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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일본어 탐구생활] 수상한 그녀 (あやしい彼女)

by 앰코인스토리.. 2024. 5. 13.

최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24.9%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인기리에 종영되었습니다. 인기의 이유를 꼽아보자면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던 재벌 등의 요소를 색다르게 변주했다는 것과 역할 속 남녀 성별을 뒤바꿔 유머와 풍자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배우진들의 열연이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백현우 역의 김수현은 ‘연기 차력쇼’라는 평을 받을 만큼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간 김수현의 연기 이력을 되짚어보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순수하고 정의로운 모습이나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보여준 재치있고 능청스러운 연기도 좋았지만, 가장 임팩트가 큰 연기라고 하면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의 1분 남짓 까메오로 특별 출연했던 부분이 떠오릅니다.

 

“워뗘? 후달려?”

 

영화 <수상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의 일탈을 벗어나 본래의 삶으로 돌아온 극중 오말순 앞에 오토바이가 멈춰 서고, 오토바이의 주인인 김수현이 헬멧을 벗는 순간 상영관 내 여성들의 환호가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고 하지요. 영화 <관상> 속 수양대군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 영화사상 역대급 등장으로 손꼽히는 씬인데요, 독자 여러분들도 혹시 기억나시는지요? <수상한 그녀>는 이런 특별 출연도 화제가 되었지만, 주인공 심은경의 연기와 극중 오두리가 부른 <나성의 가면>, <한번 더>라는 곡도 큰 인기를 얻으며 누적 관객 수 865만 명을 기록한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스무 살로 젊어지며 발생하는 여러 해프닝들을 담은 이 영화는, 다국적으로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중국과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에서 리메이크 되었는데요, 중국에서는 관객수 1,160만 명을 동원하며 한중합작 영화의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였고, 베트남에서는 개봉 후 한달 동안 흥행 1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 freepic.com

일본에서는 <너에게 닿기를>과 <라이어 게임>으로 유명한 타베 미카코 배우가 주인공으로 열연했는데요, 한국 원작과 달리 아들이 아닌 딸을 가진 역할로 나오게 됩니다. 목욕탕에서 일하는 욕쟁이 할머니라는 주인공의 컨셉도 실버카페에서 일하던 한국과는 조금은 다른 부분인데요, 애지중지 키운 딸에게 “엄마의 희생을 내 탓으로 하지 말라”라는 말을 듣고 크게 낙심한 나머지 가출을 하게 되고,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은 뒤 스무 살의 젊은 몸으로 뒤바뀌며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을 겪게 된다는 기본 플롯은 비슷합니다.

 

다만, 주인공 자녀의 성별이 바뀌다 보니 고부 갈등이나 남아선호 사상과 같은 갈등 요소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고, 젊어진 주인공과 프로듀서인 상대역의 로맨스를 더 길고 자세히 표현하였다는 부분이 인상깊게 느껴집니다.

 

그럼 일본판에서 극중 주인공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胸に染みる空の輝き

무네니 시미루 소라노 카가야키

가슴에 사무치는 하늘의 빛

 

今日も遠く眺め涙を流す。

쿄오모 토오쿠 나가메 나미다오 나가스.

오늘도 멀리 바라보다 눈물을 흘려.

 

悲しくて悲しくて

카나시쿠떼 카나시쿠떼

슬프고 슬퍼서

 

とても遣り切れない。

토떼모 야리키레나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この遣る瀬無いモヤモヤを

코노 야루세나이 모야모야오

이 안타까운 응어리를

 

誰かに告げようか

다레까니 츠게요오까.

누구한테 알릴까.

 

白い雲は流れ流れて

시로이 쿠모와 나가레 나가레떼

흰 구름은 흐르고 흘러

 

今日も夢は縺れ侘しく揺れる

쿄오모 유메와 모츠레 와비시쿠 유레루.

오늘도 꿈은 엉클어져 쓸쓸하게 흔들려.

 

染みる (시미루) : 사무치다, 스며들다, 물들다

眺め (나가메) : 멀리 바라봄, 생각에 잠기어 봄

涙 (나미다) : 눈물

流す (나가스) : 흘리다

悲しい (카나시이) : 슬프다, 애처롭다, 구슬프다

遣り切れない (야리키레나이) : 해낼 수가 없다, 못 견디겠다, 참을 수 없다

遣る瀬無い (야루세나이) : 기분을 풀 길이 없다, 안타깝다, 시름없다, 쓸쓸하다

モヤモヤ (모야모야) : 개운치 못한 감정, 응어리

告げる (츠게루) : 고하다, 알리다

白い (시로이) : 희다, 하얗다

雲 (쿠모) : 구름

縺れる (모츠레루) : 뒤얽히다, 엉클어지다, 얽히다

揺れる (유레루) : 흔들리다, 동요하다

 

어쩐지 한국판 <수상한 그녀>의 OST <하얀 나비>의 감성이 떠오르는 노랫말과 멜로디입니다. 요즘은 짧은 기간 워낙 많은 가수들과 여러 곡들이 쏟아져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노랫말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가끔은 예전의 감성과 추억 속 멜로디가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필자도 ‘나도 나이가 들었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요. 소중한 가족들과 오랜 기억을 되돌려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 형제, 배우자, 그리고 자녀분들과 앞으로 긴 시간 기억될 행복한 5월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