땅 속으로 들어가는 물이 전체의 70%나 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중엔 농업용수도 있지만, 개인이나 공용시설에 잔디를 가꾸기 위한 물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잔디를 관리하지 않으면 시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벌금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직업하든 사람을 고용해서 하든 잔디를 일정 길이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항상 깎아주고, 또한 죽은 잔디가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애리조나주에는 1년생 잔디가 많습니다. 골프장은 물론 마당의 잔디도 거의 1년생이라, 매년 10월 즈음에는 기존 잔디를 일부러 죽이고 새로운 잔디를 심는 오버시딩(Overseeding)이 가정집들 앞마당에서 펼쳐집니다. 잔디 면적이 넓은 골프장은 9월부터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서 일부러 말려 죽이고, 새로운 잔디 씨앗을 뿌리면서 물을 많이 주기 위해 2주간 문을 닫기도 합니다. 골퍼(golfer)들에게는 이때가 문제일 힘든 시기입니다. 문을 연 골프장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기후 변화와 잦은 가뭄으로 인해 이젠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잔디가 있던 자리에 인조 잔디(Artificial turf)로 바꾸는 가정이 많이 생겨나고, 시 차원에서도 지원금을 지급해 주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California State)와 같이 물이 항상 부족한 주에서는 인조 잔디로 바꾸는 가정에는 적극적으로 많은 세제 혜택을 주기도 하고, 작년부터는 잔디 깎는 기계를 팔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생겼다고 합니다. 물을 많은 먹는 잔디를 빨리 인조 잔디로 바꾸라는 압력이겠지요.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 신규 주택의 모델 하우스에는 대부분 인조 잔디를 깔아 전시하는 집들이 거의 일반적입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애리조나주의 사막 기후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지금이라도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진출처 : 위키백과
'Community > 해외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만 특파원] 대만의 뜨거운 교육 열기 (0) | 2025.11.24 |
|---|---|
| [중국어 탐구생활] 양국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为两国关系不断发展 (0) | 2025.11.19 |
| [일본어 탐구생활] 일본의 난로, 코타츠(こたつ) (0) | 2025.11.12 |
| [미국 특파원] 미국의 반도체 전시회, SEMICON WEST (1) | 2025.10.31 |
| [중국어 탐구생활] 스트레스가 많다! 压力山大! (0) | 2025.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