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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미국 특파원] 집에서 신발을 신는 미국문화?

by 앰코인스토리.. 2024. 5. 27.

미국에 살면서 가장 이질적인 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꼽을 것입니다. 그것도 집안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 있는데도 밖에서 각종 오물이나 비위생적인 세균이 묻어 있을 수 있는 신발을 침실에까지 신고 다니는 걸 본다면 절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왜 미국은 집에서 신발을 신었을까요?

 

먼저, 전 세계 문화는 어떨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아시아 쪽은 확실히 신지 않는 쪽이 압도적이고, 서양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추운 북쪽 지역인 캐나다와 북유럽 쪽은 위생 문제 때문에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습니다. 눈이 많이 쌓이고 오랫동안 녹지 않는 곳에선 진흙과 눈이 섞여 집 안을 많이 더럽히기 때문이지요. 그쪽 지역에서는 위생을 중요히 여긴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유럽 지역이라도 주거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 있습니다. 중세 이전부터 침대 문화권이었던 유럽국가들은 오랫동안 벽난로로 겨울 난방을 했기 때문에 찬 바닥에 카펫을 깔고 맨발에도 무언가를 신어야 해서 집에서도 신발을 신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유럽의 문화가 전파되어 미국에도 신발을 신는 것이 일반화 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바닥을 데워 난방을 하는 온돌문화를 가지는 우리나라는 따뜻한 방바닥에 생활하기 때문에 방바닥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좌식문화를 대표하는 가구나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같은 경우 북쪽 지역은 일종의 온돌침대를 사용해 집 안에서는 신발을 신고 생활했다고 하고, 남아시아 지역의 더운 지역은 난방이 필요하지 않아 굳이 신발까지 집에서 신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종교적인 이유도 있는데요, 불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모두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습니다. 성스러운 공간에 더러운 먼지가 묻은 신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지요. 동남아시아와 인도 모두 종교가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미국에서도 집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정도는 집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제는 미국이 ‘집에서 신발을 벗는 나라’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이유는, 위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향상했기 때문입니다. 신발 바닥에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발을 신고 살아왔어도 건강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는데요,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해 집을 좀 더 청결하게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한 한 가지 재미있는 설문 조사가 있었는데요, 사람들은 집에 다른 손님이 왔을 때 본인은 신발을 벗더라도 손님에게는 굳이 벗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75%가 나왔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 앞에서는 신발을 벗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들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면 발을 보이는 것을 무척 어색해한다고 하네요. 남의 집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것과 벗어달라고 요구하는 것, 어느 것이 더 무례한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실제로, 집 안으로 방문하는 전기기사에게 신발을 벗어 달라고 하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본인 안전을 위한 작업화이기 때문에 예의가 아닐 수 있으므로 일회용 덧신을 신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제는 기사님들 본인이 직접 덧신을 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런데 아직도 미국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아직도 신발을 신고 침대까지 올라가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건 드라마적인 과장입니다. 이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딱 오해하기 좋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호텔에 가면 베드 스카프(Bed Scarves)라고 해서 침대 위에 띠 모양 천을 볼 수 있는데요, 일반적인 이해로는 발을 올리는 곳이라고 알고 있지만 원래 목적은 발 부위를 따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주로 장식용이나 여행 가방을 올려놓고 짐을 풀 때 더러운 바퀴로부터 침대 시트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만, 아직도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문화는 쉽게 적응이 안 되네요. 모든 사람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