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여행을 오거나 이사를 오게 되면, 가장 큰 애로점이 전기 제품의 사용 전압이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은 220V인 반면 미국은 110V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온 전자제품들을 그냥 사용할 수 없고, 아답터나 변압기를 사용하거나 현지 110V용 제품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처럼 변압기를 사용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자제품에는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 왜 미국은 110V를 사용하게 된 걸까요? 미국 이외에 어떤 다른 나라가 사용하고 있을지,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220V를 사용하는지 궁금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110V를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일본, 그리고 남미의 일부 나라가 대표적입니다. 주로 산업화가 먼저 이루어졌거나 미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로 보여집니다.
110V의 기원을 따라가면, 전기를 최초로 발명한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잘 사용하고 있는 백열전구는 에디슨의 발명으로 잘 알고 있지요. 과학적 원리는 이미 있었는데 사용시간이 짧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에디슨이 이를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하여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여기서 이 백열전구를 작동하는 전압이 100V 근처였다고 합니다.
에디슨은 천재적인 발명가임과 동시에 사업가이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전력망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백열전구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약간의 여유를 두어 110V 직류배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것이 미국의 초기 표준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당시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높은 전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110V가 가장 현실적인 절충점이 되어 미국이 세계 최초의 전기 인프라 구축국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다 시간이 점차 지나가면서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전기를 보내는 송전, 전압을 낮추는 변전, 그리고 배전 단계를 거쳐 우리가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송전 손실이라는 게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압을 높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보다 늦게 전기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한 유럽에서는 220V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20V를 채택하게 된 배경에는 이미 미국에 의해 설계 및 개발되었던 여러 전자제품이 모두 110V여서 이를 간단히 두 배로 하면 다른 설계값도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연구가 필요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기술로 송전효율, 전기기술, 공급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220V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되어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110V가 더 안전하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220V의 강점이 더 크게 때문에 이를 채택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초기엔 110V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높은 전압인 220V가 전기효율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 하에, 1973년부터 승압작업을 시작해 2005년에야 모두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필자 어릴 적에 한전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110V를 220V로 높여주는, 흔히 ‘도란스’라 불렀던 변압기에 대한 기억이 납니다. 약 30년에 걸쳐 1조 4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다고 하니,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변경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이를 알면서도 바꾸는 못하는 이유는, 너무 늦어서 승압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못한다고 하네요. 모든 인프라와 가전제품들이 모두 110V로 되어 있는데, 이를 모두 바꾸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것이겠지요.
현재 미국은 초기 110V 직류 전원에서 효율이 더 좋은 120V 교류 전원을 가정용 표준전압으로 승압해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전원은 엄밀히 말하면 120V가 맞습니다. 또한, 에어컨이나 빨래 건조기 같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전기제품의 경우에는 120V선을 두 개 이어 240V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기요금은 두 배로 나오지요. 이 무더운 애리조나의 여름을 보내면서, 이번 달 전기요금이 내려가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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