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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미국 특파원] 애리조나의 운석 분화구

by 앰코인스토리.. 2023. 4. 24.

애리조나 북동부 주 경계에 있는 플래그스태프(Flagstaff)라는 도시는 피닉스 메트로시에서 두 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일종의 관광도시입니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사막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라 타주에서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 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운석 분화구(Meteor Crater)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운석 구덩이가 있습니다. 북미 지역엔 모두 60여 개의 운석 분화구가 있다고 하는데, 애리조나주에 가장 유명한 곳이 있으니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일 것 같습니다.

 

보통 지구에 소행성이나 운석이 충돌한 흔적은 그리 오래 보존되지 못합니다. 풍화나 침식, 퇴적, 화산 활동 같은 끊임없는 지질 활동과 판의 이동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지각이 생성되고 소멸되면서 그 흔적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약 5만 년 전 지름이 약 30m에 무게가 100,000톤가량인 Canyon Diablo라는 철운석이 초속 약 20km의 속도로 애리조나 사막에 떨어져 형성되었는데, 그 크기가 지름이 약 1.1km이고 깊이가 200m에 달합니다. 이 분화구는 애리조나의 건조한 기후와 사막 지형의 이점 덕분에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거대한 접시 모양의 구덩이가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1871년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곳은 그저 화산의 분화구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1890년대 구덩이에서 철 단편이 발견된 후 지질학자들은 이곳이 화산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1903년 필라델피아의 광산 기사인 다니엘 배링거가 이곳을 탐사한 후 운석 구덩이가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6년간 그는 아무런 보람도 없이 이곳에 묻혀 있을 운석을 찾아 헤매다 1960년대에 와서야 고온과 고압 하에서만 형성되는 매우 희귀한 실리카 광물인 코자이트와 스티쇼바이트라는 물질이 이 구덩이에서 발견되어 이로 인해 비로소 운석 충돌설이 인정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1903년 당시 베링거가 광산 개발권을 취득하면서 이 분화구의 이름도 베링거 분화구(Barringer Crater)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국립공원과는 다르게 국가 주요 지형지물(National Landmark)로 등록되어 있어 길도 잘 닦여 있고 박물관 시설도 아주 잘 꾸며 놓았습니다. 물론 입장료도 성인기준 $25(한화 약 3만 원)이란 작지 않은 비용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살면서 운석 분화구를 온전한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거기서 발견된 신기한 돌들을 만져보고 들어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느냐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의 과학적 상식을 늘려주기에는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광활한 땅에서 우주 현상까지 경험할 수 있는 미국 땅의 축복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향해봅니다.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