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갈수록 제 곁에 남아있을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40대, 50대, 60대 그 이후에 어떤 사람과 교류해야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영화 <하워드 엔드>(1993)는 그런 면에서 이런 고민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해 준 것 같아 오늘은 관계를 이어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인연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두 여자 마거릿(엠마 톰슨)과 루스(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우정에 대해 들여다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스는 마거릿에게 자신이 살던 저택 ‘하워즈 엔드’를 죽기 전에 남겼습니다.
이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서로 처음 대화한 장면에 있어요. 그들의 대화를 요약해보자면 마거릿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나고 이제껏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빌린 집이기에 이제 비워주어야 한다고 아쉽다고 말하지요. 이에 루스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며 위로해줍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집을 잃어버릴 뻔한 사연을 이야기해주며 그녀의 마음에 공감해줍니다.
Howards end was almost pulled down once. It would've killed me. It's my house. It was left to me by my brother who died in india. I love it. So, I even resisted when henry, my husband...wanted to make changes to improve the property.
하워즈 엔드를 허물 뻔한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인도에서 죽은 오빠가 남겨 준 집인데 제게는 소중한 집이에요. 그래서 남편 헨리가 개조해서 집값을 올리자고 권유했는데도 거절했지요.
우정에는 기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루스는 자신과 취향이 같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거릿에게 마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애써 안 그런 척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려 들어도 그 마음을 다독여주지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중요한 것은 이렇듯 말을 많이 안 해도 마음을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구를 갖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비슷한 취향의 친구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일지 예상해봅니다.
두 번째는 취향이 비슷해서 대화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헬렌(헬레나 본햄 카터)과 바스트(사뮤엘 웨스트)의 관계입니다.
그들은 처음 음악회에서 헬렌이 바스트의 우산을 잘못 가지고 오는 바람에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다음의 만남은 바스트가 부인에게 말을 하지 않고 하룻밤을 밖에서 보내는 바람에 일어난 해프닝 때문에 이루어졌습니다. 부인은 바스트가 외도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의 물건을 뒤지다가 헬렌의 언니가 준 명함을 찾게 되지요. 바스트는 앞서 우산을 찾으러 헬렌과 마거릿이 사는 집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명함을 받았지요. 아내가 무작정 헬렌과 언니가 사는 집에 들이닥친 일 때문에 바스트는 헬렌의 집에 사과하러 옵니다. 그는 부인을 두고 외도했다고 오해한 헬렌에게 바스트는 그날 밤의 진실을 들려주지요.
바스트 :
I wanted to just walk. Just get out. I've been reading the ordeal of richard feverel.
밤새 걸었지요.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마침 리처드 피버럴의 ‘시련’을 읽고 있었어요.
마거릿 :
I remember. There's that chapter where richard walks all night in a forest by moonlight.
아, 기억나요. 리처드가 밤새 걷는 챕터가 있지요. 달빛 비치는 숲속에서요.
헬렌:
What was that wonderful....
언니, 정말 근사해.
"The forest drooped glimmeringly."
“숲은 반짝이며 생기를 잃어갔다.”
마거릿 :
Where do your people come from?
어디 출신인가요?
바스트 :
They worked on the land.
선조는 농사를 지었습니다.
They were agricultural laborers.
농업 노동자였지요.
마거릿 :
There. You see.
이제 아시겠지요?
It was ancestral voices calling you.
선조들이 당신을 부른 거예요.
헬렌 :
Here it is.
여기 찾았어요.
Richard was walking hurriedly.
리처드는 걸음을 재촉했다.
A pale gray light on the skirts of the flying tempest displayed the dawn.
폭풍 끝자락의 회색빛이 새벽을 알린 것이다.
헬렌 :
Did you see the dawn?
새벽은 봤나요?
바스트 :
Yes, suddenly it got light.
네, 확 밝아졌지요.
헬렌 :
Was it wonderful?
근사했어요?
바스트 :
It was only gray.
아뇨. 온통 회색이었지요.
By that time I was so tired and hungry...
전 지치고 배고팠고요.
I didn't know when you're walking, you want breakfast, lunch and tea. All I had was a packet of woodbines.
밤에 걷는데도 음식과 차가 생각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담배 한 갑뿐이었지요.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이유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경우는 영어는 흔한 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사람을 주로 주어로 쓰지요. 그래서 영문판 문학책을 읽다 보면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경우를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다음 문장 역시 문학책에 서술된 문장인데요.
A pale gray light on the skirts of the flying tempest displayed the dawn.
gray light는 무생물이지만 주어로 쓰이고 있어요. 무생물을 주어로 하게 되면 생동감 있고 간결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문학책에서 이미지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되지요.
그가 밤에 산책을 시작해 새벽까지 걸어 다니는 것에 대해 이제 헬렌과 마거릿은 이해했습니다. 바스트의 부인은 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요. 바스트는 취향이 같은 헬렌과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헬렌도 바스트가 부인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의 회사가 위기에 처한 정보를 헨리(안소니 홉킨스)에게 입수한 순간 곧바로 이직을 권유하지요. 바스트는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헬렌의 말을 듣고 이직을 합니다.
하지만 바스트가 퇴직한 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더 잘 나가고 바스트가 새로 취직한 회사는 대량 해고를 시작해 갓 들어온 그는 또다시 직장을 잃어버리지요. 헬렌은 바스트의 불운에 책임감을 느끼고 빚을 내서 그에게 돈으로 보상해 주고자 합니다. 자신이 그를 위한 마음이 진심이었을지라도 결과가 안 좋자 그것마저 자신이 책임지려고 하는 그 마음에 그들의 관계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죽은 루스의 남편인 헨리와 우정을 쌓다가 결혼까지 한 마거릿에 대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헨리는 죽은 아내가 마거릿에게 저택 ‘하워즈 엔드’를 주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거릿을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그녀를 좋아했는지 궁금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그녀에게 남겨 주겠다는 아내의 유언장을 불태워버려 실제 ‘하워즈 엔드’는 자신이 소유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헨리는 부인과 달리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마거릿에게 사기당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조언하고 바스트의 실직을 유발하고도 죄책감 1도 없는 인물, 그의 실직에 책임지라고 마거릿의 동생이 닦달해도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거절하는 등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는 철저히 계산적인 인물입니다.
이런 그가 마거릿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그녀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고 사람을 물질적인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면을 읽어내는 데 도가 텄기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점차 마거릿이 자신의 아내의 마음을 홀려 ‘하워즈 엔드’를 가지려고 하는 닳고 닳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기 써는 요리사에겐 팁을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헨리에게 인간미가 있어 그런 줄 알았던 마거릿은 그가 ‘동전 몇 닢이면 좋은 기억을 남기기에 한 일’이라는 걸 안 순간 일침을 가하지요. 냉소적인 발언이라고요.
서로가 다른 면에 신선함을 느껴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지요. 어느 누가 그에게 이렇게 일침을 가할까요? 마거릿만이 가능하지요. 이런 이유로 헨리는 마거릿을 좋아합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헨리에게 지적인 면을 발견하고 마거릿은 신기해하고 헨리는 물질적이 아닌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마거릿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도 서로를 인정하고 재미있어 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즈음 부쩍 앞으로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해 어떤 인간관계를 추구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길잡이가 되어 준 영화 <하워즈 엔드>를 만나게 되어 좋았습니다.
※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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