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집안 문짝을 교체할 일이 생겨서 문을 뜯었는데요, 문득 한국과 미국의 현관문을 열고 닫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알고 그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한국 현관문은 안에서 밖으로 문이 열리는 구조고, 미국은 밖에서 안으로 열리는 구조입니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이런 방향의 차이는 ‘안전’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안쪽으로 열리는 문은 ‘인스윙 도어(Inswing door)’라 하고 바깥쪽으로 열리면 ‘아웃스윙 도어(Outswing door)’라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일단 인스윙 도어가 더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문이 바깥쪽으로 열리면 외부에서 쉽게 조작될 위험이 있고, 안쪽에서 닫을 수 있으면 더 쉽게 침입자로부터 집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즉, 외부에서 안쪽에서 문으로 막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것은 중세 시대에 지은 성의 구조를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문을 안쪽으로 열면 적군이 침입할 때 문의 컨트롤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고, 여러 병사가 안쪽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빗장이나 사람으로 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방은 가구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쳐서 더 들어오는 걸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지요. 그러나 요즘은 문을 지탱하는 경첩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되어 있어 그렇지도 않는데도, 오래된 관습으로 인해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양의 인스윙 도어는 밖에서 강하게 차면 문이 쉽게 열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나오는 경찰들이 집에 강제적으로 들어갈 때 발로 세게 차거나 큰 해머로 한방에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봤을 겁니다. 게다가 총기를 사용하는 국가라 문 방향에 관계없이 문이 거의 대부분 나무로 되어 있어서 열려고 하면 쉽게 열 수 있을 겁니다.
반면, 한국의 현관문이 바깥 방향으로 열리는 아웃스윙 도어는 주거 형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파트처럼 공동주택의 형태가 대다수라 화재 등으로 대피할 때 바깥쪽으로 열려야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건축법에는 건축물 내부에서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피난 방향으로 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호텔은 그 반대로 문이 안쪽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문틈이 조금만 열려야 사생활 보호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선조들이 살아온 우리나라 한옥은 어떨까요?
대문은 안쪽으로 열리는 형태고 방문은 바깥쪽으로 열리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주거 형태가 바뀌면서 우리 생활과 날씨에 맞게 실용적으로 현관문은 바깥쪽으로 열리고 방문은 안쪽으로 열리게 바뀐 것 같습니다.
또한, 문이 열리는 방향은 날씨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면 당연히 안쪽으로 열리는 방식이 더 안전할 겁니다. 바깥으로 열리는 구조는 미국 동북부나 캐나다 같이 눈이 많이 올 경우 문을 밖으로 열 수 없어 오히려 갇혀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지요. 물론, 수직으로 열리는 주차장문이 있기는 하지만요.
한편, 찬바람이 쌩쌩 부는 북유럽 같은 경우는 오히려 아웃스윙 도어가 더 효과적이라 합니다. 찬바람이 불 때 문이 더 꽉 닫히기 때문에 공기가 유입되지 않아 난방에 더 유리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미국도 플리리다주와 같이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아웃스윙 도어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지역도 콘도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문이 밖으로 열리면 다른 사람과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와 공유 공간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신발을 벗는 문화 또한 현관문의 방향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라면 이 현관 공간이 필요한데, 문이 안쪽으로 열리면 너무 불편할 것 같지요. 그러나 신발을 벗는 중국이나 베트남은 문이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인데, 풍수지리적으로 복이 들어오는 방향이라 안쪽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일본은 지진이 잦기 때문에 당연히 탈출하기 쉬운 미닫이 문이나 아웃스윙 도어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문이 열리는 방향은 각 나라마다 오래된 관습이나 기후적 특징을 반영합니다. 사생활을 보호하고 외부의 침임으로부터 안전감을 주는 서양의 현관문과, 튼튼하고 실용적인 한국의 현관문의 작은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잡학사전 소식을 전하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 사진출처 : 어도비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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